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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기획 실전 금연진료 A부터 Z 물어보니 비법은?
기획 실전 금연진료 A부터 Z 물어보니 비법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6.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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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쉬운 금연치료 따라잡기 ③
인터뷰-유태호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과장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불이 붙었던 금연열풍이 최근 들어 식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반짝 금연열풍으로 올 1월 절반 가까이 줄었던 판매량이 2월부터 늘기 시작해 5월에는 지난해의 80%선까지 회복됐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담뱃세가 3조원이나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판매량이 34% 줄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빗나갔다.

물론 금연열풍이 식은 것과 금연의 정당성은 별개다. 오히려 의료계는 담뱃세만 올려놓고 '먹튀'한 정부와는 상관없이 모처럼 조성된 금연열풍을 진료실에서 이어갈 책무가 있다.

하지만 금연진료에 나서려 해도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수십년간 핀 담배를 끊고 싶다며 의사만 쳐다보고 있는 환자에게 '금연치료제'나 처방하고 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협신문이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이자 9년 전부터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유태호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과장(가정의학과)을 만났다. 금연진료에 막막해 하는 의사를 위해 유 과장의 금연진료 실전 노하우를 들어봤다.

실전 노하우를 알려달라. 금연진료를 할때 무엇부터 시작하나?

가장 먼저 흡연력을 체크한다. 니코틴 의존도 검사도 기본으로 한다. 하루에 몇개비씩 얼마큼 피웠는지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패턴도 세밀하게 물어본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우는지, 출근해 커피 한잔 할때 피우는지, 점심먹고 피우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특히 여성 흡연자는 패턴 체크에 더욱 신경쓴다. 여성 흡연자는 주변 시선을 남성보다 크게 의식해 몰아 피우는 경향이 있다. 아침 출근 전, 퇴근 후, '아이 재워놓고 남편과 베란다에서 한 대…' 이런 식이다.

'왜', '어떤 상황에서' 담배에 손이 가는지 꼼꼼히 파악한다. 그래서 초진이 중요하다. 제대로 한 초진 한번이 재진 열번보다 소중하다.

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인가?

그렇다. 주부라 아침에 바빠 못 피우고 저녁에 하루 5개비 정도를 몰아 피는 경우 약없이 금연하게 하거나, 아침에 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한 알이 아니라 반 알씩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경우는 남편을 금연하도록 끌어 들이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직장에서 피우다 주말 집에서는 금연하는 경우 아침에만 금연치료제를 먹도록 한다. 챔픽스의 경우 니코틴 수용체에 달라붙어서 대략 12시간 정도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하루 한 번 복용으로도 금연할 수 있다.

저녁에 담배 피우는 습관이 없는 환자는 아침에만 약을 먹도록 한다. 그만큼 치료제로 인한 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오는 환자의 80%는 표준요법대로 처방한다. 지금 얘기는 10~20% 정도의 예외적인 경우다.

금연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제시하는 원칙이 있다면?

상담할 때 '얻어 피우더라도 구매하지 않기'와 '한번 피웠더라도 좌절금지'라는 약속을 받아낸다. 금연치료를 시작할 때 말해주고 12주 치료가 끝날 때 한번 더 주지시킨다.

금연치료를 받는 중에 혹은 12주 치료를 마치고 술자리에서 한두 대 담배를 피웠다고 금연에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지시킨다. 가끔 술자리에서 담배 한두 대 피고 치료받으러 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를 막기위해 '좌절금지' 원칙을 설명하고 진료를 계속받도록 설득한다.

금연치료 과정에서 의사의 격려는 매우 중요하다. 60년 동안 담배를 두값씩을 피우다 금연하고 싶다고 온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의 금연치료 기간은 표준치료 기간인 12주의 두 배인 24주로 잡았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흡연 습관, 흡연 기간이 다르고 상담과 약물치료 방법역시 그에 맞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별 맞춤 금연치료라고 보면 되나?

흡연을 니코틴 중독이라고만 생각하면 안된다. 어떤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담배 한대 무는 습관을 끊지 못해 굉장히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하루 흡연량이 5개비 이하고 흡연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으면 약물치료없이도 금연하도록 하는데 이 환자는 약물치료는 물론 꽤 세심한 상담치료도 병행해야 했다.

니코틴 중독에 대한 치료는 물론 습관을 이해하고 그 습관을 대신할 위안을 줘야한다. 전인적인 심리상담을 해야 한다. 약물치료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는 챔픽스 반알만 주는 때도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처음부터 1mg 용량을 줘서 세게 나갈 때도 있다.

그래서 의사가 금연진료를 해야 한다고 본다. 고려할 점은 니코피온은 서방정이라 쪼개서 주면 안된다. 챔픽스는 서방정이 아니라 쪼개서 먹어도 괜찮다.

상담하면서 특히 주의하는 점이 있다면?

흡연량이 적어 혼자 끊어 볼만도 한데 담배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경우 수면장애가 있는지 물어보고 우울증 여부를 체크한다. 초진일때 반드시 체크하는 항목이다. 그런데 이런 환자 대부분 그런 증상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꼬치꼬치 물어봐야 한다.

집요하게 물어보면 반드시 얘기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나온다. 이런 환자가 처음하는 말을 믿고 약이나 주고 말면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담에 들이는 노력이 대단하다. 금연진료 수가에 상담수가를 포함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금연치료 급여를 결정할 때 반드시 상담수가를 포함해야 한다. 금연치료 초진을 오래하면 할 수록 금연 성공률이 올라가고 재진이 수월해 진다.

초진때 충분히 이상반응을 설명하면 이상반응이 나타나도 견디고 이겨내려는 경향이 커진다. 환자와의 '라포'가 중요하다. 정부도 금연진료의 이런 점을 고려해 상담수가를 반드시 산정해야 한다.

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금연하라고 말하고 싶다. 담배 피우는 의사는 환자에게 금연을 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도 마치 혈압과 혈당체크하듯 흡연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만일 환자가 흡연을 한다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금연관련 지원책을 알려줘야 한다.

최근에는 환자가 오히려 관심갖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반드시 금연을 권고하는 말 한마디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좀 없더라도 금연치료를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금연치료제 효과가 워낙 좋아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노하우도 쌓이고 흥미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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