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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결정 이후 허위·불법 광고 '기승'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결정 이후 허위·불법 광고 '기승'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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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등록을 특허 등록으로 허위표시...특허청 25곳 시정조치
부산지법, 온라인 블로그·카페 '바이럴 마케팅' 징역형·벌금형 처벌

▲ 의료광고 사전 심의는 위헌이지만 의료법이 규정한 의료광고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조항은 유효하다.
행정권이 개입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2015년 12월 23일 2015헌바75) 이후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허위·불법 의료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허청은 서울·경기지역 성형외과 홈페이지 및 온라인 커뮤니티(블로그·SNS)에서 특허 허위표시를 광고한 25개 병원에 대해 시정조치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허청·한국지식재산보호원 지재권 허위표시 신고센터·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5월 23∼30일 합동으로 의료기관 홈페이지·블로그·SNS 등을 조사, 일부에서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는 수술방법을 마치 특허를 받은 것처럼 허위광고한 사례를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특허 허위표시 위반 사례는 상표 등록을 특허 등록으로 표시한 경우가 13곳으로 가장 많았고, 수술기구 특허 등록을 수술방법 특허 등록으로 표시한 경우 5곳,  특허 등록 번호 불명확 표시로 등록여부 확인이 불가한 경우 5곳, 특허 출원을 특허 등록으로 표시한 경우 2곳 등으로 파악됐다.

위헌 결정을 계기로 의료법에서 규정한 불법·과장 광고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안전 장치에 빗장이 풀리면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의료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SNS·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등을 이용한 무분별한 의료광고가 확산되면서 사후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수술 전후 사진이 포함된 치료경험담을 담은 의료광고를 하고, 댓글과 조회수를 조직적으로 늘리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광고대행사 대표 겸 인터넷 성형 카페 운영자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적게는 2790만원에서 많게는 2억 2730만원까지 광고비용을 지불한 성형외과 원장 6명에게도 각각 300∼500만원을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광고대행업을 하는 피고인들과 성형외과 의사인 피고인들이 공모해 마치 환자가 직접 작성한 치료경험담인 것처럼 광고성 글들을 게시한 후 댓글과 조회수를 조직적으로 닐려 관심을 보이는 소비들에게 해당 병원을 소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료법에서 금지한 소비자 현혹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면서 "성형 관련 정보는 카페나 블로그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얻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왜곡된 정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성형의료 서비스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처럼 소위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위법한 내용과 방식으로 행하는 경우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강력한 처벌의지를 내비쳤지만 불법·과장 의료광고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2015년 한 해 처리한 사전심의 광고건수는 총 1만 5600건. 하지만 올해 1∼5월 사전심의 광고건수는 9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30건과 비교하면 1/7 수준에 불과하다.

▲ 지난 4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주최한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결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소비자단체는 의료광고의 사전 심의가 사실상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소비자를 현혹하는 불법·과장 광고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주최한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결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TV매체나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범람하고 있는 의료건강정보들을 무차별적으로 의료광고에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하는 경우, 국민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광고가 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잘못된 의료광고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에 심각한 문제를 주기에 어떠한 형태이든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비자단체와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사전심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통해 국민을 현혹하는 상업적 의료광고의 난립을 막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는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에 한한다"면서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심의주체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행하지 않고 그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지만,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즉 행정권이 개입하지 않는 민간 자율의 사전 심의는 헌법이 규정한 검열금지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진목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위헌결정으로 인해 아무런 제약없이 의료광고가 가능한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회원들이 상당수"라면서 "의료법 제56조에 명시된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거나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거나,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 등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불법 의료광고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광고를 하는 의료인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고 합법적으로 의료광고를 할 수 있도록 사전 자율 심의를 통해 회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의료광고는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는 경우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경우 ▲거짓이나 과장 의료광고 ▲다른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과 비교하거나 비방하는 내용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내용 ▲의료인의 기능·진료 방법과 관련해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한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한 광고 ▲신문·방송·잡지 등에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하는 광고 ▲의료광고 내용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하거나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의 광고 등이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승현 의협 의료광고심의팀장은 "헌재의 위헌결정은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의료광고의 처벌에 한하는 것일 뿐 현행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위헌결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면서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위헌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의료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 심의 형태로 사전심의 업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결정 이후 행정권이 개입하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관련 규정이 무력화된 만큼 조속히 의료법을 개정, 의료광고 심의를 민간이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SNS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광고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 의료법에 의료광고 심의 매체를 확대하고, 의료기관의 시설·의료인의 경력 등에 대해 의료인단체 중앙회의 검증을 거쳐 인증해 주는 의료광고인증제도 도입 방안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승현 의료광고심의팀장은 "현행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료광고 금지의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해 실질적으로 의료광고 심의에 적용하기에는 구체성이 미흡하고, 이로 인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개정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보건복지부·서울특별시·서울지방경찰청·서울시 강남구 보건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사)소비자시민모임은 올해 1월 '건전한 의료광고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열고 건전한 의료광고 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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