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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학회, NECA 스타틴 연구 보고서에 '발끈'
당뇨병학회, NECA 스타틴 연구 보고서에 '발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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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향적 연구로 섣부르게 진료지침 적용 언급해서는 안된다
NECA 연구만 과다하게 위험 추정...공개 검증 후 발표해야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고지혈증치료제인 스타틴을 장기간·고용량 복용할 때 당뇨병 발생 위험이 2.5배 이상 높아진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연구방법의 오류로 위험도가 과다하게 추정되고, 교란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 그리고 후향적 연구결과를 갖고 섣부르게 스타틴 관련 진료지침에 적용하려는 조급함을 보였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수행할 때 자료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연구를 설계·분석해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이번 연구결과로 고지혈증 환자들이 스타틴 치료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일선 의료현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ECA는 지난 5월 19일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틴 사용과 당뇨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 분석' 연구결과로, 심혈관계 과거 병력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복용기간과 용량에 비례해 높아진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수검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고지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치료로 스타틴을 처방받은 사람과 비처방군을 비교했더니 스타틴군이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88배 높았고, 복용 기간과 용량에 비례해 최대 2.62배 높았다.

공동연구책임자는 "이 연구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타틴의 이득과 위해를 분석한 연구로서, 앞으로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근거로 활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학회는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기존 및 최신 의학 연구결과와 이번 NECA 보고서의 연구결과에서 왜 큰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근거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의학계에서 논의돼고 있으며, 이미 수 많은 임상시험 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 스타틴을 사용하는 경우 9% 정도부터 많게는 27%까지 당뇨병 위험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NECA 연구에서는 한국인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88% 증가(1.88배)한다고 분석했다"며 "이 연구에 방법상 오류가 있어 과다하게 위험이 추정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한국인에서 특별히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인지에 대한 좀더 근거가 필요하다"고 따졌다.

학회는 "이번 NECA 연구는 후향적 코호트연구"라며 "청구자료를 토대로 스타틴 처방군의 특성을 파악한 후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많은 교란변수를 보정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고려하지 못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 조기 발생 가족력이 있는 경우 스타틴을 처방할 수 있는데, 이런 변수들이 연구에서는 반영될 수 없었던 한계가 있다는 것.

또 연구분석 대상기간(2005년부터 8년 간)의 스타틴 처방 당시 진료지침의 변화가 상당히 존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검진도 더 자주 받고 병원도 열심히 다니면서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당뇨병이 더 많이 진단됐을 가능성도 높다.

학회는 NECA는 1년전에도 당뇨병 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했더니 오히려 허혈성 뇌졸중이 70%나 더 많이 발생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후향적 코호트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학회는 "당뇨병 환자에서 의사들이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경우는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을 때이며, 이것을 통계적인 방법을 써서 보정한다고 해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NECA는 이번 후향적 코호트연구를 통해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해 알게 됐다면 보다 확고한 근거 창출을 위한 전향적인 연구(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를 통해 입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섣불리 후향적 연구결과를 통해 진료지침 적용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

학회는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 스타틴을 사용했을 때 누가 당뇨병 발생 위험이 올라가는지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포함한 정밀의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국민 건강과 보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공인된 학술지 등 동료 평가의 과정을 거친 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신중함을 뵤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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