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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은 경증환자 '블랙홀'...사실이었다

상급병원은 경증환자 '블랙홀'...사실이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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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42% 경증질환자 동네의원 회송 '전무'
환자 의뢰-회송체계 강화, 의원급 역점질환 확대 시급

▲ 건강보험 급여비 중 동네의원의 비중과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수입 비중 변화. 동네의원의 비중은 계속해서 즐어들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주된 요인으로 허술한 국가 방역체계와 함께 부실한 의료전달체계가 지적됐다. 의료전달체계의 부실을 야기한 배경에는 정부가 초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을 부추기는 역주행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최재욱)와 국회 김용익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공동으로 발간한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을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 외래 경증질환자 1000명 가운데 1.6명만 동네의원으로 회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전달체계는 동네 병의원(1, 2차 의료기관)을 거쳐 진료의뢰서를 받아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하고, 3차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한 후 동네 병·의원으로 환자를 다시 돌려보냄으로써 환자의 불편과 의료비를 줄여주는 의료전달체계를 지켜야 함에도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단 한 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은 병원은 42%(18곳)에 달했다.

특히 빅 4로 불리는 초대형 병원은 치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를 동네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외래 경증질환자 4만 4945명 중 7명(0.02%)을 회송하는 데 그쳤고,  세브란스병원은 5만 568명 중 10명(0.02%), 서울아산병원은 5만 1249명 중 21명(0.04%), 삼성서울병원은 6만 3872명 중 0.8%(510명)를 회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결과, 동네의원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경증질환에 대한 외래환자들까지도 상당수가 블랙홀처럼 대형병원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경증질환 환자가 다시 병원급에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사례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의료전달체계를 악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의료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책적 효과는커녕 오히려 부익부·빈익빈 등 의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소수 슈퍼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가속화 되는 등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과는 정 반대의 역주행 현상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감염병 예방은 물론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의료쇼핑 문제 등을 개선하고,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1, 2, 3차 '의료생태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과계 의료기관에 대한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지난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급락, 10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이면서 무분별한 외래진료 기능을 확장하여 동네의원의 진료기능과 역할을 크게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2014년도 한 해 동안에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동네의원의 건강보험 외래 급여비 수입의 12%에 해당하는 1조 6천억원 규모를 쓸어감으로써 동네의원의 수입구조를 잠식하며 심각한 경영난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의료전달체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환자 의뢰-회송체계 강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대폭 강화 ▲무분별한 병상증가 억제 방안 강구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점질환 확대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 관리료 신설 ▲진료의뢰수가 신설 등 보다 실질적이고 폭넓은 개선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은 "대형병원의 공격적이고 무분별한 외래진료 확장과 함께 환자 의뢰·회송체계의 부재가 맞물리면서 가뜩이나 형식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기폭제 역할이 확인됐다"면서 "그 결과로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늘고, 건강보험재정 지출도 불필요하게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상급종합병원 52개 경증질환 외래진료 및 회송 현황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 진료의뢰수가 신설

상급종합병원에서 2단계 요양급여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의사소견이 기재된 건강진단·건강검진 결과서 또는 1단계 요양급여를 제공한 기관에서 발급한 요양급여의뢰서(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2단계 요양급여를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구하거나 상급종합병원에서 팩스로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도록 요구하는 등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료의뢰수가를 신설해 동네의원에서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상급병원의 진료가 종결된 환자를 다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의뢰-회송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의사가 진료상황이 담긴 문서를 포함하여 환자를 의뢰한 경우 일종의 진료의뢰서 발급비용처럼 '진료정보제공료'를 산정할 수 있다(건당 약 2만 5000원 수준). 이를 통해 전원환자의 추적관리가 용이하다.

의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의뢰서의 유효기간 및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진료의뢰서의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형식적이고 단순한 진료의회서 서식 또한 보완해야 한다.

■ 회송수가 현실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6조에 의하면, 요양급여를 의뢰받은 요양기관은 환자가 호전되었을 때 요양급여회송서(회송 받은 요양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진료기록의 사본 등 요양급여에 관한 자료를 제공)와 함께 당초 의뢰했었던 요양기관이나 1단계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요양기관으로 환자를 회송한 경우 회송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회송수가는 건당 1만원에 불과해 상급종합병원이 동네 병의원으로 회송할 동기가 부족한 현실이다.

연간 전체 상급종합병원 진료환자의 1.1%(약 5만건), 52개 경증질환자의 0.158%(약 1400여 건)만이 1단계 의료기관으로 회송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약 4.5배 높은 약 4만 5000원 수준의 회송료를 산정하고 있어 회송에 대한 동기부여가 우리나라보다 크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회송제도 활성화 측면에서 현재 회송 수가를 일본 수준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점질환 확대
현재 기존 52개 경증질환으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는 평가가 있다. 경증질환을 100개까지 확대해 정책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

의원 역점질환이라 하더라도 중증도에 따라 예외를 인정하고,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의원 역점질환 회송률을 포함하되 회송률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원급 역점질환을 진료할 경우 현재 종별 가산율(30%)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대폭 강화
현행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제2조)에는 질병군별 환자의 구성 상태를 규정하고 있다. 즉 전문진료 질병군의 환자 비율은 매년 해당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한 전체 입원환자의 100분의 17 이상이어야 하고, 단순진료 질병군에 속하는 입원환자 비율은 100분의 16 이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문진료 질병원의 환자 비율은 상향(18%로), 단순진료 질병군 환자 비율은 하향(15%) 조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행 '전체 외래환자의 100분의 17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의원 역점질환 외래환자 비율 역시 더욱 낮추어 '전체 외래환자의 100분의 15이하'로 규정하고, 종합병원에도 이를 확대·적용해야 한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수입을 전체 진료비 수입의 100분의 20이하로 규정하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시 현행 30% 종별가산을 일정 비율 하향조정하는 방안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무분별한 병상증가 억제
무분별한 병상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및 병상 규제를 시도지사가 보유하고 있어 보건복지부장관은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규제 권한이 전무하다. 한편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검토하여 동법의 '인구집중유발시설'에 의료기관을 포함시켜 수도권 내에서의 의료기관과 관련된 행위나 허가 등(특히 병상의 신증설의 총 허용량)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지역별(또는 권역별) 협력병원체계(병원↔의원)를 활성화 하고, 해당 체계 안에서의 의뢰 및 회송에 대한 수가를 신설 또는 인상하거나, 해당 의료기관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지역 내 의뢰 및 회송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

■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
우리나라 진찰료 수준을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미국의 36.8%, 일본의 59.5%, 대만의 79.1%). 동네의원의 경우 진찰료가 병원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일차의료강화를 위한 국가정책 차원에서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병원보다 우대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동네의원을 역차별하고 있다.

당장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병원급 보다 높게 조정하는 것이 무리라면 일단 동네의원의 초진 외래관리료를 재진 정도만큼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2430원에서 2710원으로 280원 인상).

■ 고혈압·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관리료 신설
매년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소요되는 의료비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동네의원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이 각각 2.3배, 2.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고혈압과 당뇨병 외래 환자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속 관리할 수 있게 유도한다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일본은 2000년부터 생활습관병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동네의원 의사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에 대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복약·운동·휴양·영양·흡연·음주 등 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면 환자 당 월 1회 '생활습관병 지도관리료'를 산정(6만 5000원∼8만원)하고 있다. 동네의원이 생활습관병 관리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고혈압과 당뇨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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