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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곁 깊숙히 잠식한 환경호르몬
인간 곁 깊숙히 잠식한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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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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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⑦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홍윤철(·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 사례 :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를 자녀로 둔 A씨는 얼마 전 딸아이가 월경을 시작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친구들로부터 요즘 아이들은 월경을 일찍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딸아이의 월경을 겪게 된 것이다.

▣ 사례 : B씨는 70대 초반의 남성으로 작년부터 마을에 있는 건강관리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통조림 반찬이나 캔 음료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먹거나 마시기는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를 느끼고 있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에 받은 건강진단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환경호르몬이란

▲ 홍윤철(·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환경보건센터 소장)

환경호르몬, 즉 내분비교란물질은 정상적인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서 사람의 건강과 생식작용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이다. 최근에 이런 환경호르몬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와 같이 정상적인 호르몬을 방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약이나 살충제·플라스틱·통조림 캔 등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은 이미 우리의 생활환경에 널리 퍼져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림 1> 비스페놀A 함유 오리장난감.

환경호르몬은 한번 생성되면 잘 분해되지 않고 환경 중에 오랜 기간 남아있거나 인체 내에 들어와서 지방세포 등에 오랫동안 저장돼 만성적인 영향을 주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도 있지만 쉽게 분해되거나 인체 내 잔류시간이 짧은 것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그림 1>.

다양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최근들어 에스트로겐 같은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성조숙증 때문이다.

대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신경-내분비 발달은 환경적인 요인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물질이 영향을 줘서 생식기관발달이나 신체성장, 그리고 뇌 발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인체내의 성호르몬의 작용과 환경호르몬 등의 교란효과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최근에는 사춘기 시작 시점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특히 사춘기가 보다 빨리 시작되는 여자 아이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80년전과 비교하면 거의 2년 정도가 앞당겨진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성호르몬 외에도 여러 가지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대사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30년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비만발생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비만은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심혈관질환·간질환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일부 암의 발생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사성질환의 증가는 최근 산업 및 농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화학물질은 대사작용이나 비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실제로 실험실적인 연구나 사람에 대한 관찰연구에서 여러 가지 환경 중 화학물질이 지방세포생성 혹은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사용 주의하자

오늘날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 됐다. 한편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되는 일부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논란도 상당히 있어왔다.

그 중 대표적인 물질이 비스페놀A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물병·통조림 캔·치과용 충전제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아직 충분히 밝혀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여러 연구에서 비만·심장질환·고혈압·당뇨병 그리고 간기능 이상을 보고하고 있다.

▲ <그림 2> 플라스틱 젖병으로 분유를 먹고 있는 아이.

프탈레이트 역시 쉽게 휘고 탄력성이 있는 성질 때문에 플라스틱에 첨가제로 아주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장난감·화장품·의료기기 등 현대인의 생활용품에 거의 안 들어간 제품이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인다. 프탈레이트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반대작용이 있어서 남자 아이의 생식기관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뿐아니라 최근에는 인슐린·혈당·갑상선호르몬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그림 2>.

언제 노출되느냐가 중요하다

환경호르몬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노출시기와 관련된 문제다. 환경호르몬은 언제 노출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이 매우 달라질 수 있는데 특히 임신부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엄마뱃속에 있는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상적인 방어기전이나 대사기능이 완전히 갖춰지지 못한 태아나 신생아시기에 노출되면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처음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나중에 성인이 돼서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인이 돼 생식기능의 장애가 생기거나 비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이 생활용품이나 위생용품·음식·마시는 물 등을 통해 임신부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미쳐서 태아시기와 출생 이후의 어린이시기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한편 에스트로겐이나 안드로겐 같은 성호르몬은 태아와 유아시기에 뇌를 남자와 여자가 기능적으로 다르게 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시기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뇌의 발달 및 기능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성정체성의 문제 혹은 여성의 남성화 또는 남성의 여성화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환경호르몬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

현대인들의 편리한 생활과 환경호르몬은 양면성을 가진다. 플라스틱 제품·일회용품·인스턴트 제품 등은 그 편리함과 함께 환경호르몬 노출이라는 위험 역시 갖게 되는데, 끓는 물이 부어지는 용기라면·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일회용 커피잔·배달음식에 사용되는 랩 포장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게 되는 생활편의 제품들의 상당 수가 화학성분으로 이뤄진 것들이며 그만큼 우리의 생활이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인들에게 있어 이런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인공적이고 편리한 것들보다 자연적이고 약간은 불편한 것들이 우리의 몸과 삶을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건강한 삶은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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