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부학 교육에 대한 열정이 존중받았으면"
기획 "해부학 교육에 대한 열정이 존중받았으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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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의학 릴레이 인터뷰 (3)
이원택 대한해부학회 이사장

기초의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가.

▲ 이원택 대한해부학회 이사장(연세의대 해부학과)

위기라는 정도가 아니라 고사 직전이라고 표현해야 될 것이다. 특히 의학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해부학 분야에서는 더욱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해부학 교육 과정의 축소와 장기 위주의 블록강의에서 해부학의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으며, 연구도 단기 성과 위주로 최근 연구 경향에 따라 연구비가 집중 투입되기 때문에 기초의학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고 근본적인 해부학 분야의 연구는 소외되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교수가 되기도 쉽지 않다. 교원 공채시 연구 업적만이 아니라 기초의학 수련에 대한 가산점 도입 등 기초의학 전공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제공돼야 한다.

채용 후에도 기초의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해부학을 전공하는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앞으로 의과대학생들이 의과대학 출신 교수로부터 교육받을 기회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

의사 출신 기초의학자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 학생들 교육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은데.

임상의학이나 생명과학 못지 않게 기초의학의 연구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기초의학 분야에서 연구는 다른 분야와 동일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다른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부학 분야에서도 신경과학이나 줄기세포와 같은 최근 경향에 따른 연구들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육안해부학과 해부학 교육이다. 모든 학문이 한쪽으로만 발전하면 설사 발전을 하더라도 기형적인 발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육안해부학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기초학문은 연구비 수혜 면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임상연구를 지원하거나 타 분야와의 공동연구를 하고 있지만 연구비 배정, 연구 시설, 연구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연구 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기초의학의 발전이 임상의학의 발전에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해부학 교육 분야가 가장 문제가 많다. 현재 신임교수로 공채되는 분들의 대부분은 한 가지 분야의 연구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의학교육에 바로 투입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육안해부학 교육은 오랜 기간의 경험이 필요한 분야로 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나 오랫동안 실제 해부에 참여했던 분들만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데, 이런 분들이 신규로 충원되기 힘든 현실이 문제다.

대한해부학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근대의학은 해부학으로부터 출발했다. 4체액설, 영기론으로 대표되는 관념적인 의학 체계에서 실제 관찰에 기초한 근대의학으로의 대전환은 인체 해부로부터 비롯됐고, 지금도 의학교육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의학 교육에서 임상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체계로는 진정한 의학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또 최근에는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교육 경험이 거의 없는 비의사 교수가 신임교수로 충원돼 왔고, 현재 젊은 세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의학 교육은 안팎으로 어려운 지경에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대한해부학회에서는 해부학·조직학 등 교육의 표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실습에는 기존의 실습교재 외에 동영상교재가 개발돼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의과대학 출신 교수 인력의 충원은 매우 어렵다. 대안으로 임상전공의의 기초교수 전환을 시행하는 대학도 있을 정도이다.

대한해부학회의 최근 활동은 무엇이 있나.

대한해부학회는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주축이기는 하지만 연구 중심의 학회이다. 현재 학회지를 영문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Index Medicus, Scopus에 등재되어 있다. 최근 피인용지수도 높아져 SCI에 등재를 신청해 놓고 있다.

또 해부가 필요한 임상의 교육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해부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의사가 해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이 열리게 되면 이들의 해부 교육이 좀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건강과 인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일반인에 대한 교육에 대한 논의도 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기초의학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기초의학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거에 비해 기초의학, 특히 해부학을 전공하는 의과대학 졸업생은 극히 적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10% 미만의 교수만이 의과대학 졸업생이 될 것이다.

그 원인의 첫째는 임상 교육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의과대학생들의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것이고, 두번째는 기초의학은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만이 필요하고 연구업적을 계속 내야만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전공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급여의 차별, 진료와 치료에서 멀어짐에서 비롯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 상실 등이 문제가 된다고 본다.

의사 출신 기초과학자를 늘리려면 우선 기초의학 교육의 중요성과 의사가 더 유리한 연구가 많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하고, 연구업적만 채용이나 평가에 반영하지 않아야 된다. 무엇보다 해부학과 같이 연구비가 적은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연구비의 확보도 중요하다.

의과대학에서의 해부학 교육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다.

 

임상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 역시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기초의학 교육은 축소 일변도를 걸어오고 있다.

과거에는 기초의학 2년, 임상의학 2년 과정이었다가, 교육과정이 한 번 개편되면서 기초의학 1.5년 임상의학 2.5년이다가 다시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기초의학은 1년 이하로 축소됐다.

해부학은 특히 교수 시간 수가 많이 감소됐고 실습 시간 역시 부족하다.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도 적어져 일부 교수는 교수가 부족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 부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임상 의사국가고시 전에 기초의학 의사국가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의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해야 하는 제도이다. 기초의학 전공자의 군대체복무 간소화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고사되는 의과대학 출신 기초의학자가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할 것 같다.

해부학의 미래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초의학 중에서도 가장 교육 시간이 많고 근본적인 해부학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추락하고 있다. 고사 직전의 해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젊은 의과대학 졸업생을 해부학 분야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채용제도·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이 존중받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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