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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의학 배우면서 한의학적 기준 본적 없다"

"진단검사의학 배우면서 한의학적 기준 본적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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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현 교수, "한의사 혈액검사기 통한 의료행위 안된다"
"진단검사의학, 안전성·유효성 입증된 근거중심의학" 강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의료계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혈액검사기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환자의 검체검사는 명백한 의학에 기반한 의료행위이며, 검사과정뿐만 아니라 검사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학회는 한의학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검체검사를 하는 것도 문제이며, 이것을 해석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현행 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의사들이 혈액검사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엄태현 진단검사의학회 보험정책이사(인제대 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를 통해 들어봤다.<편집자>

엄태현 보험정책이사
Q. 한의사들이 혈액검사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한의학에서 혈액검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한의학적 이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의사들이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인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의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2014년 3월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적으로 수치화되어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보건복지부는 자동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자동혈액검사기로 한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검사할 수 있는지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7월 보건복지부는 '한방의료행위로서 혈액검사의 의미는 한의사가 한방의학적 이론에 근거해 혈액의 점토, 어혈 상태를 살펴 진찰·치료·연구 목적으로 한 한방의료 영역의 검사를 의미한다. 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고 답변을 한 바 있다.

따라서 한의사들이 혈액검사기를 통해 적혈구 및 백혈구 수치, 간수치 등 현대의학적 검사를 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것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진단검사의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질 관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검사과정과 검사결과를 해석하는 것 모두 질관리 차원에서 중요한데, 의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이를 환자 진료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Q.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질관리가 강화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검체검사 과정 및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해석은 질관리와 밀접하다.

진단검사의학은 주로 검체검사이다. 의사가 의학적 진단을 할 때 검체검사가 70%의 역할(진단을 할 때 70% 정도의 정보를 준다)을 한다.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해주면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검사결과를 해석할 때 기준치(참고치)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어떤 수치가 나왔을 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참고범위에 대한 기준을 설정할 때 그동안 진단검사의학에서 한의학적 관점에서 정한 것이 한번도 없다. 의학적 기준만 적용했다. 한의학적 기준이 명확한 것이 있었다면 진단검사의학을 공부하면서 배웠을 것이다.

만약 참고기준이 없다면 검사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검사결과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보자. 한의학에서 당뇨의 진단 기준은 의학과 분명히 다를 것이다. 만약 의학과 한의학에서 정한 기준이 같다면 의학과 한의학이 뭐가 다른 것일까? 지금까지 의사생활을 하면서 한의학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한의학에서 혈액검사기를 사용해 검사를 하고 환자를 진료한다면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의학과 무엇이 다른지를 먼저 정확히 얘기하고 자신들의 기준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Q. 얼마전 한의사협회 회장이 골밀도측정기를 직접 시연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의사협회장이 골밀도검사 시연을 하면서 얘기한 것을 보자. 의학에서 얘기하는 수치를 사용하면서 진단을 내렸다. 이것은 의학이다. 분명히 한의학적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없는 상황에서 골밀도 시연을 하고 의학적 수치 기준으로 진단을 내린 것은 문제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 막연한 얘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의학처럼 진단검사의학이라는 분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사와 관련된 학문 분야가 정립되어 있지도 않은데 무슨 검사를 하고 진단을 내리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최근 학문은 근거중심의학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것만 신의료기술이 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이 됐으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을 때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인데, 한의학은 그러한 증거(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얘기해야 한다. 그러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진단검사분야는 검사과정과 결과해석에 대한 질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다. 검사결과가 얼마나 안전하고 유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 관리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Q.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의료행위라고 보는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안과 등 장비에 대해 논란이 커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혈액검사기기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갑자기 한의사가 혈액검사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얘기가 나와서 놀랐다.

엄연히 진단검사의학은 의과 진료의 한 과목이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서 검사를 하는 것은 의과의 의료행위이다. 이를 한의사가 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의사들이 검사결과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자동혈액검사기를 통해 어혈 상태 등만 보겠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Q.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들에게 당장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이다.
검사에도 질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일기예보를 예를 들어보자. 내일 비가 온다 안온다가 아니라 비가 올 확률이 몇 퍼센트다 라는 식으로 발표된다.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예측이 매우 정확해졌다. 진단검사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얻어진 검사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지이다.

국민들은 건강검진을 통해 검사결과를 많이 접한다. 그런데 그런 수치를 보면서 그대로 참값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참값은 얻어진 수치가 아니라 얻어진 수치를 중심으로 한 어느 정도의 범위 속에 확률로서 존재한다. 그 범위의 폭이 바로 검사의 질이다. 그래서 질관리가 잘 된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검사결과를 얻으려면 잘 관리된 시약과 장비뿐 아니라, 올바른 검체를 제대로 채취해야 하고, 숙련된 검사자가 검사를 실수 없이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적으로는 검사결과를 참고범위를 기준으로 해 정확히 해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질 관리를 해야 한다.

혈액검사를 한의사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을 보면서, 진단검사의학 분야가 너무 가볍고 쉽게 생각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학회 차원에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기만 꽂는다고 기계가 알아서 검사결과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

Q. 학회에서 진단검사의학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 궁금하다.
학회에서는 오히려 질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검사실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안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보건의료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제도화 방안 연구' 인데 법을 제정해서 굉장히 강력한 질관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의료기관만 개설되면 검사실이 특별한 절차 없이 의료기관에 소속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검사실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하자는 것이다. 검사실에 대한 질 관리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 초안이 나왔는데 메르스 사태로 공청회는 열지 못했다. 학회에서 초안 만들어서 보고서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의학은 국민건강을 위해 검사에 대한 질 관리를 더 강화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검체검사는 질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정확한 근거증심의학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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