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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도 죽어서 남기는 것이 있으니…

세균도 죽어서 남기는 것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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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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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⑯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서성철(고려의대 알레르기면역연구소 교수)

 

생활환경 속 내독소 노출

최근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건국대의 집단 폐렴 증상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세균·곰팡이 등의 생물학적 유해인자 노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서성철(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고려의대 알레르기면역연구소 교수)

'뭐, 새로울 것도 없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는 실내생활이 증가하고, 지하철 등 사람들의 상호 접촉이 많은 시설 사용의 급증은 이런 미생물군 노출 위험성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미생물중 세균은 더더욱 우리의 일상과 친근(?)하다.

화장실 변기·휴대전화·TV 리모콘·지하철의 손잡이 등 우리주변에 늘 있기에 우리는 친근하다 말한다. 아니 이 친근함의 의미에는 이름처럼 미물(微物)이여서 늘 우리가 높이 있음에 대한 우월함의 표출인지 모른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호랑이는 죽더라도 '가죽'이라는 명품을 남긴다. 살아있을 때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죽었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세균의 경우 특정한 상황이 아닐 경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죽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즉, 자신들이 죽고 나면 세포벽 내에 있는 독소(엔도톡신)가 밖으로 빠져 나와, 사람 등의 다른 종에게 위협을 가한다. 여기에 세균의 역습이 있다. 마치 자신들을 무시한 것에 대한 시위랄까. 이에 이번 글에서는 세균이 죽었을 때 배출되는 엔도톡신에 대한 소개 및 생활환경에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 한다.

엔도톡신(내독소) 이란

엔도톡신은 19세기 후반 독일 과학자 Richard Pfeiffer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비브리오 콜레라균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독소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외독소로 열에 매우 약하지만, 다른 독소는 열에 강해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Pfeiffer박사는 열에 강한 독소가 콜레라균의 세포가 파괴될 때 세포 밖으로 빠져 나온다는 사실에 근거해 endo(내부라는 뜻)와 toxin(독소)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endotoxin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엔도톡신은 오직 그람음성균 세포 외막의 구성성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독소가 동물 등에 주입되면 발열을 하기 때문에 발열독소라고도 불려졌다.

엔도톡신은 다당류와 지질이라는 부분이 포함돼 있는 화학구조를 이루고 있다(그림1).

▲ 그림 1) 그람음성균의 세포벽 구조 및 구성요소(출처:http://classes.midlandstech.edu/carterp/Courses/bio225/chap04/ss4.htm)

이에 엔도톡신은 화학적으로 지질다당류 (LPS)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런 LPS는 균들 사이에 구조적 변이가 비교적 적은 지용성의 지질 A(Lipid A)와 균에 따라 당의 길이나 구성이 다를 수 있는 수용성 탄수화물 사슬로 구성돼 있다.

LPS 화학구조에서 엔도톡신 노출로 인한 생물학적 독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질 A이다(그림2).

▲ 그림 2) 대장균(E. coli.)의 엔도톡신 내 지질 A의 화학적 구조(출처: http://www.sambomed.co.kr/product/wako_reagent/endotoxin.htm).

이 지질 A에는 인산염과 탄소가 서로 연결돼있는데, 이들 인산 염은 지질 A에서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부분으로 만일 이들 인산 염이 제거되면 독성도 함께 제거된다.

특히 이런 인산염의 연결 정도에 따라 지질 A의 3차원 구조가 달라지고, 이 3차원 구조 때문에 엔도톡신의 생물학적 독성도 달라지게 된다.

생활환경에서의 엔도톡신 노출과 건강영향

엔도톡신은 그람음성균이 존재하는 거의 모든 환경에서 발견된다. 이중 생활환경 내 먼지에서 거의 모든 경우 엔도톡신이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침대 혹은 거실 바닥의 침착된 먼지에서 더 많은 양의 엔도톡신이 발견된다.

또한 집안에서 사용되는 가습기 내 물은 그람음성균에 쉽게 오염될 수 있어 엔도톡신의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 농촌이 도시보다 엔도톡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도톡신에 노출되게 되면 우리 몸은 즉시 면역반응을 개시한다. 면역반응 결과 신체는 여러 가지 염증과 관련된 세포들을 감염(노출)된 조직으로 모으고 면역매개 물질들을 분비한다. 이런 염증의 대표적 증상 중의 하나가 발열이므로 엔도톡신도 발열물질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런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날 경우에는 신체보호를 위한 기전이 오히려 해가 되어 내독소혈증을 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환경 중의 엔도톡신에 노출됐을 때도, 이런 염증반응이 유발돼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생가설에 근거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촌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의 알레르기성 감작 및 알레르기질환 유병률이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영아시절 면역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세균군(또는 엔도톡신) 노출이 도움이 되는 이치인 것이다.

하지만 영아시기가 지나 면역력이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에는 세균의 엔도톡신 노출이 건강에 악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한 과도한 염증반응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생활환경에서 엔도톡신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이 천식이다.

천식은 과도한 면역반응에 따라 발생하는 알레르기성질환으로, 호흡기를 통한 지속적인 엔도톡신 노출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최종 천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더욱이 엔도톡신 노출에 의해 천식 증상 등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린이 혹은 노약자 중에 천식이 있는 환자군에게 그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균은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공존의 동반자이다. 이에 이러한 공존은 우리의 면역체계 발달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위장관내의 세균총의 변화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에 이들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고, 다소 자연을 거슬리는 환경의 변화는 나쁜 방향으로 세균총 변화를 초래했고, 더 많은 알레르기성질환과 같은 환경성질환의 발생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살균제 등은 살균제가 가지는 본질적 화학물질의 위해성뿐만 아니라 세균이 인간에게 주는 순 기능마저 역기능으로 바꿔버리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저자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지. 저자 역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인간과 미생물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균형적인 환경을 유지,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공존하는 것이 질환에 대한 최선의 예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친 세균 노출 환경이라면 당연히 살균을 통한 세균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무조건적인 살균제 사용 보다는 세균이 번식할 수 없는 환경(빈번한 청소·환기 등)을 조성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중요한 사실은 세균이 죽은 환경이라 하더라도 죽은 균 혹은 균 조각들이 있으면 엔도톡신이 존재하며, 알레르기질환자가 있는 가정 등에서 살균제 사용 이후 늘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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