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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만 강조하다 이런 꼴...보건부 독립 절실"
"복지만 강조하다 이런 꼴...보건부 독립 절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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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 교수, 메르스 사태 교훈삼아 정부 조직체계 개편 강조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위기 상황에서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정부 조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와 복지정책을 모두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이 다양한 부처에 산재돼 종합적인 정책조정기능도 부재해 보건의료정책 비전문가들의 정책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보건부' 독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신상진 국회의원(새누리당) 주최로 열린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보건의료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보건부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한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방역후진국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복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개편해 별도의 '보건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때의 경험으로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지고, 신종 전염병에 대한 예산 지원과 대책이 만들어졌음에도 메르스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은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03년 사스 때에는 국립보건원 하나로 잘 막았고, 2009년 신종플루 때에는 국립보건원을 질병관리본부고 확대·개편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 때보다 예산과 조직, 그리고 인력이 더 많은 상황에서 메르스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은 보건에 대한 인식 부족과 비전문가적인 대응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사스와 신종플루 때는 장관을 비롯해 모두가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그에 맞게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대응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선 주무장관이 별로 관심도 없었고, 신종 감염병에 대한 중요성도 몰랐던 것이 언론보도 이후에야 알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낙타를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국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감염이 5케이스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186명이나 나왔다"며 "보건과 복지가 하나로 붙어있다보니 더 큰 구멍이 생기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관이 보건의 중요성을 밤낮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보건복지부 내에 질병관련 부서(과)들이 없어지거나 축소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999년 방역과가 국립보건원으로 독립해 나갔으며, 현재 보건복지부 내에는 건강관련 부서(과) 보다 질병관리 관련 부서(과)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박 교수는 "건강과 질병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보건부를 독립시켜 질병관련 부서(과)들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부 조직 구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박 교수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건부는 3실(기획조정실·보건정책실·의료정책실) 2국(의료보장정책국·보건산업정책국) 10관 1대변인 37과 규모면 충분하고, 보건부 산하에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연구원·국립검역소·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을 두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신종 전염병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현재의 질병관리본부를 개편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청'으로 승격시키는 방안과 차관급 본부장을 두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보건이라는 독특성이 있고, 보건문제는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근거로 보건부를 독립시킬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잦은 인사조치를 자제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충분히 살려야 제2의 메르스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

'행정마피아'가 정부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개혁의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정부 조직에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주요 부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행정마피아들이 자기 자리 늘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 분명히 개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건부 장관은 의료인 출신, 정치인 출신, 행정관료 출신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내가 보건부 장관이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번에 메르스의 최고의 숙주는 낙타가 아닌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보건부 독립으로 새로운 의료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하고, 이와 관련된 행정시스템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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