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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 속에서 일해야 했다"
"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 속에서 일해야 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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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간호사들 국회서 '울분'..."3, 4차 감염 절대 없다더니..." 울먹
"간호인력 확충·대응 매뉴얼 개발 등 핵심"...현장 목소리 반영 요구도

▲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남인순, 우원식, 장하나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주최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르스 이후 간호사의 직업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봐야 했다. 의료진의 안전대책 없이 사명감을 강요하지 마라."

메르스 사태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 해왔던 간호사들이 국회 토론회를 통해 메르스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허술했던 의료진 안전대책에 대한 울분을 터트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남인순, 우원식, 장하나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메르스 이후 간호사의 직업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간호계 관계자들은 메르스 환자 진료과정에서 겪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의료진 안전관리 실태를 고발하고 간호사 등 의료진의 감염병 감염예방을 위한 간호인력 확충과 보호장비 확보 및 착탈 매뉴얼 등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을 촉구했다.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현장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봐온 최은영 서울대병원 감염병동 간호사(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는 메르스 감염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일해야 했던 생생한 현장상황을 전했다.

▲ 최은영 서울대병원 감염병동 간호사.
최 간호사는 먼저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에서는) 'N95마스트만 착용하면 된다', '3차, 4차 감염은 절대 없다. 만약 있다면 하계에 보고해야 할 정도다', '의료인이 일반인처럼 굴지마라',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등의 말을 듣고 근무를 시작해야만 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어 "초기에는 비상연락망조차 없었으며, 쌓여가는 (감염된)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도 없었다. 환자들이 물이나 핸드폰 배터리를 요구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탄식했다.

특히 "메르스 환자 케어를 위해 투입된 간호사들의 반은 방호복을 단 한 번도 착용해 본적이 없었으며, 나머지 반 역시 한 번밖에 방호복을 착용해본 경험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병원에서는 '그림보고 입어라'라고 했다"면서 "결국 먼저 일하던 간호사들이 다른 동료 간호사의 방호복 입는 방법을 교육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상연락망, 의료진 관리, 음압실 출입경로, 청소방법, 쓰레기통 관리 및 처리, 세탁물 관리, 언론 통제, 검체 채취 및 전달방법, 이송 방법, 엘리베이터 작동법, 환자 입퇴원 방법, 제고 물품 확인 및 청구 PAPR(모터 장착 공기정화기) 관리 및 세척방법 등을 간호사들 스스로 만들었지만, 우리에게 되돌아 온 말은 '간호만 해라'였다"며 울먹였다.

아울러 "1800원짜리 장갑 착용도 눈치를 봐야 했고, 방호복 한 벌이 6만원이라며 최소한의 사용을 지시받는 상황에서, 왜 간호사의 안전은 항상 뒷전인가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숙련된 인력과 장비,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 마련 등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와 상담도 필요하다"면서 "어느 한 군데 하소연할 데 없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 고생한 병동 식구들에게 감사한다"며 또 한 번 울먹였다.

▲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메르스에 감염된 15명의 감염사례를 자세히 분석한 김명희 신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위원(예방의학 박사)는 "병원 내 고위험 부서를 공식화하고 준비되고 유능한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적절한 간호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간호사의 안전을 지킬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르스 확진자 치료 병원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병원감염관리지침, 직업안전보건지침에 반영해야 하며, 간호사의 위험작업 거부권 등을 포함한 전문직 유리강령을 개발해, 위험과 책임에 대한 원칙과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간호계의 요구에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 역시 공감을 표했다. 조 과장은 먼저 "메르스 이후에도 신종 또는 변종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의 뼈아픈 교훈들을 정책에 녹여내고, 정부와 국민이 감염병 사태를 슬기롭게 타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8월 중으로 메르스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공청회에서 수렴된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계획에는 국민과 환자 안전은 물론 의료진 안전관리 인프라 구축, 교육, 감시체계 평가, 관련 수가 반영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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