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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신간]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9.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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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싱·에트차르트 에른스트 지음/한상연 옮김/윤출판 펴냄/1만 6000원

 
무수한 이름으로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갖가지 사술들이 '대체의학'을 내세우며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런저런 대체의학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2조원이 대체의학에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유명한 대체의학 치료법 가운데에는 중학생 수준의 과학지식으로 살펴봐도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많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으며, 자신의 몸을 맡기고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부울까?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인 에트차르트 에른스트와 세계적인 과학저널리스트 사이먼 싱의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가 출간됐다.

이 책은 대체의학의 대표 격인 침·약초요법·동종요법·카이로프랙틱 등에 대해 실제 치료 효과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엄정한 과학의 잣대로 평가한다.

"대체의학의 진실을 알려준다고 주장하는 책은 많지만, 이 책만큼 엄정하고 근거가 확실하며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책은 없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훈련된 과학자답게 여러가지 대체의학을 꼼꼼하고 엄격하게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제약회사에서 일한 적도 없고 이른바 천연건강 분야에서 돈벌이를 한 적도 없다. 이 책을 쓴 동기는 오로지 진실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저자들의 일성이다. 그들의 이력에서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진실에 접근하려는 의지에 무게가 실린다. 먼저 에트차르트 에른스트는 대체의학을 비롯해 오랫동안 임상현장을 지킨 의사다.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로서 15년간 어떤 치료가 효과가 있고 어떤 치료가 효과가 없는지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끌었다. 사이먼 싱은 저널리스트다. 캠브릿지대학에서 입자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인 그는 20여년 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난해하고 복잡한 개념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그는 이 책과 관련 영국카이로프랙틱협회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해 3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소송은 협회측의 소 취하로 마무리됐다.

사실 원리가 어떠하든 환자로서는 치료를 받고 병이 낫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치료가 되느냐 안 되느냐, 치료과정이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대체의학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그들의 명쾌한 논리는 ▲어떤 대체의학을 말하는가? ▲대체의학을 어떤 질병에 적용하는가? ▲대체의학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등의 세 논점을 근간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간다.

책은 먼저 과학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현재 확보된 최상의 의학 연구를 공정하게 분석한 결과를 내놓는다. 2장에서는 대체의학 중에서도 방법론이 잘 정립돼 있고 수많은 검증을 거쳤으며 널리 사용되는 침에 과학적 방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핀다. 이어 3~5장에서는 주요 대체의학인 동종요법·카이로프랙틱·약초요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증거에 기초해 결론을 이끌어내고 치료의 미래를 전망한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근거중심의학(EBM)이다. EBM에서는 환자를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효과를 비교하는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 환자는 물론 치료자까지도 모르게 함으로써 심리적 요인을 제거해 실제 치료효과만을 측정하는 '이중맹검시험', 동일한 치료법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메타분석'으로 대체의학의 치료효과를 판가름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진실'이다. 진실을 안다는 것이 왜 중요한 지, 그리고 이 진실이 21세기 의학의 관점에서 대체의학을 바라보는 우리 태도에 어떤 변화를 갖게 하는지 살핀다.

저자들은 특정 치료법이 특정 질환에 효과를 보인다면 분명하게 짚고, 어떤 치료법이 아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를 준다면 아무 효과도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과학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없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방법이 진실을 파악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이 책은 "이 책을 찰스 황태자에게 헌정합니다"라는 헌정사로 첫 장을 연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찰스 황태자에 대한 저자들의 조롱이다(☎ 070-7722-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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