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모르쇠에 의료진 속수무책..."진단 지연 불가피"
"문제 병원 거쳤는지 확인 방법 없어...정부는 뭐하나"
아침에 도착한 환자가 저녁이 되자 열이 오르고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메르스 발생 병원의 지인을 통해 이 환자의 방문 여부를 확인했다. 환자가 응급실과 병실을 거쳐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동으로 이동하기까지 10시간이 소요됐다.
76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건국대병원에 방문해 격리될 때까지 상황이다.
이 환자는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고칼슘혈증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이후 강동구 모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낙상사고로 대퇴부골절을 입고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환자의 체온은 정상. 6월 6일 오전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퇴원할 당시에도 환자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같은날 오전 9시경 환자는 건국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환자에게 미열이 있었지만 의심 체온인 37.5도를 넘지 않았고 역학조사 방법은 문진뿐이었다. 환자가 문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메르스로 의심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지난 3일 정부가 메르스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환자와 관련된 정보를 의료기관간 공유토록 하겠다는 발표가 민망해지는 상황이다. 여전히 의료기관간 정보공유는 작동하지 않았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관련 병원을 거친 환자라는 것만 알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국대병원은 7일 새벽 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방역과 응급실 폐쇄를 결정했다. 또한 22명의 환자를 병원에 격리했고 응급실에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60명 리스트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했다. 의료진 17명은 병원에 격리됐고 34명은 자택에 격리 조치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또한 건국대병원에서 해당 환자의 메르스 1차 감염여부 검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응급실을 폐쇄했고 환자 217명, 의료진 30여명을 격리 조치했다.
정부는 6일 새벽 부랴부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환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거쳐왔던 병원이력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병원 관계자는 "그야말로 뒷북행정"이라며 "6일 새벽 2시경 환자가 확진되니 곧바로 시스템을 구동한 것이다. 그마저도 병원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증서를 갖추지 못한 프런트에서는 내일(7일)에서야 조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나 보호자가 문제 병원을 거쳤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면 병원에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재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알 수 없다면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모든 감기 환자를 격리할 수밖에 없다"며 "보건복지부·질본 등 보건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