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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해보겠다" 무한반복...답답한 복지부 국감

"검토해보겠다" 무한반복...답답한 복지부 국감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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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신임 장관, 국정감사 성적표 '실망' 수준
의원들 '업무파악 미흡' 질책...잇단 말실수 논란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10일과 11일 양일간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실시된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분야에 대한 업무파악 미흡을 드러내, 여야 보건복지위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예상은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10일과 11일 양일간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의 공통된 탄식이다. 취임한지 보름밖에 안된 신임 장관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이었기에 국감이 매끄럽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업무파악 미흡 정도가 너무 커 정상적 국정감사가 불가능할 정도였다는 지적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10일 국감 시작에 앞선 업무보고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검토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해 우려를 샀다. 

더욱이  국감에 임해서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종합적으로 심도 깊게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정 장관이 제대로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거듭 보이자, 여야 의원들은 정 장관의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정상적인 국감을 할 수가 없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의사출신인 자신이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된 가장 큰 이유로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 등 메르스 후속 대책 마련이라고 꼽은 정 장관은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이하 메르스특위) 결의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에 대해 정 장관이 책임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메르스특위에서 채택한 결의안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었다. 메르스특위 결의안에서 권고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가 정부의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정 장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질문은 질책으로 바뀌었다.

남 의원은 "결의안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장관으로서 국회 결의안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하자, 정 장관은 "실효성 있는 것부터..."라고 말끝을 흐렸다. 남 의원은 "국감 질의응답 시간이 짧은데 그런 식으로 답변하면 국감하기가 힘들다"고 질책했다.

원격의료 확대 추진 소신을 밝혀 주목을 받았던 정 장관은 원격의료에 대한 이해도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원격의료 관련 연구결과까지 제시하면서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원격의료를 확대하겠다는 보건복지부가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협회의 주장이 옳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의를 받은 정 장관은 즉답을 피하면서 "1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안전성 등의 보완책을 개발했으며, 2차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 결과를 검토해, 정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안전성 등을 강화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도시 지역에서 원격의료가 필요없다'는 지난 번 발언에 대해서는, 노인 만성질환자에 대해서는 도시에서도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수정한 바 있다"면서 "2차 시범사업 결과를 검토한 후 관련 전문가와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정책 추진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정 장관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치료 급여화, 건강보험 국고지원 결손, 천연물신약사업, 원격의료,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의에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복지분야에 대한 질의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여야 의원들의 공세적인 질의에 겨우 "전문가와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심도 깊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답답했던 의원들 "집에 가지 말고 업무파악 하라"

▲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보건복지위원).
이런 정 장관의 답변태도가 이어지자, 여야 의원들도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질의시간에 "정 장관이 취임한지 얼마 안 된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업무파악이 안 돼 있으면 체면이 뭐가 되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으며 "집에 가지 말고 보건복지부 업무를 모두 파악하라"며 꾸짖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장관의 답변을 들으면서 아직 업무파악이 안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이 시류대로 흘러가면 별로 할 일이 없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업무를 잘 수행하려면 경제부처의 압박 등에서 강단과 결기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의사출신으로서 자신의 기존 소신과 보건복지부의 내부방침이 엇갈리는 질의에 대해 말을 더듬으며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정 장관에게 소신을 강조한 주문이었다.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정 장관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 실국장들이 나서 대신 답변하려는 횟수가 늘었고, 결국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으로부터 "실국장들은 발언권을 얻어 답변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당황한 정 장관, 민감한 현안 질의에 '말실수'

▲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이어지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긴장한 정 장관은 결국 보건의료단체간 이견이 첨예한 현안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면서 결국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대체조제 확대, 마취간호사 허용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였다.

정 장관은 최 의원의 "한의사들의 X-ray 사용과 관련해 정형외과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를 허용할 계획은 없느냐. 장관 역시 정형외과 의사로인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협의체가 운영 중에 있고, 그곳에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협의체가 아닌 장관의 생각을 묻는 것이다. 장관도 같은 정형외과 아닌가, 본인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다그쳤고 이에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앞선 새누리당 김명현 의원의 관련 질문에는 "유관단체들과 협의해 최대한 자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답변했었으나, 최 의원의 몰아치기(?) 질문공세에 집중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과 정 장관의 질의응답 내용은 일부 보건의료전문언론에 '정 장관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국감에서 발언했다고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정 장관은 대체조제 확대 요구에도 "재검토해보겠다"고 했고, 마취간호사 제도 법제화에 대해서도 "마취간호사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관련 단체들간 갈등을 부추기는 빌미를 제공했다.

정 장관은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의 질의에 "리베이트 쌍벌제는 국민 건강은 물론 제약회사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국민 건강, 제약회사 발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없는 모호한 답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장관의 발언을 장옥주 보건복지부차관이 부연설명하려다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복지예산 후퇴' 관련 질의에 정 장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장 차관은 별도의 발언시간을 요청해 대신 답변했다.

이에 분노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장관이 한 발언을 왜 차관이 변명하느냐,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거냐"면서 "이렇게 하려면 국감을 뭐하러 하느냐, 국감 하지 맙시다"라고 소리쳤다.

"의료전달체계·노인정액제 개선, 의정협의 재개" 소신발언은 빛나

 
시종일관 답답한 국감 분위기에서도 몇몇 의료현안에 대한 정 장관의 소신발언은 의료계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정 장관은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의정협의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의사출신 장관으로서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의사출신) 장관으로 임명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라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임기 내에 개편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진 문 의원의 "의정협의를 재개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면서 "병원 내 감염을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체계를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의료현안 해결을 위한 의정협의를 재개해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듣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제식 의원의 노인정액제에 대한 질의에는 "노인정액제 상한액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다. 인상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의 전공의 수련환경·수급 불균형 관련 질의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일부 전공과에 몰리고 '빅5' 병원으로의 쏠림현상 문제 등을 관계부처, 관련단체들과 협의해 대책을 만들 예정"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정 장관에 대한 질타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정치 경험도 행정 경험도 없는 의과대학 교수, 대학병원장 출신 정 장관에게 자신의 발언이 토씨 하나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공격적인 프로 정치인들의 계산된 공격적 질문이 이어지는 국정감사는 녹록치 않은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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