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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빛 노출이 우리 몸을 망친다"
"과도한 빛 노출이 우리 몸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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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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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①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조용민 교수(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 침입광의 예. 골목길의 가로등에서 방출되는 빛이 건너편 주거공간에 침입하고 있다. 빛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창문 상단에 차단 갓을 설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례 2) B씨는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

생활의 필수 동반자 인공조명, 하지만 너무 과하면?

▲ 조용민 교수(·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빛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구가 발명된 이후 인공조명은 인류에게 밤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인공조명을 포함해 모든 빛은 과도하게 노출되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빛이란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양을 초과한 모든 경우를 의미하며, 이는 공해이다.

인공조명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빛공해'라 한다. 내가 원치 않는 '소리'를 '소음'이라 하듯, 내가 원치 않는 빛 역시 '(빛)공해'가 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도시 지역의 지나친 광고조명, 특히 네온사인과 같은 거리의 조명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거나, 침실로 새어 들어오는 원치 않는 빛으로 인해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면 빛공해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도시 지역에 만연한 빛의 군집은 주변 환경을 밤에도 환하게 만든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밤에 하늘이 밝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빛이 하늘로 산란했다'고 하며, 밤 하늘의 별을 관측하기 어려워지는 '스카이 글로우(sky glow)'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A씨의 사례처럼 외부의 빛이 주거생활공간으로 새어 들어오는 경우를 '빛의 침입(light trespass)'이라 한다. <그림 왼쪽>은 가로등 혹은 이웃 집의 조명이 나의 주거생활공간으로 침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오른쪽>는 집이 주차장이나 간선도로에 위치한 경우, 자동차 불빛이 새어 들어오는 경우이다. 또한 밀집상가지역 근처에서 네온사인 같은 광고조명이 생활과 휴식,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과 식물이 원치 않는 빛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농경지의 밝은 빛은 농작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가축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동식물이 받은 빛공해 스트레스는 다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여름철에 낮과 같이 환한 도시에서는 밤에도 매미들이 울어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은 밤에 잠을 설칠 수 있다. 실제로 밝은 조명 하에서는 야간의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럽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빛공해는 이 외에도 다양한 건강피해를 야기한다.

과도한 인공조명 노출,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상의 유기체들은 낮과 밤의 주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를 생물학적 리듬이라고 하는데, 인체는 생체시계에 따라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간다.

인체는 밝은 낮에 활동하고 어두운 밤에 잠자는 리듬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만약 이러한 생체 리듬이 깨지면 다양한 건강피해를 입게 된다.

빛공해로 인한 건강영향은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과 같이 어두운 환경조건에서 만들어지고,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합성이 중단된다. 즉, 생체리듬이 교란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항산화물질 생산이 중단돼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야간에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멜라토닌 합성이 억제돼,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리듬과 큰 관련이 없는 다른 암들은 밝은 지역과 어두운 지역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빛공해가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암시한다.

국내 연구진도 야간 수면 시 그리 강하지 않은 약한 조명하에서도 수면 질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수면의 질 저하는 빛이 일으키는 각성 효과로 인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A씨 사례에서와 같이 침입광으로 인해 수면에 방해를 받게 되면 이는 결국 다음 날 낮 동안의 활동에도 지장을 준다. 빛공해가 심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은 비만과 소화장애를 갖는 경향이 있고, 심장과 혈관 역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주차장이나 교차로 근처에 위치한 가정에서는 자동차 불빛이 종종 새어 들어올 수 있다.

빛의 어떤 속성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까?

원치 않는 빛으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없다면, 여러 가지 건강피해를 입게 된다. 밤에 침실의 밝기뿐만 아니라 빛 노출 시간 역시 중요하다.

낮과 밤 주기와 같이 빛 노출도 일정한 주기가 있는데 이 주기가 흐트러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빛 노출 주기가 불규칙 해 생체리듬이 교란되고 이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빛에 노출되는 시간도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낮 동안의 빛 노출량보다 잠들기 전에 빛에 노출됐을 때 수면영향이나 생체리듬 교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조명에서 나오는 빛의 특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빛은 고유의 색상과 온도를 갖고 있는데, 파장이 짧은 청색광은 각성을 야기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 TV 등은 강한 청색광을 방출하며, 잠들기 전에 이러한 청색광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청색광은 학습이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수면과 휴식에는 해로운 빛이다. B씨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습관은 청색광 노출을 늘려 수면장애를 야기했고, 인공조명의 피해사례라 할 수 있다.

빛, 올바로 사용하기

현대인들은 생산적인 활동, 혹은 편의를 위해 빛을 사용한다. 하지만 생산성을 위한 빛과 휴식을 위한 빛은 다르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활동을 할 때와는 달리, 휴식을 취할 때는 너무 밝은 빛을 지양하고 온화한 계열의 빛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을 잘 때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침실을 최대한 어둡게 유지해야 하며, 잠들기 전 불필요한 조명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목길과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는 치안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곳에만 빛이 비추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빛이 하늘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는 하향등이 설치돼야 한다.

빛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은 밤하늘의 별을 되찾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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