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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한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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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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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신상현 의무원장
"물질적인 풍요 속에 누리는 영적인 빈곤의 시대". 누군가는 현대를 그렇게 정의 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버려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람들을 마음으로 거두는 곳이 바로 음성꽃동네다.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에서 28년 넘게 생활해오고 있는 신상현 의무원장을 만나, 음성꽃동네와 함께해 온 삶에 대해 들어봤다.

충북 음성꽃동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가족과 사회가 책임지지 못한 사람들을 의료적인 측면은 물론, 정서적인 측면에서까지 도울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음성꽃동네 안에 자리잡은 인곡자애병원 신상현 의무원장은 요즘 세상에 비단 의료적인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치유, 더 나아가 영혼의 치유라고 말한다.

"빵의 결핍보다도 더 힘든 게 사랑의 결핍이죠. 사람들이 왜 버려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음성꽃동네에서는 결과를 치료하는 활동과 함께, 예방복지를 위한 활동, 교육 및 사랑사업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상현 의무원장은 자신은 그저 음성꽃동네의 활동을 거든 것일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다

신상현 의무원장은 강남성모병원에서 수련과정을 마치고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음성꽃동네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꽃동네 형제회 수도회에 입회해 종신 서원 수사가 됐고, 현재 예수의꽃동네형제회 부총장,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의무원장,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 아시아 담당 이사, 주교회 의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이사, 꽃동네현도학원 이사,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필리핀 등 해외 꽃동네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신상현 의무원장은 전문의가 되자마자 음성꽃동네로 들어왔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의대 공부를 했지만, 결심을 실행으로 옮긴 데에는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있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형편이 여의치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생활화하신 분들이었어요. 특히 아버지는 폐암으로 투병하셨고, 그러다보니 대학 등록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다행히 국가에서 공중보건장학사업으로 2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 조건이 전문의가 돼서 정부가 지정하는 곳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처음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가려고 했었죠."

폐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는 신상현 수사에게 늘 자신이 아닌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라고 당부하셨기에 봉사의 사명이 있었고 마침 운명처럼 정부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적당한 보수를 받으며 봉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따랐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신상현 의무원장은 천주교가 운영하는 곳,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 다른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살폈다. 이를테면 음성꽃동네같은 곳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이 일을 관장하시던 선배님께서, 꽃동네엔 예산이 없으니 도립병원으로 가라 하셨죠. 그래서 제가 그곳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예산이 없다면 보수 없이 일하겠다는 젊은 의사를 보고, 선배는 진짜 의사를 만났다며 감동했다. 그리고 그 젊은 의사에 의해 공중보건장학특례법 조항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단,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한 사람에 의해 법이 바뀐 것이다.

운명처럼, 기적처럼 마주한 음성꽃동네

 

그렇게 처음 마주한 음성꽃동네. 생경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금처럼 갖춰지지 못한 시절이었어요. 1000여 환자가 병원도, 의료진도 없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첫 선을 보는 자리서, 피를 토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의사임을 밝힐 수밖에 없었죠.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음성꽃동네 주민들은 어떻게 모이는지 궁금했다.
"수녀님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서울역 앞으로 노숙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정부에서 무연고자로 의뢰해오기도 하고요. 국립병원등 종합병원의 장기 입원자 중 보호자가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천주교 성당 교우들 중 버림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오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인 꽃동네 주민들이 5000명이다. 정신병을 앓는다고 손발을 묶어 길가에 버려진 남자도 있었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고 살던 할머니도, 다리 밑에서 라면을 먹다가 화상을 당한 알코올중독자도, 태어나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도 있었다. 그들이 건강을 되찾고 만족한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꽃동네가 만들어가는 기적이다.

신상현 의무원장은 이미 1만명 정도가 꽃동네를 거쳐 사회로 돌아갔고, 5000여명은 고인이 되어 꽃동네 낙원 묘지에 묻어드렸다고 전했다. 음성꽃동네와 인연을 맺은 2만여명이 그 인연을 통해 부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하는 일에 대해, 힘들지 않느냐 묻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일을 산을 오르는 일에 비유하곤 합니다. 산을 끝까지 오르는 것을 보면, 고통은 있지만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은 없죠."

후회해본 적이 없는 삶이다. 오히려, 이 일을 함으로써 부모님께 보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세 달 전 91세 일기로 고인이 되신 그의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도 신상현 의무원장을 자랑스러워 했다.

음성꽃동네 안에 있는 인곡자애병원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다. 신상현 의무원장은 그 분들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신재정 선생님(정신과 전문의)께서 가평과 음성꽃동네에서 봉사를 하고 있으며, 유명한 암전문의 최일영 교수님은 은퇴 후 무보수로 10년 넘게 봉사해오고 계십니다. 감염병 전문의 강문원 교수님도 음성꽃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분이시죠."

그리고 많은 수사들과 수녀들이 있기에 꽃동네 활동은 기적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우간다·인도·방글라데시·캐나다·파라과이·아르헨티나·필리핀·인도네시아·중국·아이티·미국까지 11개국에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다가 에이즈에 걸리는 꿈을 꾸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신상현 의무원장은 아버지의 병을 고쳐드리고자 꿈을 접고 의사가 됐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삶을 통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도덕과 윤리를 잊은, 물질만능의 시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이제 의사가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원래부터 의학의 목적은 봉사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의사는 참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의술을 사랑으로 베풀 때 느끼는 행복을 많은 분들이 느끼시길 바랍니다."

신상현 의무원장이 훗날 120 만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다가 에이즈에 걸려 죽는 꿈을 꾼다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넸다. 하와이 몰로카이 군도에서 나환자들을 돌보다 나병에 걸렸던 다미아노 신부,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이태석 신부처럼 말이다.

언젠가는 그 꿈을 꼭 이루겠노라며, 음성꽃동네의 많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주고 배워주고 체험시켜주고 싶다는 소회를 밝힌 신상현 의무원장은 마지막으로,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을 소개했다.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입니다."

글·사진 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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