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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학회, 메르스 사태 교훈찾기 안멈춘다
의협·의학회, 메르스 사태 교훈찾기 안멈춘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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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토론회, 메르스 진료 경험 있는 의사들 목소리 듣는 자리 마련
제2 메르스 사태 막기 위해 전문가들 문제점 파악 및 대안 제시 공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 선언 이후 진료현장에서 메르스 환자를 직접 대면했던 의사들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백서(보고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 보고서가 잊혀지지 않고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30일 오후 2시 의협 3층 회의실에서 'Post MERS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토론회'를 두번째로 개최하고 진료현장 의사들의 신종감염병 대처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메르스의 면역학적 이해와 대응(신의철·KIST 의과학대학원 면역및감염질환연구실) ▲메르스 사태에서 배운 신종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장기적 대책(이재면·연세의대 미생물학교실) ▲바이러스 특성부터 진단과 감시까지-임상미생물학자의 역할(이혁민·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종감염병에 의한 공중보건위기를 대비한 검사실 대응 네트워크(김미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또 2부에서는 ▲메르스 유행의 교훈-신종감염병에 대처하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나?(김홍빈·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의료기관 내의 급성 호흡기 감염성 질환 대처(유광하·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중증 감염 환자 관리 시스템(서지영·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응급실에서의 감염 환자 진료 및 관리(이강현·연세원주의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1, 2부에서는 메르스를 비롯한 신종감염질환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습득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진단과 검사, 관리가 잘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또 신종감염병을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하고, 병원 내 메르스 등 급성 호흡기 감염성 질환자에 대한 격리치료 및 응급실 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제안들도 쏟아졌다.

 
먼저 이재면 교수(연세의대 미생물학교실)는 "한국의 메르스 유행을 바라보는 전 세계 과학계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함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데, 신종 및 변종 병원체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그리고 바이러스의 세포내 특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처 방안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래 전문가 양성(기초과학, 임상의학, 예방의학 분야 및 정부, 산업분야)이 필요하고, 이를 유지 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종 및 변종 감염질환 발생 시 신속한 병원체 분리 및 배양, 유전체서열 분석을 위한 국가지정 신종감염질환 대비 거점 실험실을 운영해야 한다"며 "국립보건원 및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응기술을 만들어도 인허가에 대한 신속심사 등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갑작스런 신종 및 변종 감염병 발생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R&D 추진체계 구축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 '신종·변종감염질환 대비 전문가 자문위원회 및 TFT(가칭)'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혁민 교수(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중증감염질환 검사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필요한 진단검사법의 연구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병원체 검사의 특성에 적합한 방역(메르스 노출되고 증상이 발현되고 메르스 확진까지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체계를 갖춰야 초기에 2∼3일 걸리던 확진시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빈 교수
김미나 교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현재로는 접점부서가 국립보건원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과, 호흡기바이러스과, 고위험병원체 국가표준검사실, 신경계바이러스과 등으로 분산돼 있는데,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메르스 환자가 방생해 병원을 폐쇄하거나, 직접 진료한 의사들의 목소리도 한결같이 현재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홍빈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먼저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지금보다 강화시켜 신종감염병에 대한 방역체계의 선진화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독립된 예산과 인력을 운용해야 하며, 무엇보다 역학조사관을 충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역학조사관들은 안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지위를 줘야 하고, 미국 CDC 파견교육과 감염병이 발생하는 해외파견 근무를 시켜줘야 국내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원은 연구보다는 국가표준검사실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메르스 조기 발견을 위한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위기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건소-의료기관의 관계를 정립하고 전염병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전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일반병실의 다인실 확대는 재검토 및 1, 2인실 확대, 급성 호흡기 감염병 등에 대한 검사 및 격리를 선제적으로 할 때 수가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 의료기관에서는 수요를 파악한 후 전실이 있는 음압격리실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시설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므로 국가에서는 시설마련부터 유지·관리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은 평상시에는 일반진료를 하고, 위기상황 때 기능을 전환해애 하며,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다학제 진료가 이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병원 폐쇄를 경험했던 의료진들의 목소리가 주목 받았다.

서지영 교수
유광하 교수(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실제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병원 폐쇄를 했으며, 더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병원차원의 대응책이 빠르게 마련되고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개인 위생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선별진료소 운영 및 환자·일반인·직원의 동선을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중환자실 한 쪽을 메르스 중환자실로 운영하고 메르스 전담 인력도 구성했는데, 7명의 의료인지 1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며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숙달된 의료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지만 다른 병원에 비해 환자 사망률이 적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호흡기전염병 전담 핫라인 구축 필요(감염내과·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전문의로 구성)하고, 중증환자의 경우 에크모가 가능한 센터 지정 및 육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강현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이 중증 감염성 질환자의 입원 통로이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했다"며 "감염환자 입실을 차단하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해야 하고, 응급실 입구에 감염 전파 가능 환자를 색출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응급실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응급실 내 환자들의 체류시간이 증가하는 이유도 있으므로 응급실 과밀화 및 체류시간 감소를 위해 의료진을 좀 더 확충해야 하고, 응급실 수가를 비롯해 감염관리 수가를 인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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