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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특별법' 또 다른 규제 기요틴"

"'전공의 특별법' 또 다른 규제 기요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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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4일 성명서 "추가인력 확충·재정 지원 없는 비민주적 법률" 비난
"진료 공백·전문의 교육 저해·수련병원 포기 등 부작용 우려된다" 지적

▲ 박상근 병협 회장(병원신임위원회 위원장)이 10월 26일 열린 제2차 병원신임위원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진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대체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입원전담 전문의제에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대한병원협회는 4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지난 50여년간 전공의 수련교육에 매진해 온 수련병원에 대한 배려와 의료계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바람직한 입법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병협은 "전공의 수련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임에도 정부는 그동안 지원책 없이 현안 수습에 급급한 정책 추진으로 일관해 왔다"며 "전공의들이 중증난이도가 높은 필수과들을 기피하면서 의료인력 수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준수하기 위해 정부·병협·의협·의학회·전공의협의회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 중에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또 다른 규제기요틴"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병협은 "전공의 특별법은 진료공백을 채워 줄 추가인력 확충과 이에 따른 재정지원 계획도 없고, 진료공백에 대한 의료법상 책임뿐만 아니라 획일화된 근무시간 기준만 있어 이를 어길 경우 수련병원에 과도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방적인 비민주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문의 자격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필수적인 수련시간에 대한 논의를 선행해야 함에도 수련시간을 근로로 인정해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수련병원장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법률을 제정했다"며 법률 제정으로 인해 ▲환자 진료 공백 ▲양질의 전문의 교육 저해 ▲수련병원 포기 등 국민건강 관리체계에 심각한 피해가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우수한 전문의 양성을 위해 수련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수련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힌 병협은 "정부와 국회는 의학발전과 수련교육을 위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병원계가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법률 제정과 정책 입안에 대한 책무를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연간 7000∼8000억원에 달하는 수련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전문의을 양성해 왔다"며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면 한 해에 약 35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데 국가의 예산지원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수정되면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졌다"고 비판했다.

"49년 동안 전공의 수련업무를 수행하면서 비용도 부담하고,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고 언급한 이 관계자는 "정부 예산지원은 없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월간 병원동향> 최근호를 통해 지난해 전국수련병원의 경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 300∼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은 의료수익(141억 388만원)에 비해 인건비·재료비·관리비 등 의료비용(167억 2700만원)이 더 많아 마이너스 수익률 구조를 보였다. 100∼300병상도 의료수익(107억 9800만원)보다 의료비용(108억 600만원)이 더 많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수익(355억 3800만원)이 의료비용(346억 6100만원)을 앞질렀으며, 500∼1000병상도 의료수익(267억 1600만원)이 의료비용(255억 8200만원) 보다 많아 병상규모가 클수록 수익을 내고, 병상규모가 작을수록 손실을 내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병협은 외국처럼 국가에서 전공의 수련비용 전체를 지원하는 위탁 수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계는 무엇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라 부수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냐며 난감해 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병원 관계자는 "진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모자란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는 물론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과 의사수 증원 등 의료인력 양산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병원계 정책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현재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하는 PA 인력은 약 632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대형병원에서도 줄잡아 2000여명이 넘는 PA가 진료보조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 위반하는 불법이지만 전공의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외과에서공공연하게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협은 2014년 4월 1일부터 전공의 연속 수련시간의 상한과 당직수당 산정방법 등을 각 수련병원이 정해 시행하고, 이를 비치하도록 의무화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개정안'을 시행해 왔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 대상 실태조사를 벌이고, 의학회에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며 "이번 전공의 특별법 제정으로 그동안 점진적으로 추진해 온 개선 노력을 타율에 의해 추진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평의사회는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에게 36시간 연속근무와 근로기준법에 2배가 넘는 88시간의 근로착취를 합법화하는 의료계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법안"이라며 "불법적 노동 착취가 이제는 합법이 되는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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