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4:11 (금)
외국에선 인정된 PRP 시술, 국내에선 '불법'?
외국에선 인정된 PRP 시술, 국내에선 '불법'?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05 12:20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업계 "신의료기술 인정" 한 목소리
제한적 의료기술 효과 검증 '글쎄'...미용시술과 동등 인정해야

조직재생이나 통증완화를 위해 자가혈로부터 추출한 주사로 시술하는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PRP는 현재 신의료기술에 인정되지 못하면서 불법 시술이라는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의료계와 의료기기 업체는 하루 빨리 신의료기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PRP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기에 돌려 혈소판만 추출해낸 뒤 농축된 혈장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시술이다. 세포 증식과 신생 혈관 재생 등을 목적으로 정형외과·스포츠의학과·성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PRP는 세계적인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나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시술 받으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PRP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했으며, 피부미용과 정형외과에서 사용할 수 있다.

벨기에·영국·폴란드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캐나다·인도 등 자국의 보건당국 등록만 하면 허용된다. 외국의 경우에는 국가 운영시스템이 아닌 의사의 재량에 의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는 최근 통과된 '재생의료법'을 토대로 시설을 갖추고 치료 허가를 받은 병원이라면 처방 시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 PRP 제조업체 알메디카에서 조사한 'PRP 시술 외국 사용 현황'
반면, 국내에서 PRP 치료가 이뤄지려면 신의료기술로 등록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연구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질병 치료 목적의 PRP를 사용하더라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치료가 아닌 미용성형의 경우는 예외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PRP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총 8번의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8번 동안 통과된 기술은 없었다.

PRP 사용으로 조직의 치유나 재생정도의 입증 근거가 부족했으며, 동일한 적응증에 대해서도 시술방법과 주입용량이 달라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 PRP 시술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그러다 최근에는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2014년부터 PRP에 대해 한정적으로 허용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한 의료기술 가운데, 시급하게 의료현장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료기술을 선정한 것이다.

제한적 의료기술로 허용된 PRP 시술은 분당차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조선대병원·강남성심병원 등 5개 의료기관에서만 보존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건병증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PRP의 제한적 의료기술은 2017년 9월 30일까지 3년간 5개 의료기관에서만 비급여 진료를 허용했으며, 차후에 활용 결과를 종합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신의료기술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술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목록에 등재돼야 환자에게 시술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신의료기술 통과를 하지 못해 요양급여목록에 등재되지 않는다면, 연구 목적 등으로 환자의 동의를 받아 시술은 가능하지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금지됐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치료목적이 아닌 주근깨·성형수술 등 미용 목적의 시술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의료기술평가와 관계없이 시술과 비용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 목적은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성·유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PRP가 제한적의료기술로 선정된 만큼, 2017년까지 사용 결과를 기다려보고 추후 논의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합법 시술, 국내에선 '불법'...개원의 검증 요구

▲ PRP 시술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PRP 시술이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계속 나오고 있으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PRP는 근육이나 인대 손상 치료에 효과를 입증 받았다"며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시술이 한국에서는 불법적인 시술로 낙인 찍어 의사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PRP 시술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근거가 있는 적응증의 경우에 한해서라도 신의료기술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에서 주로 대학병원 교수의 의견이 참고되기 때문에 개원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A 정형외과의원장은 "PRP시술은 개원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면 대학병원에서는 크게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없다"며 "그럼에도 신의료기술평가는 대학병원 교수의 자문을 얻고, 대학병원의 연구결과만 신뢰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PRP 시술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의 공개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PRP 시술을 많이 하는 개원가로부터 제대로된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 정형외과의원장은 "외국에서는 안전성이 인정되면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불법 시술로 막고 있다"며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제대로 인정도 안해준다면 결국 신의료기술이 아닌 '구의료기술'이 돼버린다"고 꼬집었다.

미용목적의 시술에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예외된다고 해서 미용에만 허용을 하는 부분도 문제 있다고 밝혔다. B 정형외과의원장은 "미용 목적은 가능한데, 치료 목적으로는 인정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제대로된 효과가 없다면 미용이나 치과분야에도 사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B 원장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하에 미용성형과 같이 부가세를 신고해 양성적인 처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PRP 키트 기술 인정받지만...해외 수출로 눈 돌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다보니, PRP 키트를 제조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은 외국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C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전세계 PRP 치료의 30%가 정형외과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형외과 다음이 미용성형시장"이라며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50%가 골형성·관절염·인대재생·근육재생 등 스포츠 손상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PRP 키트 제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해외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고, 성능이 뛰어나 인정받고 있다. C 업체 관계자는 "해외 제품과 비교해도 오히려 국내 제품이 뛰어나다"며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는 인식때문에 수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제한적의료기술로 선정됐지만, 이 또한 업체들은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D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PRP 시술은 혈소판 농축이 중요하게 작용되면서, 고농축 키트 사용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제한적의료기술에서는 일반 키트를 사용하는게 대부분이다. 결국 제대로된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적의료기술이 5개 병원으로 한정된 부분도 지적했다. D 업체 관계자는 "특정병원만 한다고 해서 제대로 효과를 입증할 수 있겠냐"며 "최소 20개 병원에서 사용해야 그나마 검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의료기술평가는 검토 주체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평가 담당자들의 수준은 예전 기술에만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