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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료기 써도 되는지 한의대 교육·국시 검증하자"
"현대의료기 써도 되는지 한의대 교육·국시 검증하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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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지목당한 허대석 교수 "서부극 찍나?"
한방 항암제·암치료 검증 필요...정부 직무유기

▲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한의대 교육과정과 한의사 국가시험을 검증해 보자"고 했다. ⓒ의협신문 송성철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쓰겠다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쓸 수 있는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부터 받아야죠."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한의사들도 초음파·X-ray·혈액진단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요구에 대해 "운전을 배웠고 잘하니까 운전면허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운전도 필기와 주행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주듯이 한의사도 시험이라는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출범과 함께 초대 원장을 맡아 과학적 근거를 잣대로 의료기술을 평가함으로써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국민건강을 향상한다는 NECA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허 초대원장 재임 당시인 2010년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관련 최종보고서를 통해 카바수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것을 비롯해 눈 미백 수술·글루코사민 등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발표하며 의료기술의 과학적 평가 기반을 다졌다.

"의료기기는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기인 만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더 엄격한 평가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한의대 교육과정과 내용은 물론 한의사 국가시험 내용도 공개해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검증받아야 합니다."

허 교수는 "정부가 국가시험이라는 검증과정을 거쳐 면허를 부여하고 있듯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검증받지 않고 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한의사의 면허외 의료행위인 골밀도검사를 진행하면서 종골이 아닌 아킬레스건 주위를 잘못 검사했다. T-Score가 -4.41로 나오자 골감소증으로 진단한 뒤 골수보충치료를 해야 한다는 처방까지 내렸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골밀도측정 공개 시연을 통해 '평가'와 '검증'을 받지 않은 채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그는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29세 남성의 골밀도를 측정한 후 T-Score가 -4.41로 나오자 골감소증으로 진단한 뒤 골수보충치료를 해야 한다는 처방까지 내렸다.

의학계는 이에 대해 29세 남성에게 Z-score가 아닌 T-score 수치를 본 점, 발 뒷꿈치 뼈인 종골(calcaneus)을 검사해야 함에도 발목 부위 아킬레스 주위를 검사한 점, T-score -4.41을 골감소증으로 진단한 점 등 여러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장(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은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골밀도 진단 방법과 부위, 처치 내용, 결과 값 해석 등 A부터 Z까지 모두 틀렸다"고 평가했다. 양 회장은 "-4.4 정도면 85∼90세 할머니 중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값"이라며 "엉뚱한 곳에 젤을 잔뜩 발라놓고 측정해 말이 안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검증(면허시험) 거쳐야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은 임상시험이라는 '검증' 과정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기술도 마찬가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받습니다."

허 교수는 "'암'은 현미경을 발명하고, 세포의 형태를 관찰하게 되면서 불과 100년 전에 의학계가 정립한 개념"이라며 "한의계는 2200년 전에 집필했다는 중국의 <황제내경>이나 400년 전 <동의보감> 등을 비롯한 전통의학서를 근거로 암 치료법과 항암 한약재를 암 환자에게 적용해 완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장일 뿐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약제제는 전통한의학서에 처방이나 치료법이 적혀 있으면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면제, 검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새로운 침술이나 파동요법의 효과를 학술지나 논문을 통해 주장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주장이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공인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모든 국가가 치료효과를 검증하도록 규제하는 이유는 사람에게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효과는 좋은 데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별로 없다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허 교수는 "효과가 좋다고 주장하는 1만 개 후보 물질 중에 검증을 통과할 확률은 1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새롭게 배합한 한방 항암제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면허증만 갖고 있다고 이러한 검증절차를 면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방 항암제를 놓고 효과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10년 넘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허 교수는 "항암 효과를 주장하는 한방 항암제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필요한 법이나 제도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평가하고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자단체연합회의 넥시아 검증 요구에 대해 힘을 실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한국신장암환우회·한국GIST환우회·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암시민연대·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등이 참여하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는 한방 항암제 넥시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넥시아 효능과 관련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보건의료정책실장 산하에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NECA에서 넥시아에 관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 '천연물 항암제 투여 암 환자 215명 후향적 임상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넥시아의 의학 버전인 '아징스'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해 넥시아 효능 논쟁을 종식해 달라고 요구했다.

효과 있다고 주장한 의약품 중 검증 통과한 것 1개 불과...한방 항암제·한방 암치료 검증받아야

▲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는 "항암 효과를 주장하는 한방 항암제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의협신문 송성철
대한암환우협회를 비롯한 일부 환자단체에서 허 교수와 방영주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4기(내과 암) 수입 항암제의 암 완치 여부와 최원철 교수의 넥시아치료를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항암제를 비롯한 의약품은 법에 따라 동물실험을 비롯한 전임상은 물론 임상 1상에서부터 3상까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해야 한다"며 "식약처를 통해 공개하라고 요구해야지 왜 개인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냐"라며 "환자단체라는 곳에서 요구하는 것은 서부극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4기암'·'진행암'·'말기암'이라는 용어가 혼재돼 있어 환자들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허 교수는 "'진행암'은 재발이나 전이가 됐어도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로 생존 기간의 연장이 가능하지만 '말기암'은 치료를 해도 반응하지 않고, 생존 기간의 연장을 기대할 수 없으며, 대개 남은 수명이 6개월 이내로 예측돼 임종단계에 접어든 암을 의미한다"면서 "1∼3기뿐만 아니라 타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한 4기 진행암이라도 치료하면 일정한 비율은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잘못된 정보로 4기암을 말기암으로 오인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엉뚱한 요법에 매달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많은 4기암 환자가 완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SCI 논문에 효과가 좋다고 발표하는 것은 하나의 주장일 뿐 주장이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식약처나 NECA의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말기암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주장은 곳곳에 널렸지만 정작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사실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넥시아를 비판하다 징역 6월형(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한정호 교수에 대해 허 교수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비판했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검증을 받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이는 보지 않고 말꼬리를 잡아 명예훼손으로 징역형 처분을 했다"며 "보건당국의 직무유기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대신 희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갖 건강과 치료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거짓·허위 정보가 난무합니다. 이를 잘 걸러서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잘못된 요법에 매달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효과 없는 요법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은 공공의 주된 관심사임에도 허위 정보와 치료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언급한 허 교수는 "NECA가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처럼 국민건강에 영향을 주는 의료기술을 주도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과 조직을 키움으로써 국민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거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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