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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위기단계 올라갈수록 지휘조직 전문성 더 떨어져

감염병 위기단계 올라갈수록 지휘조직 전문성 더 떨어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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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엔 공중보건위기 업무 없어...예방의학 전문가 쓴소리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시켜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대응해야

▲ 공중보건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최보율 교수(한양의대)
현행 감염병 위기관리 메뉴얼은 감염병 위기단계가 올라갈수록 지휘조직의 전문성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보율 한양의대 교수는 22일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공중보건 위기대응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방안'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위기관리 대응 메뉴얼은 단계의 변화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국민안전처장관으로 지휘권이 이동하는 데 위기가 높아짐에 따라 감염병 관리의 전문성이 낮은 행정부서로 넘어가 위기관리의 전문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대한예방의학회와 대한역학회가 공동으로 요구한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이 필요하다는 점도 재차 거론했다. 두 학회는 "질병관리 전문가가 행정관료에 예속되고, 비전문가가 최종결정을 내리는 조직으로는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장의 지위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시도지사·경찰청장·소방청장을 비롯한 다른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면서 '청' 승격을 요구했다.

정부는 메르스 후속 조치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방역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평가인 셈이다.

최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처)으로 격상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비롯한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단계부터 심각단계까지 책임지고 대비·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청(처)으로 격상하면 감염병 뿐만 아니라 생물터러·만성병·사고·중독에 의한 공중보건 위기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 공공의료조직 강화 방안으로는 지방의료원 확대와 함께 전국 70여개 지역거점병원의 시설과 장비를 보강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개발할 것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위기 대비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메르스 사태 때 역할을 한 경기도(감염병관리본부)·서울시(감염병관리지원단)와 같은 조직을 시도 질병관리본부로 확대·신설하고, 시군구 보건소에 감염병관리과를 신설,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파악·평가할 수 있는 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최 교수는 "독립적으로 메르스 사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국가감염병관리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국가감염병관리대책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경 수안시 장안구 보건소장은 "감염병 최일선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광역·기초 지자체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권한이 없고, 위기관리 대책 수립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원기구도 둘 수 없고, 실태조사의 의무도 없다"면서 " 감염병 관리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조체계나 소통 채널 구축에 대한 조항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보건소장은 "감염병 관리를 중앙이 모두 다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의 감염병 관리 능력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과 지방의 소통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보건소장협의회를 활용하고, 보건복지부와 보건소 직원 상호 파견 근무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김 보건소장은 "중앙과 지방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메르스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6년 넘게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서태지역 보건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신영수 처장은 "에볼라나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모든 국가가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항상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20∼3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계가 나올 정도로 감염병 문제는 가벼이 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 처장은 "감염병은 이제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됐고, 국제공조 또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박기동 서태 사무처 국가지원전략국장은 "쓰라린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공중보건체계 강화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의협신문 송성철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2006년 WHO로 진출, 지난 6월 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박기동 서태 사무처 국가지원전략국장은 "합동평가단이 한국에 권고한 핵심은 감염병 발생에 대한 최적의 대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공중보건체계와 명확한 공중보건 리더십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평소 투자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중국도 2003년 사스 대처에 실패한 후 10년 동안 감염병 관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괄목상대한 공중보건의료체계를 갖췄다"면서 "쓰라린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예방의학회 총회에서는 12월부터 1년 동안 학회를 대표하게 될 차기회장에 장성훈 건국의대 교수를, 2017년 12월부터 2년 동안 학회 살림을 맡게 될 차기이사장에 최보율 한양의대 교수를 선출했다. 신임 감사에는 임현우 가톨릭의대 교수를 선출했다.

1년 임기를 마무하는 유근영 회장(서울의대)은 전임 노재훈 연세의대 교수에게 공로패를 증정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추계학회를 끝으로 전진호 신임이사장(인제의대)에게 바톤을 넘기는 이원철 이사장(가톨릭의대)은 "올해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예방의학회 회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며 "특히 민간역학조사관으로 참여해 메르스 종식을 위해 애쓴 전공의들에게 각별히 감사를 드린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 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임현술 동국의대 교수, 신영수 WHO 서태지역 사무처장, 유근영 학회장, 이원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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