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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D '화수분'…"햇빛을 허하라"
비타민 D '화수분'…"햇빛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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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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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⑪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전상일(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햇빛은 야누스와 같다. 뼈를 튼튼하게 하지만 과도하게 노출되면 피부에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햇빛은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백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햇빛은 건강 측면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가지고 있다.

우리가 햇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햇빛'과 '햇볕'은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햇빛은 '해의 빛'이고 햇볕은 '해의 열'을 의미한다.

'봄볕에 며느리 내 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 보낸다'는 속담에서는 해가 주는 기운의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볕'이 맞고, '응달에도 햇빛 드는 날이 있다'에서는 '빛'이 맞다.

이 글에서는 특별히 햇볕으로 써야하는 경우가 없다고 판단돼 독자의 편의를 위해 햇빛으로 용어를 통일했다.

 

햇빛 노출은 100세 건강을 위한 투자

▲ 전상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둘다북스 대표)

햇빛을 기피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햇빛 노출을 꺼리고 햇빛 노출을 최소로 하기 위해 몸을 가리고 노출된 피부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이런 행태가 단기적으로 피부미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몸의 뼈대를 약하게 만들고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의 혈액 내 비타민 D 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자를 제외하면 모든 연령층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비타민 D 부족상태에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비타민 D 농도가 낮고, 특히 19~29세 여성들이 가장 낮다.

비타민 D의 대부분이 피부가 햇빛에 노출돼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햇빛 노출 부족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할 수 있다. 음식으로 비타민 D를 보충할 수도 있지만 햇빛이 만드는 양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비타민 D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다. 비타민 D는 체내로 들어 온 칼슘을 붙들어 두는 '고정쇠' 역할을 한다. 체내에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아무리 많은 칼슘을 섭취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몸에서 칼슘 성분이 빠져나간다.

비타민 D와 칼슘은 단짝인 셈이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넘어지거나 침상에서 떨어져 골절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체내 비타민 D와 칼슘은 골절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햇빛은 면역력을 높여 각종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핵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결핵환자들이 햇빛을 쬐는 게 주요 치료방법이었다. 햇빛을 쬐면 면역력이 높아져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신종 감염병이 출몰하고 있는데 조금 과감하게 말하면 햇빛을 자주 쬐면 각종 감염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 D는 알레르기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한 연구진은 체내 비타민 D 농도가 낮으면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혈액 내 비타민 D 농도가 낮을수록 알레르기 비염 증세를 가진 비율(유병률)이 높았다. 또한 혈액 내 비타민 D 농도가 낮으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의 하나인 콧물을 흘리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가까운 사람 중에 코를 자주 훌쩍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햇빛을 쬐라고 권고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햇빛은 뇌 건강과도 직결돼 있다. 햇빛을 많이 쬔 사람들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농도가 높다고 한다. 자살시도가 있었던 사람들은 세로토닌 농도가 현저히 낮다고 하니, 햇빛은 최고의 자살예방 도구인 셈이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 중에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이 많은 점은 햇빛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햇빛은 최고의 항우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은 조금만 신경 쓰면 햇빛에서 피해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최근 안경을 낀 초등학교 학생들을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수십 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집단적으로 아이들의 시력이 나빠진 데에는 후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 기간 내에 유전적 변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이들의 눈을 망친 걸까?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치어 살면서 책을 많이 읽고, 밤늦게까지 학원에 가고, 집에 오면 컴퓨터 게임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심하게 작은 글씨를 보고, 자기 전까지 밝은 인공조명에 시달리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야 눈을 감는다.

눈에게 이런 혹사가 없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력저하를 유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 요인이 있다. 아이들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특히 근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햇빛 노출 부족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연구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눈은 햇빛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물건을 볼 때 수정체와 망막의 거리가 정확히 교정된다. 하지만 실내의 인공조명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어린이들의 햇빛노출 시간이 줄면서 눈이 거리조절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이로 인해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멀리 있는 물체를 또렷이 보지 못하게 된다.

2008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이를 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 지역에 사는 중국계 6~7세 어린이들의 시력을 싱가포르에 사는 어린이들의 시력과 비교했다. 두 집단의 부모들은 근시를 가진 비율이 비슷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 사는 중국계 어린이들이 근시를 가진 비율은 시드니에 사는 어린이들보다 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에 사는 어린이들이 일주일에 14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반면 싱가포르에 사는 어린이들의 야외활동 시간은 고작 3시간이었다는 사실에서 근시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햇빛에 적응하며 진화한 인간의 눈이 현대의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근시화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눈을 위해 자녀가 매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햇빛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햇빛을 직접 쳐다보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자연스럽게 햇빛에 노출시키라는 의미이다.

 

이 밖에 햇빛 노출은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햇빛이 마냥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눈이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내장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어부 등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백내장이 무서워 햇빛 노출을 꺼린다면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유해한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햇빛 보기 힘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도한 햇빛 노출로 피부암 걸릴 걱정을 할 형편은 아닌 것 같다. 햇빛 노출로 얼굴의 주근깨나 기미가 걱정된다면 얼굴은 가리더라도 팔다리는 직사광선에 과감히 노출해도 된다.

강골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 더 많이 햇빛에 노출돼야 한다. 하루에 적어도 30분 이상은 햇빛과 만나야 한다. 특히 가임기 여성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햇빛 앞에 나서기를 권한다. 엄마의 뼈가 부실한데 튼튼한 아기가 태날 수 없다. 인구 숫자도 중요하지만 인구의 질은 더욱 중요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낙상사고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복병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들의 눈은 근시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건강 문제들이 모두 햇빛노출 부족과 관련돼 있다.

단언하건대 햇빛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피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햇빛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100세까지 살기 위한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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