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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선 가다실·서바릭스 '양보 없다'
외나무다리 선 가다실·서바릭스 '양보 없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2.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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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 가격책정 방식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질병관리본부 빠르면 이달 안으로 결정할 수도
 

예상대로 '가다실'과 '서바릭스' 모두 자궁경부암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적합백신으로 선정됐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두 백신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두 백신을 단일가격으로 계약한다면 가다실측이, 지난 폐렴구균 백신 때처럼 각각 다른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서바릭스측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질본은 18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올 6월부터 접종에 들어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가다실과 서바릭스를 선정했다. 지난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NIP에 채택되면서 벌여왔던 두 백신의 경쟁이 이번 선정으로 끝났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사실 승부는 지금부터다.

질본이 자궁경부암 백신 가격책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두 백신은 냉탕과 온탕을 들락날락할 상황이다.

우선 시장에서 점유율 우위를 보이는 가다실을 출시한 MSD는 질본에 가다실을 서바릭스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다실이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HPV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기 사마귀 등도 예방하는 만큼 자궁경부암 예방만을 적응증으로 한 서바릭스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받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서바릭스를 출시한 GSK는 백번 양보해 가다실과 서바릭스를 같은 가격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사업인 만큼 자궁경부암을 얼만큼 예방하느냐는 본질적인 효과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GSK는 서바릭스 항체형성률이 가다실보다 높다는 '헤드투헤드'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예방효과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한국MSD는 항체형성률이 높다고 예방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가격책정 방식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무료로 접종되는 NIP의 특성상 더 비싼 가격을 책정받은 백신 선호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라면 가격이 싼 백신이 가격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NIP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더욱이 NIP 선정은  NIP 대상이 아닌 13세 이상 여아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을 급격히 커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으로 국내 대부분의 12세 여아가 접종받는 분위기가 13세 이상 여아의 접종 분위기를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부로부터 낮은 가격을 책정받은 백신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추가로 커질 시장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 뻔하다.

두 백신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이는 속내다.

NIP 시행 이후 '같은 질환에 단일 가격책정' 원칙을 깬 경우는 '베로세포'와 쥐뇌조직'을 이용한 일본 뇌염 사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등 단 두 번에 불과하다. 일본 뇌염의 경우 원가차이가 2배가 넘고 생산조직이 달라 같은 백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4년 선정된 폐렴구균 백신이 유일하다<표>.

칼은 질본이 쥐고 있다. 질본은 빠르면 이달 안으로, 늦어도 4월에는 백신제조사와 가격협상을 마무리하고 6월에는 접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백신 가격책정을 둘러싼 양측의 전쟁이 이제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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