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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뒤 민간 보건의료연구 전면 중단"

"10개월 뒤 민간 보건의료연구 전면 중단"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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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내년 8월까지 파기...유출땐 5억 과징금
김희진 교수 "코호트 연구 불가...법령 마련해야"

▲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조교수가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되면서 대학과 민간연구기관의 보건의료연구가 전면 중단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질병 발생률·사망률 등 보건의료연구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8월 16일 이전까지 연구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파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0개월 뒤 보건의료연구 전면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조교수(역학건강증진학과)는 23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주민번호처리 규정으로 인한 연구 문제점' 주제발표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김 조교수는 "내년 8월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보관하다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최대 5억원 이하의 과징금과 함께 대표자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며 "서둘러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질병 연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만성질환관리법)·국립암센터(암관리법)·보건의료연구원(보건의료기술진흥법) 등은 관련 법을 개정,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마련했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학이나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이같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힌 김 조교수는 "대학과 민간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료는 대부분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조성한 자료로 공공성을 갖고 있음에도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소중한 미래 연구자원을 10개월 뒤에는 모두 파기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교수는 "진료 예약 때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지 못하게 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는 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했다"면서 "연구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지 못하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국민에게 알려 여론을 형성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새로운 개인의료·건강정보보호법을 만들어서라도 연구 중단과 소중한 공공자료를 폐기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해청 변호사(법무법인 남산)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처리할 수 있는 경우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한 경우 ▲행정자치부령에서 정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가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주민등록번호를 정부나 공공기관 이외에는 제한하겠다는 것인 만큼 민간기관의 연구를 위해 법안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연구자가 이용하는 방안도 제3자 정보 제공 문제가 걸려있어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토론에서 신애선 서울의대 교수는 "심평원·건보공단을 비롯해 역학 연구자료를 한 데 모아 활용할 있는 공공데이터센터를 신설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며 대안을 제시했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역학건강증진학과)는 "국가가 해 주겠지라거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이함이 이같은 사태를 불렀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학회와 연구자들이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자신부터 뛰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법안을 개정하기는 어렵고, 시간도 없지만 대한민국 보건의료연구가 일시에 중단되는 해괴망칙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지 교수는 "먼저 얼마나 많은 연구자가 개인정보를 삭제해야 하는지, 삭제로 인한 피해규모는 얼마인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피해 규모부터 파악해 여론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회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좌장을 맡은 이원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공공정보에 링크가 안된다. 대안이 없다"고 밝힌 뒤 "데드라인까지 대한의학회와 함께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대한예방의학회는 23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대학과 민간연구기관의 연구 중단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대안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년 8월 이전까지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데이터를 모두 파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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