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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넥시아 저격수 한정호 임상교수 상고 포기

검찰, 넥시아 저격수 한정호 임상교수 상고 포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0.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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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1심 징역 6월(집행유예 2년)→2심서 벌금형 선고
환자·보호자 선처 탄원 양형 고려...9월 30일 벌금 2000만 원 확정

▲ 한정호 충북대병원 임상교수(소화기내과)
한방 항암제 넥시아(NEXIA)의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다 형사 고소를 당한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가 교수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청주지방법원(재판장 구창모·2016노66)은 지난 9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모욕·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선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에게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청주지방 검찰청은 상고기한(판결 후 일주일 이내)인 9월 30일까지 상고장을 미제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한 교수는 한방 항암제로 불리는 넥시아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비판글을 올리다 2012년 최원철 전 단국대 특임부총장으로부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모욕·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

당시 최 부총장은 "2011년 6월부터 한 교수가 블로그에 쓴 글과 트위터에 전송한 내용이 명예를 훼손하고, 이로 인해 넥시아 판매에 지장을 주었다"며 한 교수를 고소했다.

한의계는 넥시아를 기적의 항암제로 높이 평가한 반면 의료계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지 않았다며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교수는 지난 1월 6일 열린 1심(2014고단586)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고 교수직 상실 위기에 내몰렸으나 문제가 된 블로그 글을 삭제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넥시아 비판에 앞장서다 교수직 마저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주지법 2심 재판부는 "의사로서 넥시아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넥시아를 비판하고 그에 대한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며 2년여 동안 블로그를 통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방법·수단·비난의 정도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범죄성립에 이르렀지만 그동안 의료계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해 왔고, 내과의사로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약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시작했다"면서 "피고인은 자신과 배우가자 암 투병을 했던 경험과 자신이 치료했던 많은 암 환자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비용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료수단을 찾는 현실을 보고, 암환자들에게는 더욱 확실하게 검증된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참작 이유를 밝혔다.

또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사건과 다르게 평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이 사건은 방대한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을 갖게 돼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사건이 됐다"면서 "일부 대립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익집단이 피고인과 피해자를 내세워 대리전을 전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특정 피고인의 특정 행위가 갖는 위법성과 가벌성을 판단하는 형사법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사정은 별반 크게 고려할 만한 사정이 아니다"고 언급한 재판부는  선처를 요청하는 동료 의료인을 비롯해 환자·보호자의 탄원서와 의사로서 성실히 살아온 점에 대해서도 언급한 뒤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법행의 동기 ,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 환자단체연합회를 비롯한 8개 환자단체가 2015년 11월 4일 종로구 엠스퀘어에서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관련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1년간 환자단체넥시아검증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015년 11월 9일 보건복지부 한의학정책과에 한방 항암제 넥시아 관련 환자단체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 교수의 송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넥시아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환자단체연합회는 2014년 11월 5개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넥시아검증위원회'를 발족, 보건복지부 산하에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넥시아의 효능과 관련한 객관적 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후향적 연구를 진행할 것도 제안했다.

2015년 6월 12일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을 비롯한 넥시아글로벌센터 소속 한의사 6명은 환자단체 검증위원회 위원장인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 지검은 안기종 대표를 소환, 대질심문을 포함해 3차에 걸쳐 조사하고, 통화 내역까지 확인했지만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2016년 5월 24일 '혐의 없음'과 함께 '불기소처분'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넥시아의 획기적인 치료 효능을 주장하는 한의사 6명은 무고성 형사고소를 제기해 환자단체들의 넥시아 효능 검증 활동을 방해했다"면서 "안기종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11개월 동안 사회적·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서 한방의 세계화를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한방 항암제에 대한 임상적 효능 검증 체계 도입"이라고 밝힌 환자단체연합회는 "한방 항암제로 암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와 치료받은 암 환자가 과학적인 임상적 근거 없이 효과만 주장하거나 본인이 한방 항암제로 완치됐다고 투병 간증을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한방의 세계화를 이룰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한방 항암제에 대한 임상적 효능 검증 체계 도입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최원철 교수의 논문이 이해관계 상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했지만 지난 5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강 원장은 "논문에 사용한 옻나무 추축물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한약이 아니라 최원철 씨가 개발해 소유권을 갖고 있다"면서 "논문과 저자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면 논문을 투고할 때 그에 대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연구윤리인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교수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국대 융합의료센터내에서 넥시아를 조제·판매해 온 엔지씨한의원이 단국대병원 명의로 조제실제제 제조품목을 우회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제실제제는 내원환자의 미래수요를 예측해 일정한 함량 또는 용량 단위 형태(제제)로 가공한 것으로 종합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보건소는 2015년 12월 23일 인지씨한의원에 대해 조제실제제 업무금지조치를 내리고 조제의약품 전량을 수거해 폐기했다.

결국 단국대 융합의료센터는 지난 6월 문을 닫았으며, 최원철 전 특임부총장 역시 그만 둔 상태다.

2014년 5월 30일 시작된 한정호 교수의 재판은 벌금형 처벌과 함께 시민·과학연구 단체 대표에 대한 형사고소 무혐의 처분, 그리고 단국대 융합의료센터 폐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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