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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 88.4%,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
"자살자 88.4%,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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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15년 '심리부검' 결과 발표...음주·경제문제 등 복합요인 작용
자살 경고신호·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확대, 유가족 심리지원 등 필요

자살자의 88.4%가 자살 전 우울증 등을 앓는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고, 자살 전에 자신들의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만, 가족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6일 '2015년 자살자 심리 부검(psychological autopsy)'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자살 사망자들은 사망 전 어떠한 형태로든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가족들 대부분이 이러한 경고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리 부검은 가족·친지 등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일정 기간의 심리적 행동 변화를 재구성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심리 부검 분석 결과, 자살 사망자들은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주변 정리, 수면상태 변화 등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음주,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복합적으로 경험할 때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세한 심리 부검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자살자 사망유형은 우울증 미치료군, 문제 음주군, 정신건강-경제문제 동반군 등 3가지로 분석됐다.

심리 부검 대상자(121명) 93.4%가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냈으나, 유가족의 81.0%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대상자 88.4%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나 꾸준히 치료를 받은 비율은 15.0%에 불과했다.

사망 당시 음주 상태인 자살자 39.7%, 음주로 인한 문제 발생자 25.6%, 가족의 알코올 문제 비율 53.7%로 우리나라 자살문제는 음주 문제와 특히 깊은 관련성 보였으며, 심리 부검 면담을 시행한 유가족의 88.0%가 면담 후 대인관계 회복, 고인 없는 삶에 대한 수용 등 긍정적 변화를 체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사망자의 93.4%가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 신호를 보였음에도 유가족의 81.0%는 자살자의 사망 전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 자살 경고 신호에 대한 교육 등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부분의 자살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심리 부검 대상자 중 사망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사망자는 전체의 25.1%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복통 등 신체적 불편감이나 수면 곤란 등에 대한 대증적인 치료를 위해 1차 의료기관, 한의원 등에 방문했던 경우(28.1%)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동네의원에서 자살 위험과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를 할 수 있도록 1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망자 본인 외 가족이 과다 음주, 주폭 등의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53.7%로 매우 높은 비율을 보여,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알코올의 해로운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부연했다.

유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지원도 필요
보건복지부는 자살률을 낮추는데 유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애도 개입이나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사망자 생존 당시 가족 중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 비율이 28.1%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자살자들 역시 가족을 자살로 잃은 자살 유가족이었음을 고려할 때, 자살 유가족에 대한 애도 개입과 적극적인 심리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심리 부검에서 유가족에게 심리 부검 면담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응답한 유가족의 88.0%가 심리 부검 면담 이후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대답해다"면서 "심리 부검은 사망원인에 대한 분석 뿐 아니라 유가족 면담을 통해 고인의 죽음을 객관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막연한 죄책감과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건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심리 부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세심한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심리 부검을 확대 시행해 자살원인에 대한 분석을 지속해서 시행가고,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 국민 정신건강증진, 우울증 등 정신질환 조기발견·치료 활성화 및 자살예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중장기적인 범부처 차원의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2월 중 수립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심리 부검은 중앙심리부검센터(센터장 김현수)에서 광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경찰청, 기타 관계기관과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살사례에 대한 분석을 한 것으로 자살사망자(121명)의 유가족(151명)을 구조화된 심리 부검 조사도구를 통해 면담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다.

심리 부검 대상자들은 2015년에 중앙심리부검센터로 광역 정신건강증진센터, 경찰 등을 통해 의뢰됐거나, 유가족이 직접 심리 부검을 의뢰한 자살사망자들로, 전체 대상자 121명 중 2015년에 사망한 사람이 56명(46.3%)으로 가장 많았고, 2014년 사망자 19명(15.7%), 2013년 사망자 19명(15.7%), 2012년 이전 사망자가 27명(22.3%)이었다.

또한, 이번 심리 부검은 20세 이상의 성인을 분석했는데, 20대 18명(14.9%), 30대 26명(21.5%), 40대 27명(22.3%), 50대 27명(22.3%), 60대 이상 23명(19.0%)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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