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녹인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철회' 함성
한파 녹인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철회' 함성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1.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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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대표 800여명 궐기대회서 "강력 투쟁" 결의
추무진 회장 "국민건강, 환자생명 의사들이 지킬 것"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방침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함성이 겨울 한파를 뜨겁게 녹였다.

30일 의협에서 열린 "원격의료 저지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완전철폐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는 16개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지역·직역 대표 약 8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비판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다짐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안전불감증에 걸린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완전 철폐하라"고 소리쳤다.

또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실시를 공언하고 있으나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는 것만이 국민건강 증진에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표준화·과학화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행위와 한약에 국민 혈세가 새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근거가 검증된 의료행위에만 사용돼야 한다"며 비과학적인 한방행위의 급여 퇴출을 촉구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비밀리에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의 즉각적인 철수도 요구했다.

의료계 대표들은 "정부는 국민건강 수호라는 책무를 위해 법과 면허제도의 원칙을 지켜내는 본연의 역할과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향후 강력한 투쟁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국민 건강권을 무시한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국민건강 무너진다', '불도저식 원격의료, 국민안전 위협한다' 등 구호가 적인 어깨띠와 피켓을 들고 '전문가를 무시한 의료정책, 한국의료 다 망친다' 등 구호를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고, 안전성이 확보 안된 원격의료를 환자진료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사들이다. 국가로부터 의사면허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받은 권리주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반드시 국민건강을 수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사, 현대의료기 침범,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격"

또 "독도가 우리 땅인데 다케시마라고 이름만 바꿔 일본 땅이라고 어거지 쓰듯이 한의사들의 의사들의 고귀한 영역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침범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것인가?"라며 "한의사들의 면허범위를 넘어선 한방행위는 현행법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추 회장은 표준화되지 못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행위는 건강보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여화 근거를 입증하지 못한 한방행위에 대해 공동조사하고,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 및 독성검사 의무화도 보건당국에 촉구했다.

추 회장은 "한의학연구원에 낭비되고 있는 수조 원의 혈세를 의과 임상학문 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한의약 육성정책을 폐기하고 의료 육성정책을 입안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가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는 시대적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무장하자.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을 우리 의사들이 지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의료계 투쟁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이광래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정책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경제 논리로 원격의료를 밀어 붙이고, 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의료전문가인 의사 입장에서 절대 방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존재하지도 않는 용어인 양의학·양의사·양방 등 용어를 사용해 의사를 비하하면서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영역이 아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한의사는 의료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계에 편중된 불합리한 정책을 펼치는 한의약정책관을 폐지하고 의료관련 주무부서인 보건의료정책관에서 한의학에 대한 모든 업무를 관장케 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한의사가 행할 수 있는 한방의료의 범위를 침과 뜸 등 전통시술에만 국한시켜 명확히 할 것도 요구했다.

 

"전면 파업 등 모든 수단 동원해 막아낼 것"

이 위원장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전문가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잘못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의료계는 전면파업을 비롯한 모든 투쟁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계 대표자들의 각성과 노력을 당부했다. 임 의장은 "지금은 대표자들이 중심을 잡고 전체 회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하는 절체절명의 중대한 상황"이라며 "그동안의 의협과 대표자들의 역할에 많은 회원들이 실망하고 지쳐있다.

이제는 회원들의 정서에 부응하고 회원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모두 비대위 활동에 협조하는 마음이며 회원들과 함께 전적인 투쟁을 제대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오늘 대회를 계기로 결단력 있게 용감하게 행동하는 집행부로 거듭나 달라"고 주문하고 "이제는 강도 높은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투쟁이 없는 협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대거 참석해 현 상황에 대한 높은 위기의식을 보여줬다. 특히 전공의들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과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지금까지 의사들은 어떤 전투에서도 크게 승리한 적이 없다. 언제까지 후배들에게 패배의 역사만 넘줄 것인가"라고 묻고 "전공의협의회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선배들도 끝까지 함께 가주길 바란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의대생들 "잘못된 의료정책 저지에 동참하겠다"

미래 의사인 의대생들도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함께 했다. 박단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의대생들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노력이 그릇된 정책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들의순수한 마음이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전국 의대생들은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을 저지하는데 동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정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는 정부의 한방육성 정책을 비판했다. 이 위원은 "국가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한의약 육성발전을 추진하면서 2011~2015년까지 1조 99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한방 시장을 10조원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의사를 의료인에서 제외시키는 법적·정치적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정책이 의사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정부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찾을 것이라 호도하지만,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의원급은 대형병원과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원격의료가 시행돼 개원가가 몰락하면 많은 간호사와 직원들이 직업을 잃게 되는데 어떻게 일자리가 창출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행사장에는 의협의 투쟁 역사를 조명하는 동영상과 한의사협회장의 불법 골밀도진단기 시연의 문제점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면적인 의사 파업 투쟁으로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이스라엘의사회 리아 와프너 사무총장이 의사투쟁의 당위성을 주제로 한 동영상 메시지가 상영돼 관심을 모았다.

 

이스라엘의사회 사무총장 "의협 투쟁 옳다"

리아 와프너 사무총장은 "의학과 한의학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의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의협의 투쟁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맞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결국 국민은 의사를 믿을 것이며 국민을 위해 의사들이 힘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사회적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같은 의사로서 잘 이해한다"며 "의협이 세계의사회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힘든 시간을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자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 수 십여명의 회원들은 행사장 뒷편에 선채로 끝까지 대회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소속 약 20명의 회원들은 행사장 한켠에서 의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으며, 궐기대회가 마무리될 무렵 발언권을 요구하며 단상에 올라와 행사 진행자들과 몸싸움을 벌여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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