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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명분·실효 없는 '약대 6년제' 추진
[집중취재]명분·실효 없는 '약대 6년제' 추진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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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때문에…" 무리수 "더 큰 화 자초"


`공약은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가'
진료권을 행사하겠다는 속뜻을 감춘 채 임상약사 양성이라는 허울로 약사회 측이 `약대 6년제'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직속 약사제도발전특별위원회가 약사 6년제의 추진을 의결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약발특위는 현재의 이론중심적인 약학교육에 실무·임상을 보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연한을 2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생리학·해부학 등을 교육과정에 보완, 임상약학 분야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약대 6년제 추진'을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대중정부가 `의약분업 실시'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나라 보건의료계 실정이나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의약분업을 무리하게 강행, 의사와 약사는 물론 전국민이 겪은 고통을 생각할 때 `선거공약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에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25일 출범할 노무현정부가 `공약은 실천돼야 한다'는 단순논리로 `약대 6년제'를 강행할 경우 의약분업 강행에서 겪은 고통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와 아울러 관련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약사회측에서만 `약대 6년제'를 바랄 뿐 의협은 물론 보건의료계 전반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반대의 이유가 타당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약계 내부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분명 반대의 뜻을 가진 사람이 있는 실정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약사정책 건의사항'에서도 약대 6년제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이며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약발특위의 의결대로 실현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약대 6년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의계 측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안'이라는 표현으로 왜곡한 채 한방관련 종합대책으로 다뤄줄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대선과 인수위 출범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약 실천'이라는 명분아래 더욱 무리하고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맞서 약계를 제외한 보건의료계 전반에서 “약대 6년제 추진은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의협을 비롯 한의계·치의계가 약대 6년제 추진에 대한 분명하고 타당한 반대논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신상진 회장은 최근 대한한의사협회 안재규 회장 및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재규 회장과의 회동에서 “대부분의 약사가 약국개업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극소수 병원 임상약사 양성을 위해 수업연한을 2년 연장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일 뿐 아니라 약사인력 양성 문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체의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약대 6년제 저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의사협회도 의협의 약대 6년제 저지에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표명했으며, 치과의사협회도 이에 동조함에 따라 `약대 6년제'라는 비현실적 공약의 철회에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동에서 신 회장이 강조했듯이, 약대 6년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불필요한 교육연한 연장에 따른 국가적 낭비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또 의약분쟁을 겪으면서 준비없이 시행된 의약분업 제도에서도 약사의 임의·불법 조제를 조장하는 교육이 시행될 경우 제2의 의료사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집계한 약사현황(2000년 12월 현재)에 따르면 총면허 약사수 5만623명(통계청 2000년/회원신고 약사 2만4,128명)의 2.8%(1,398명)만이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 취업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약사가 약국 개업(약 70%)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임상 약사 양성을 위해 수업연한을 2년이나 연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약사회 측의 주장대로 병원 임상약사 양성이 목적이라면 현행 4년제 약학대학 졸업후 의사의 전공의수련과 비슷한 형태의 졸업후교육을, 약학대학이 아닌 수련병원내에서 2년의 과정으로 수련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대안까지 제시해 놓고 있다.

또 전체 면허약사의 1.3%, 신고약사의 2.7%에 불과한 제약회사 연구원을 양성하기 위한 경우에도 기존 제약학과를 활성화하거나 대학원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의계는 약대 6년제의 추진 이유가 보다 명확해야 할 뿐 아니라 연장된 2년의 교육과정이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전제, “약학대학 교육연한 연장의 명분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한 행태이며, 한약분쟁을 통해 어렵게 시행된 한약사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경우 제2의 한약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의사협회는 이미 약발특위 공청회 직후 `약사의 전문성 확보라는 탈을 쓴 약대 6년제 시행은 한약 조제권마저 약사들이 차지하고자 하는 야욕'이라며 6년제 시행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약대 6년제 저지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한약사제도의 폐지와 한약조제권 탈취가 약대 6년제 주장의 숨은 뜻”이라며 “대다수의 개국약사를 위한 약대 교육기간의 연장은 교육비의 추가부담을 초래하고, 이는 반드시 개국약사의 조제료 추가인상을 위한 중요한 근거로 이용될 것”이라고 지적,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대 6년제는 한약학과의 한의대내 설치 또는 독립 설치와 한약관리법의 제정이 전제된 후 논의될 사안이라고 지적한 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에도 한약학과에 대한 체제 정비 및 정체성 확보 없는 약대 6년제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이 시급한 시점에서 이같은 교육연한 연장으로 배출되는 전문인력의 수가에 대한 보장이 확실치 않아 결국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약사회 측을 제외한 보건의료계 전반에서 약대 6년제를 반대하는 이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약계가 약대 6년제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교육비용 증가·건강보험 재정난 가속화 등 사회적 파장을 무시한 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무리수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할 정부는 엄청난 국민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강행한 `의약분업 시행'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체의 틀을 생각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감안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약대 6년제 실시'는 선거공약이기 때문에 무조건 실천돼야 한다는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철회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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