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신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6.12 17:1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툴 가완디 지음/김희정 옮김/부키 펴냄/1만 6500원

 
인공호흡기·영양공급관·심폐소생술·중환자실….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중환지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더 끔찍한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화학요법과 방사능치료로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극심한 통증·구역질·섬망이 이어지고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린 아툴 가완디 하버드의대 보건대학 교수(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전문의)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기까지의 과정을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최근 10년간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일갈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극히 짧은 시간을 더 얻기 위해 잔인한 싸움을 계속할 뿐이다. 현대 의학은 사실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붙잡고 싸워 왔다. 인간의 신체는 결국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저자는 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 소목적인 의학적 싸움을 중단하려면 우선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할 의료계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 가지 과제를 내놓는다.

먼저 '노인병학'에 대한 관심이다. 관절염·당뇨병·심장질환· 등 개별적인 문제를 해겨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자들과의 의사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해석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를 해석해 그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안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이와 함께 독자들의 인식전환도 언급한다.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죽음과 '마지막 삶'에 대한 대화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어려운 대화가 가져다 주는 혜택은 적지 않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호스피스가 단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삶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선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환자가 이 순간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의식을 유지하며, 고통을 최소화하고 존엄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다. 삶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죽음 자체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죽음이 특별하고 중대한 일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안에 우리 개개인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용기를 말한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두려워 하고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우리는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저자는 "끝까지 질병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며 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며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생명 있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맞게될 운명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가 무엇을 희망하고 있는지 알게된다.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희망이다. 죽음이 결국 삶의 이야기인 까닭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독립적인 삶(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너짐(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의존(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도움(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더 나은 삶(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내려놓기(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어려운 대화(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용기(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등 8장으로 구성돼 있다(☎ 02-325-084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