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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보호입원제' 폐지냐 보완이냐 '갈림길'
'정신질환자 보호입원제' 폐지냐 보완이냐 '갈림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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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4일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위헌제청 공개변론
"원치 않는 입원 자기결정권 침해" VS "치료 위한 근거 조항"

▲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환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입원(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4일 대심판정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2항 위헌제청 사건(2014헌가9)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어 제청신청인과 이해관계기관의 진술과 참고인의 의견을 들었다.

위헌제청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판단에 의해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한 보호입원이 발생한 이후에야 구제하는 수단을 둔 것이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제청신청인 A씨는 2013년 11월경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 진단에 의해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에 강제 입원했다.

A씨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지 않았음에도 강제입원됐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신보호법 제3조에 따른 구제청구를 했다.

이와 함께 2014년 2월경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에 의한 강제입원(보호입원)은 행정입원(법 제25조)이나 응급입원(법 제26조) 보다 요건이 완화돼 있고,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의 이해충돌 우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정신의료기관 또는 정신요양시설에 입원 또는 입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 신체의 자유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위헌제청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보호입원 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능력 유무를 판단하는 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보호입원에 대해 객관성이 보장된 기관에서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위헌임을 주장한 제청신청인측은 "정신질환자가 보호입원되는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절한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않고, 부당한 보호입원에 대한 사후적인 권리 구제수단도 미흡하다"며 "적법 절차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청신청인측은 "정신의료기관에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100개 병원에 입원비의 70%가 쓰인다. 입원환자를 퇴원시키면 병상 유지가 안된다"면서 "보호입원자 수는 정신의료기관의 수익과 의사의 월급과 직결되므로 정신의료기관의 운영자나 의사가 입원의 필요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석모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없이 장애인을 배제·분리·거부하는 차별적 요소를 가진 법령·제도·정책·관행은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 헌법재판소 대법정

위헌 반대 입장에 선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을 대변한 서규영 변호사는 "정신보건법 제24조는 과거 미인가 시설에서 의사의 진단없이 강제입원을 시켰던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않고는 보호입원시킬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조항"이라며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아니라 보호하고, 적시치료를 도모하려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이 조항은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보호의무자의 후견적 동의 아래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켜 치료함으로써 건강한 가정과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보호입원의 요건으로 하고 있는만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익충돌  우려가 있고, 보호입원의 오·남용 위험이 있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으나 "보호입원제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며 "감금죄는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정신질환자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의 퇴원신청이 있는 경우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는 이상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며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퇴원을 거부하면 정신질환자 등은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 또는 광역정신보건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입원을 6개월을 넘어 계속하기 위해서는 계속하여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및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6개월마다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입원 등의 치료에 대한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호입원된 정신질환자는 법원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청구를 함으로써 보호입원의 정당성 여부에 관해 객관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정신질환자에게 권리 구제절차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지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수석부회장은 "보호입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스스로 질환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면 초기에 단기간의 치료로 완치할 수 없게 돼 정신질환이 악화된다"면서 "비예측성과 충동성을 방치하면 이유없는 폭력이나 기물 파손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부회장은 "정신의료기관은 급성기 정신치료와 재활은 물론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지 정신질환자를 잡아놓기 위한 곳은 아니다. 문제는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이 나갔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20%는 치료가 잘 되지만 60%는 치료를 잘 받아야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고, 20%는 만성화 돼 치료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보호의무자는  환자와 사회 모두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힌 강 부회장은 "국가기관도 환자에게 가족이 있는 한 개입하려 하지 않고 있어,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부회장은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치료는 가야 할 방향이지만 잘 안되는 이유는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받는 비용이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것 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며 "90%가 국립병원이고, 20년 동안 지역사회 인프라를 만든 후에 탈시설화를 한 이탈리아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보호의무자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경제적 이유로 보호입원제도를 남용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 부회장은 "정신과 문제가 없는 사람을 환자로 진단해 입원치료를 시킨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히려 일선 현장에서는 문제나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환자는 입원을 안시키려 한다"며 "극히 소수의 일탈과 남용사례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3시간 반이 넘는 신청인과 이해관계인의 진술 및 발언에 귀를 기울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조용호 재판관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존엄과 차별금지를 비롯해 적법 절차 위반 여부를 재차 질의하며 꼼꼼히 문제점을 짚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 담고 있는 정신병원 보호입원제도 보완대책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보건복지부는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입원 시 적정 여부를 판단하고, 중·장기적으로 사법기관이 최종 판단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보건법을 개정, 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비자발적 입원절차를 엄격히 해  피해발생을 최소화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위헌 여부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와 진술인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종합해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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