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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 의료사고, 정부가 100% 부담해야"
"불가항력 의료사고, 정부가 100% 부담해야"
  • 박소영 기자 young214@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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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부·의료기관 7대3 부담...내년 4월 조정
의료계 "잘못된 제도" 환자 단체 "없는게 낫다"

 
현재 정부와 의료기관이 7대 3으로 부담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장 재원 분담비율이 내년 4월 초 조정될 예정이다. 의료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비율을 검토해 2016년 4월 8일까지 조정 혹은 유지해야 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산부인과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11년 시행됐다.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 뇌성마비 등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를 보상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의 고충을 해결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의료진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담금을 내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현행 법의 불합리함을 호소하며 헌법 소원을 제출한 상태다. 법 제정 당시에도 분담비율로 국가대 의료기관이 5대 5로 논의되던 것이, 산부인과의 지속된 반발로 7대 3으로 조정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법 개정을 앞두고 15일 열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효율적 재정 운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제도적 안정성 확보와 기존 납부자와의 형평성 유지 측면에서 현 비율이 타당하다"며 "분담비율을 조정할 만한 타당한 사유 제시에 한계가 있다. 적정한 분담비율을 도출하기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현행 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보험료 분담비율 역시 70%가 최대라며 현행 유지에 힘을 실었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은 55∼62%, 농작물재해 및 가축재해보험은 50%,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험은 15∼71%, 양식물재해보험은 7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다만 의료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분담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의료기관 종별 구분에 따라 분담금을 차등화해 의원급 분만 산부인과에 국가의 분담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되 병원급 이상은 현행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 분담금은 고정하고 재정상황에 따라 정부 출연금 비중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관의 참여를 자율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의료진 과실이 없는데도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이 제도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국가가 책임지는 게 아닌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며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통해 의료분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에 참여했던 김소윤 연세대의대 교수 역시 "이 제도는 잘못됐다"며 "처음부터 국가 부담을 생각했다. 산부인과 부담을 생각하고 의료진 무과실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잘라말했다.

김 교수는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산부인과 의사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였다"며 "이 제도로 인해 (분담금에 대한 부담으로) 산부인과 지원을 꺼리게 된다면 도입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 제정 당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분담금 비율을 다시 논의하자고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지금이라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그 누구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제도가 아니었다"며 "제도가 없어지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적립액은 2014년 7월말 기준 약 24억 5000만원, 보상금을 집행한 후는 약 22억 6000만원이다.

적립액이 수십 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3년간 총 10건(약 2억 원)에 불과한 낮은 집행 실적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도입 목적과 달리 활발히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지적에 제도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한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기본 입장은 의료기관과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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