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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건보시스템, 피해자는 국민이다"

"잘못된 건보시스템, 피해자는 국민이다"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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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회장, 젊은의사 대상 강연서 건보시스템 문제 지적
"정부 속임수로 의료비 2중부담·의료 질 등 국민 피해 모른척"

▲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젊은 의사들을 상대로 건보시스템 문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의협신문 최원석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 현행 의료시스템의 수혜자는 절대 국민이 아니다. 의사만이 피해자라면 국민은 현 의료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의료비 지출로 인한 가정 재정 파탄율이 OECD 1위이고 국민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손해보지만 훌륭한 건강보험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11일 의협회관에서 경기도의사회가 주관하고 경기도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2015년 제 1차 젊은의사미래포럼'에서 의대생·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평균 외래진료 일수·입원기간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또한 국민의 의료비지출은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서비스는 많이 받고 지출은 적은데 의료비로 인한 가정 재정파탄율이 높은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 전 회장은 "이는 1977년 국민건강보험을 만들 당시의 저비용·저보장·저수가를 골자로 한 건보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없어 보장의 폭이 좁기 때문"이라며 "낮은 건보료로 보장할 수 없는 비용이 많이 드는 비급여 시술로 인해 가정 재정이 파탄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꼭 필요한 비급여 시술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이제는 공공의료보험 수준까지 규모가 성장했다"며 "3000만명의 국민들이 의료보험을 2중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보험사보다 공공보험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는 준조세에 해당해 국민의 저항이 심하다. 하지만 낮은 건강보험료로 인해 국민들이 오히려 손해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동네병원을 이용할때만 수혜를 보고 정작 고비용의 의료서비스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비용뿐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 제공여부에서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전 회장은 "저수가로 인해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한다"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에 의료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편법 뿐이다. 의대에서 배운 초진 30분은 상상할 수 없다. 1∼3분진료에 익숙해지고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일례로 내시경포셉 수가는 8000원대로 설정돼 있다. 환자본인부담금 2000원에 건보재정에서 6000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번 쓰고 교체해야 하는 포셉은 중국산 기준으로 가격이 2만 4000원에 달한다"며 "의사 인건비는 별도로 생각하더라도 의료 원가에도 못미치는데 어떻게 포셉은 한번 쓰고 버릴 수 있겠느냐"고 예를 들었다.

또한 "신생아 중환자실은 손해율이 높아 병원들이 줄여나가고 있다"며 "살릴 수 있는 신생아를 죽어가게 만드는 구조지만 국민들은 모른다. 세월호 사건은 눈에 보였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건보시스템 문제는 보이지 않아 국민들이 모른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 전 회장은 의사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노 전 회장은 "미국에서 노예해방 선언이 1863년에 이뤄졌지만 흑인들이 투표권을 받이 인정되기 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데에는 긴 시간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잘못된 도로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운전자의 잘못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의료 시스템의 길은 의료에 관한 법이다. 길 위에서 일어난 사고는 설계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의사들이 제풀에 포기해 관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 수많은 악법들에 대해 우리 의사들이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심을 가져야 국민에게 알려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도의사회가 주관하고 경기도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2015년 제1차 젊은의사미래포럼'. ⓒ의협신문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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