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법안 발의·상정 등 입법활동 '봇물'
총선용 법안 발의·상정 등 입법활동 '봇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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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집단 이익 대변"...'안경사법·의대 신설법' 대표적
의료기사법 개정·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움직임도 '우려'

▲ 일명 '안경사 단독법' 제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13일 관련 이익단체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20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당수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나 특정 이익집단에 특혜를 주는 법안들을 '묻지마식'으로 발의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보건의료관련 분야에도 안경사법, 의대 신설법에 대한  '보여주기식' 입법활동이 이어지는 등 예외가 아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11월 중순 사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특정 이익집단에 특혜를 주는 법안들이 수십 건 발의됐다. 또한 기존에 발의됐지만 관계 전문가들의 이견이 있거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법안들에 대한 상정 노력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 회기가 사실상 내년 2월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입법 절차를 고려하면 입법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법안들은 사실상 발의나 해당 상임위원회 상정을 끝으로 폐기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의료 관련 분야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발의한 일명 '안경사 단독법' 관련 입법활동이 대표적인 총선용 법안 추진 사례로 꼽히고 있다.

노 의원은 지난해 9월 17일 안경사 단독법을 발의했다. 골자는 안경사에 대한 의사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하고 의료행위인 타각적 굴절검사를 비의료인인 안경사에게 허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계는 국민건강에 위해가 된다며 반대했고, 해당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로 1년 넘게 방치돼왔다. 그런데 총선이 임박하자 노 의원이 안경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하는 등 입법활동을 재개했다.

노 의원은 지난 6일과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경사법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6일 기자회견에선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안경사협회 관계자들을 소개한 바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후 안경사협회의 안경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과 입장 발표가 길게 이어졌다.

12일에는 "안경사는 안과의사보다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이익과 권익이 침해당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하고 역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대한의료기사단체협의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긴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노 의원의 두 차례 기자회견은 사실상 이익단체들의 요구로 안경사법을 발의한 노 의원이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역시 이익단체들의 요구로 기자들이 상주하는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성명을 통해, 노 의원의 행태를 "선거를 의식해 일부 단체의 요구에 영합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의협과 병협은 "국민건강에는 안중에도 없고 안경사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 위해법안인 안경사법 제정 촉구를 한 것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안경사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의료법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한의사·간호조무사 등 각 독립적인 여러 직종을 함께 규율하고 있고, 약사법에서도 약사·한의사·수의사 관련 사항을 함께 규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안경사법안에서는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내용 이외에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내용과 거의 유사해 개별법으로서의 특이성 부족해 보인다"며 안경사법 제정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고성)이 발의한 공공의 양상을 위한 국립의대 신설법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 혜택을 주는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공공보건의료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고, 공공보건의료의 교육·연구와 진료를 위한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을 설립·운영토록 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의 모 대학과 순천시가 이 의원 법안 발의 전부터 순천에 의대를 설립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의 법안이 제정될 경우 사실상 신설 의대가 순천에 설립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특정 지역에 특혜가 돌아갈 가능성이 많은 법안에 대해 심의할 수 없다며 당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줄곧 의대 신설에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던 보건복지부의 장관이 갑자기 국회에서 의대 신설 찬성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정 이익집단들의 반발로 입법추진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요양기관단체 간 수가협상 결렬 시 건보공단 재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별도의 중립적인 조정기구에서의 협의를 통해 수가를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하루 만에 발의를 철회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던 일부 의원들이 동반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법안 철회에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런 총선을 앞둔 국회 주변의 현상에 대해 모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과 국회 회기가 종료되기 직전에는 매번 총선용 법안들의 발의와 입법 추진이 활발해진다"면서 "표가 목숨 줄인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앞두고 이익단체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인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개정되거나 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법안들을 표를 의식해 쏟아내는 것은 입원권 낭비 나아가 남용이 될 수 있는 만큼,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 의료계 인사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단체나 세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서 특혜 법안을 발의하거나 추진한다지만, 그런 특혜 법안이 입법화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직역에서는 법안 입법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와 추진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안경사법과 의대 신설법 이외에도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단체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의료기사들의 단독 개업의 실마리가 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 입법 추진하고 있으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법제화하기 위해 대국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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