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대수롭지 않은 '음식 연기' 엄연한 독성 물질
대수롭지 않은 '음식 연기' 엄연한 독성 물질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02 11:26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⑨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전상일(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담배 핀 적 없는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

비흡연 여성이 폐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남녀가 나란히 1등을 차지하는 분야가 있다. 폐암 사망률이다.

▲ 전상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둘다북스 대표)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암 사망률 1위는 남녀 공히 폐암이었다(그림 1·그림 2). 폐를 공격하는 독성물질이 우리 생활 곳곳에 널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흡연율이 높은 남성은 그렇다 쳐도 여성까지 폐암 사망률이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담배 외에도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워낙 다양해 주범을 지목하기는 힘들지만 학자들이 의심하는 용의자가 있다. 바로 '음식연기'이다. 여성 폐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선암(腺癌)은 흡연과 무관하고, 남성보다 여성들이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점이 단서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천식질환이나 폐에 공기가 축적되는 폐기종 등의 호흡기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황증거도 있다. 이에 국제암연구소도 음식연기를 잠재적 인체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음식연기가 발암물질이라고?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은 다양한 유해 물질에 노출된다. 연료에서 배출되는 유해 가스도 해롭지만, 조리할 때 생기는 음식 연기는 더욱 위험하다. 특히 기름에 튀기거나 불에 직접 구울 때 나오는 연기가 그렇다. 음식을 고온에서 기름에 튀기거나 불에 구우면 음식 및 요리재료에 들어 있던 성분들이 열분해 되면서 미세한 입자형태의 에어로졸로 되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 중에는 기도의 점막이나 폐조직을 자극하고, 기형 및 암, 특히 폐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폼알데하이드·아세트알데하이드·아크롤레인 등 알데하이드계 물질이 대표적이다. 아크롤레인은 자극적 냄새가 나는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담배와 식용유 등에서 발견되는데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아크롤레인은 식용유를 180 ℃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할 때 많이 발생하며 튀김 음식을 공기 중에 오랫동안 놔 두어 기름이 산패하는 과정에서도 생긴다. 폼알데하이드와 아크롤레인은 기도를 자극하고 궁극적으로 발암물질로 작용한다. 아크롤레인은 담배에 들어 있는 여타 발암물질들보다 독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이후 중국과 대만에서 여성 암 사망률 1위의 단골은 폐암이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이 지역 식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시아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인도나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비흡연성 폐암이 많지 않지만, 튀김 음식이 많은 중국에는 흡연과 무관한 폐암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중국·홍콩·싱가포르 등에 거주하는 중국계 비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름에 튀기는 음식을 조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여성들이 폐암에 2~4배 많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연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기름의 종류와 상관이 없다.

인체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올리브 기름이나 식물에 포함된 기름도 연기로 나올 때는 인체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튀김요리를 많이 한 여성이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유는 기름 연기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들이 세포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기름 연기는 폐조직의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한편 중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음식 연기가 비염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며 폐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증거도 확보된 상태이다.

음식연기에 노출되면 생각지도 못했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붉은색 육류를 기름에 튀길 때 발생하는 연기에는 상당량의 콜레스테롤 성분이 들어 있다. 지방 함량이 약 10%인 살코기를 숯불에 구울 때 고기 1kg당 약 28㎎의 콜레스테롤이 연기로 방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1g= 1000㎎).

불에 구울 때보다는 덜하지만, 육류를 기름에 튀길 때도 상당량의 콜레스테롤 성분이 연기에 들어 있다.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음식 연기에 노출되면 콜레스테롤 성분이 체내로 들어 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 그림 1) 2014년 국내 암종별 사망자수 : 남자(자료:국가암정보센터)

 

▲ 그림 2) 2014년 국내 암종별 사망자수 : 여자(자료:국가암정보센터)

음식 연기 피해를 줄이는 방법

음식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환기시설을 작동시키고, 동시에 창문을 열어야 한다. 환기시설이나 공기정화기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에서 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길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두고 환풍기를 켜야 한다.

더 나아가 조리를 끝낸 후에도 한동안 환기시설을 작동시키고 창문을 열어 두어 공기 중에 남아 있는 에어로졸이나 유해 물질이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환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어린이가 실내에 있을 때에는 튀김이나 불에 굽는 요리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린이들은 호흡기가 약하고 음식 연기를 흡입하면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져 더 큰 피해를 받는다. 아기를 업은 채 조리해서도 안 된다.

등에 업힌 아기가 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과 음식 연기에 직접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음식 조리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음식을 불에 굽거나 튀기기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지 않아야 한다. 식용유로 튀길 때는 오래된 기름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신선한 기름을 사용해야 하며 기름에 튀긴 음식은 빠른 시간 내에 먹는 게 좋다.

분식집 등에서 음식을 기름에 미리 튀겨 뒀다가 손님이 오면 이를 그 자리에서 다시 기름에 튀겨 주는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건강측면에서 튀김은 즉석 튀김이 정답이다.

결론

집이나 식당에서 음식 연기에 노출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를 대수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음식연기는 식욕을 자극하기도 하므로 때로는 친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뷔페 식당은 음식연기의 백화점이다. 하지만 음식연기는 엄연한 독성물질이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음식연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심각한 피해를 받게 된다. 음식 조리자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할 때 매번 마스크를 착용하기 힘드니 습관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리 방식을 개선하고, 환기를 필수로 여겨야 한다.

관계당국은 식당에서 흡연만 규제할 게 아니라 식당 실내공기의 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잠시 왔다가는 손님도 문제지만 하루 수 시간씩 매일 머무르는 식당 종사자들은 미래에 심각한 피해를 받을 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여성의 폐암은 남성과 달리 선암이 전체의 70% 가까이 된다고 한다. 평생 동안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는 여성이 음식연기라는 복병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여성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폐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고 방심하기 보다는 음식연기를 담배만큼 위험한 발암물질로 여길 필요가 있다. 최근 먹방(먹는 방송)을 비롯한 요리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고, 요리사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먹방에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음식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해 줬으면 한다. 음식연기는 '악마의 연기'이기 때문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