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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팀 없는 병원 위태위태합니다"

"법무팀 없는 병원 위태위태합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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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리의식·기대치 높아…의료분쟁 상담 해마다 1만 건씩 늘어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Ⅰ> 펴낸 3총사 "의료진 보호 제대로 해야죠"

▲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Ⅰ>을 집필한 삼총사. 왼쪽부터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노상엽 재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원무팀)·정재훈 씨(양산부산대병원 총무팀·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2기 수료)·정석관 운영이사(아주대의료원 법무팀).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병원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항상 좋게 나오지는 않거든요. 특히 법무팀이나 법무전담 직원이 없다면 의료진 보호에 속수무책이죠."

병원 법무팀 경력 18년차 베테랑인 정석관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운영이사(아주대의료원 법무팀)는 "의료분쟁을 어떻게 해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냐?"는 질문에 "알아야 산다"며 "분쟁 당사자가 법을 잘 알거나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는 최근 의료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원무 및 법무 담당자를 위한 실무지침서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Ⅰ>을 펴냈다.

▲ 대한병원협회가 발행한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Ⅰ>.

법무업무 8년 경력의 노상엽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재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원무팀)가 함께 머리를 짜냈고, 4년차인 정재훈 씨(양산부산대병원 총무팀·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2기 수료)가 발품을 팔았다.

"저도 처음 법무업무를 맡으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고 언급한 정 운영이사는 "분쟁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며 "특히 평석(사안에 적용된 법리)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상엽 재무이사는 "법률 이론서들은 많지만 정작 병원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들이 막상 의료분쟁을 접했을 때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지, 근거법이나 판례나 유사 사례를 비롯해 유권해석은 있는지, 적정한 손해 배상금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서 "실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 발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알권리가 점점 강화되고,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기대치도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열 번 잘 치료받다가도 한 번 마음에 안들면 바로 의료분쟁을 벌이는 것이 요즘 세태입니다."

 

삼총사의 막내인 정재훈 씨는 "요즘 환자들은 사소한 불만도 이의를 제기한다"며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환자들이 의지할 곳이 생기면서 분쟁이나 상담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건수는 2011년 876건(1심 법원 접수기준), 2012년 1009건, 2013년 1101건, 2014년 1333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집계한 의료분쟁 상담건수는 2012년 2만 6831건, 2013년 3만 6099건, 2014년 4만 5096건 등 매년 1만 건 가량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 운영이사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앞으로 더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래 출범 목적인 '조정'과 '중재'라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역할보다 소비자 편을 든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정 의무화에 힘을 쏟기 보다는 중재원의 중립적인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의료정책과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의료기관들이 존립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위험요소는 없는지, 의료분쟁과 같은 위기를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정 운영이사는 " 병원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인력과 조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준법지원 인력이 참여하는 위기관리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식 법무팀과 전담인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는 곳은 손을 꼽을 정도다.

"날이 갈수록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환자안전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의료기관을 둘러싼 법률 환경이 강화되고 있어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담인력과 조직을 가동하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노 재무이사는 "지난해 서울과 인천 경찰청 산하 광역수사대에 의료사고 전담반이 설치된 이후 의료기관 압수 수색이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병원조직과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병원내에 준법지원 인력과 조직을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Ⅰ>을 펴낸 삼총사는 "의료분쟁 업무차 외부기관에 들어갈 때 도 무심코 지나쳐선 안될 에티켓이 있다"며 "책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노하우는 대한준법지원인협회를 통해 공유할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올해 3월 출범한 준법지원인협회는 병협 준법지원 양성과정(1∼4기)을 수료했거나 대학병원에서 법무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적인 병원법무담당자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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