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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 추진
'무소불위'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 추진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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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옹호 복지부장관, 기재부·산자부 출신 차관·국장 임명
박 대통령은 원격의료·의료산업화 역설...야당 "강력 대응" 경고

의료계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료를 산업화하기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격의료 특허 소유자인 의료인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을 임명하더니, 곧바로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했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정책국장을 산업자원부 출신으로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회에 원격의료 추진 근거를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분야 등 주요 서비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기관·제약회사·의료기기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의료산업을 대표적인 고용창출과 미래 신성장동력을 이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으면서 각종 관련법을 입법화를 추진함과 동시 관련 예산도 크게 증액해 편성했다. 야당은 이런 정부의 국정운영을 의료민영화 행보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했다. 의료계 역시 일련의 정부의 행보가 의료의 공공성을 헤치는 의료산업화라며 절대 동의할 수도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야당과 의료계의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의료산업화 행보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물론 보건산업정책국장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교체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 옹호 복지부장관, 기재부 출신 차관 임명

정부의 의료산업화 추진 노력이 재점화된 것은,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하고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소유한 의료인 출신 정진엽 장관을 임명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4일 장관에 내정된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 장관은 "원격의료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유용한 수단이며 우수한 의료인력과 IT를 융합해 의료서비스가 닿지 않는 도서 지역, 군부대, 해양, 교정시설 등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의료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격의료는 의료영리화와 거리가 멀다. 원격의료도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운영될 것이므로 진료비 부담 증가나 '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을 불러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 원격의료 허용이 의료영리화에 따른 진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지적도 일축했다.

국제의료지원법 제정에 대해서도 "해외환자 유치는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높은 부가가치와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제의료사업의 체계적 종합적 지원을 위한 조속한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으며,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만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0월 19일 장옥주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교체된 방문규 차관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예산전문가로 임명 당시 의료계와 야당의 우려를 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의료계의 강력하게 반대해온 원격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제의료지원법 제정, 외국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영리병원 설립 허용 등 의료산업화 정책 추진에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보다 기재부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제도화 예산 대폭 증액

이러한 일련의 보건복지부 인사는 원격의료 관련 예산의 대폭 증액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원격의료 제도화 구축 예산을 대폭 증액해 편성했다.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원격의료 제도화 구축 예산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 예산 등 총 3억 5000만 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은 지난해 대비 8억 5300만 원 증액된 12억 300만 원이 계상됐다.

내년도 원격의료 관련 예산은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조사연구 및 해외진출지원(12억 300만 원) 및 취약지 응급환자 원격협진 네트워크 구축(8억 6000 만 원) 등 20억 6,000만 원을 포함해, 국방부(군 장병 대상 원격의료, 1억 3000만 원), 해양수산부(원양선박 선원 대상 원격의료, 11억 원), 법무부(교정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2억 8000만 원) 등 총 35억 7000만 원 등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26일과 27일에 이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된 원격의료 관련 예산의 삭감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용익 의원을 필두로 남인순, 안철수, 양승조, 인재근 의원 등은 원격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기존 연구와의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예산 12억 300만 원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비호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제44조)에 따라 보건의료제도 도입을 준비하기 위한 예산이라며 기존 사업은 계속 사업으로 지속 추진할 것이며 증액 예산은 기술적 보안성 강화와 국내 병원 해외진출 지원 등을 위해 필요하다"며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국회에 의료법·서비스발전법·국제의료지원법 통과 요구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국회에 의료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이른바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제의료지원사업법 등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간절히 요청드린다"라며 호소의 형태를 취한 발언이었지만 해당 법안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3년째 보건복지위원회에 묶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희망을 잃어가는 우리 청년들이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국제의료사업법도 언급하며,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마음에는 여와 야, 국회와 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국정개혁과 경제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률안을 반드시 매듭지어서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거듭 국회의 처리를 촉구했다.

복지부 실무자도 산자부 출신으로 교체

박 대통령 시정연설 3일 후인 30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산업자원부 국장 출신 인사로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지난해 7월부터 15개월 동안 중동과 미국 등으로 누비며 국내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등 보건의료산업 해외진출을 위해 노력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배병준 국장을 이동욱 산자부 국가기술표준원 적정성정책국장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러자 보건복지부 내에서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산자부 국장의 보건산업정책국장 인사는 의외다"라면서 "보건복지부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탄식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2012년 기재부 출신 안도걸 보건산업정책국장 이후 이번에는 산자부 출신 국장이라니, 할 말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야당은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보건복지부 인사는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보건복지부를 압박하는 메시지"라면서 "보건의료 정책이 산업정책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야당의 대응을 더욱 강경하게 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정부의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화 추진 의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어렵게 재개된 의정협의에서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화가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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