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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21:27 (목)
"소통하고 배려하면 '소음'은 묻힌다"

"소통하고 배려하면 '소음'은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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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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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②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이지호 교수(울산의대 직업환경의학과)

 

▶ 층간소음 ◀

소리란?
인간은 이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엄마의 목소리·움직임·숨소리·소화 과정을 듣는다. 태아가 듣는 소리는 자연적 현상이다.

▲ 이지호 교수(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울산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소리는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화하고, 칭찬하고, 위로하고, 때로는 위험을 소리로 알아차리기도 한다. 소리는 즐거움의 원천이고 정신기능을 촉진하기도 한다.

소리(sound)와 소음(noise)의 차이는?
소리와 소음의 구분은 주관적 측면이 있어 간단하지 않고 경계도 모호하다. 소음은 '소통을 방해하는 원치 않는 소리'로 정의할 수 있다. 소리의 본질은 사람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소리가 소음으로 바뀌는 명확한 물리적 기준(데시벨·dB)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원치 않거나 해로운 소리의 부정적 영향을 '소음 영향'이라 한다. 하지만 어떠한 소리도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고, 심지어 괴로움을 줄 수도 있다. 명작 클래식 음악도 수험생처럼 집중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소음은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을 "기능 장애나 부가적 스트레스의 보상능력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환경요인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생체의 형태와 생리 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소음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음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화방해·수면방해·스트레스 증가·지속적 집중방해·복잡한 계산 및 판단 능력 저하·공격성향·아동의 학습능력저하·우울증 등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감수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음의 물리적 노출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40dB(A) 이상이면 수면의 깊이가 낮아지기 시작하고, 50dB(A)을 넘으면 호흡 및 맥박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며, 60dB(A)이 넘으면 수면장애가 시작되고, 70dB(A)이 넘으면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80dB(A)을 넘으면 청력장애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층간 소음이란?
층간소음이란 다세대 주택 및 아파트 등 공동주거 공간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 공해이다. 아이들 뛰는 소리, 발걸음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가구 끄는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TV 소리 등이 그 예이다.

층간소음은 가볍고 딱딱한 경량충격음, 무겁고 충격이 큰 중량충격음, 그리고 기체를 통해 전달되는 가벼운 소리인 공기전달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는?
층간소음은 도시화 및 산업화로 주거양식이 아파트 등 공동주거 형태로 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노출되는 환경오염원이 됐다. 층간소음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쾌적하게 살고 싶은 개인적 욕구에 반하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이 크다.

직장 등 공동 공간이 아닌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측면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에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던 층간소음이 최근에는 환경민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음피해 민원을 분석해보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는 저녁시간(18~22시) 48.5%, 밤(22∼05시) 31.9%, 낮(08∼18시) 15.3%, 아침(05∼08시) 4.3% 순으로 많다. 대부분 저녁과 밤에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방해를 받는 일상생활은 휴식 42%·독서(공부) 28%·수면 24%·TV 청취 3%·대화 3% 순으로 나타났다. 휴식과 공부·수면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할 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층간소음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들 뛰는 소리(73%)· 망치질 소리(4.7%) 등과 같은 인적요인과 화장실 물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과 같은 건물의 구조적 요인, 그리고 이를 예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제도적 요인 등이다.

인적 요인은 소통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구조적 요인은 개인이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구조적 문제는 국내 아파트의 85%를 차지하는 벽식구조 아파트가 실내소음 차단에 취약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에서 바닥두께(150∼210mm) 또는 바닥충격음 기준(경량 58dB, 중량 50dB)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됐다.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의 부재도 층간소음 분쟁의 주요 원인이다. 이기주의적 사고와 이웃 간 소통 부족도 층간소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층간소음을 규제하는 기준이 없어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층간소음 분쟁 시 극단적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소음에 대한 반응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소음을 피하거나 제어할 수 있으면 소음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파트 옆집에서 음악이나 TV 소리가 크게 나고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나는데, 소음 유발자에게 항의를 해도 해결되지 않으면 분노가 치밀고 스트레스가 급증한다.

반면에 항의를 즉시 받아주거나, '아이들이 많으니 참 좋겠다' '아이들이 많은 집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소음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제로(zero)상태를 추구한다면 그 자체가 노이로제가 될 수 있다.

소음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잘 표현한 글이 있다. "소음이 삶의 모든 면을 지배하게 되면 걸을 때나 잠잘 때조차 소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게 된다.

소음 피해자는 소음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게 되며,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괴짜의 지나친 반응으로 묵살되기도 한다. 살인은 이 과정의 마지막 반응이다. 나는 소음만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층간소음의 해결방안은?
최근 정부는 층간소음 관련 법규 및 제도를 개편해 소음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규제기준을 마련했다.

주요 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환경부령 제559호, 국토교통부령 제97호, 2014.06.03. 개정) 제3조 층간소음의 기준에서 직접 충격음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3dB, 야간 38dB, 그리고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dB, 야간 52dB로 규정했다. 공기전달음의 경우 5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5dB, 야간 40dB로 규정했다.

등가 소음도는 1분과 5분 측정 중 높은 값을 기준으로 삼고, 최고 소음도는 1시간에 3회 이상 초과하면 기준을 넘는 것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등가소음도는 일정시간 동안 변화하는 소음(예:교통 소음) 에너지의 평균을 의미한다.

하지만 처벌수준은 경범죄에 해당하는 벌금 3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42∼162만원, 독일 630만원, 영국 12∼16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근 환경부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외에 2012년부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개설해 층간소음 분쟁을 절차와 합의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층간소음은 주거양식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형식으로 변하면서 피할 수 없게 된 시대적 산물이다.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시되고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느 정도의 소음발생은 피하기 어렵고,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법적·사회적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거주자가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욕구와 상반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몇 가지 해결방안이 있다. 첫째 이웃 간 소통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웃 간 왕래가 잦다보니 이웃집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성향까지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소음은 주관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면을 고려할 때, 자주 만나고 인사하면 소음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고, 폭언이나 폭행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웃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잠깐 동안의 소음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동안 참으면서 이웃의 배려를 기대하다 어긋나면 실망과 분노가 생긴다. 아이가 집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소음차단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을 지을 때는 소음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발전된 공학기술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층간소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지은 후 거주자끼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층간소음 문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배려의 문화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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