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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가격 인하, 의료기 산업 싹 자르기"

"치료재료 가격 인하, 의료기 산업 싹 자르기"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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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휘 의료기기협회장, 원가 단순셈법으로 가격 정해 비난
치료재료 원가조사로 가격 조정...-60% 조정 업체도 있어

정부가 3400여개의 치료재료에 대해 가격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는 미래 성장동력인 의료기기 산업을 싹부터 자르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단순히 원가를 근거로 의료기기의 값을 정하려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 황휘 의료기기산업협회장
정부는 생산원가에 정부가 정한 일정 수준의 비용을 더해 상한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보다 높으면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치료재료 원가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부터 7개 치료재료 품목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으며, 총 3368품목(전체의 69.6%)에 대한 가격 평균을 8.3%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황 회장은 "평균 인하율이 8.3%이지만 많게는 현재 팔고 있는 가격에서 최대 -60%까지 조정되는 경우도 있다"며 "한해 1% 성장을 이루기도 어려운 시기에 하루 아침에 가격이 깎이게 되면서 업계는 낙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가격인하 대상이 된 치료재료는 부러진 뼈를 붙이는 응급수술에 쓰이는 티타늄 스크류와 플레이트부터 심장과 뇌 수술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치료재료,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 수정체까지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특히나 이런 수술 품목의 치료재료는 전문 훈련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응급골절에 쓰는 재료의 경우에는 환자 개개인마다 필요한 재료가 달라서 수술이 이뤄질 때마다 업체가 병원으로 배송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황 회장은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전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원가와 판매·관리비만의 단순셈법으로 가격을 깎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성 고려 없이 가격만 깎는다면 제품 서비스 비용 줄일 수밖에..."

가격을 정할 때는 원가뿐 아니라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교육하는데 쓰는 교육비,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쓰는 연구개발 투자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순히 마진이 높다는 이유로 상한가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만 깎는다면 결국 업체는 병원과 의료진을 위한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입장도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기기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하면서 2020년까지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최근 5년 동안 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성장이 의료기기 강국으로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R&D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D 투자 없이는 신제품도 나올 수 없고, 경쟁과 기술 변화가 심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의 원가와 유통비만을 받고 팔아야 한다면 결코 신제품은 나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황 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원가조사를 통해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며 "재정 절감이 목적이라면 실거래가조사 등 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은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현 정책은 걸음마 단계의 의료기기 산업을 주저앉히고 있다"며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미래 먹거리일 뿐 아니라 의료의 발전이자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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