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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치료 가능시기에 오진한 의료진...사망 책임"

"조기치료 가능시기에 오진한 의료진...사망 책임"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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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아 환자 사망 손해배상 책임여부 병원별로 엇갈려
"오진한 A병원·치료하지 못한 B병원, 사망 책임은 A병원"

횡격막 탈장으로 9세 신모 군이 사망했다. 환자는 종합병원 두 곳을 찾아 통증을 호소했다. 경기도 A종합병원은 단순 변비로 진단해 관장과 정장제 처방을 내리고 돌려보냈다. 같은날 밤 환자는 경기도 B종합병원에 방문했고 의료진은 횡격막이 손상되면 발생할 수 있는 기흉·혈흉 증상을 발견하고 치료했지만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신 군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A병원과 담당의사는 신 군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B병원은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신 군은 2013년 5월 27일 복부 통증으로 A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A병원 영상의학과장 이모 씨는 신 군에 흉·복부 X-ray 촬영을 통해 평범한 복부통증을 진단해 관장 및 정장제 처방을 내렸다. 3일 뒤 경과 관찰을 위해 A병원 소아과에 내원했지만 의료진은 이학적 검사만으로 위장관계질환으로 진단한 후 변비약을 처방했다.

2013년 6월 8일 15시경 신 군은 또다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A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복부 X-ray 촬영을 했지만 단순 변비로 진단하고 클리세린관장을 실시했다.

같은 날 21시경 신 군은 복부 통증, 발열 및 비정상적인 호흡 증상을 호소하며 B병원 소아응급센터를 내원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및 흉·복부 X-ray 촬영을 통해 급성 충수돌기염·급성 위장관염·당뇨병성 케톤산증·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우선 긴장성 기흉의 치료를 위해 신 군의 좌측 폐에 흉강천자를 실시하는 한편 흉관삽관을 통해 좌측 폐 부위에 고여 있던 오래된 혈액 1000cc 가량을 빼냈지만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신 군의 자발순환을 회복시킨 다음 원인 진단을 위해 흉부 CT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신 군에게서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또는 혈흉, 좌측 횡격막 탈장 및 폐 허탈 소견이 확인됐다. 곧바로 흉관삽관술을 실시해 오래된 양상의 혈액 830cc가량을 빼내고 보존적 치료를 실시했지만 신 군은 사망했다.

"조기치료로 사망 막을 수 있었음에도 오진"

이에 신 군의 유가족은 "A병원은 X-ray 촬영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됐음에도 추가적인 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변비로 진단해 상당기간 그대로 방치했다. B병원은 횡경막 탈장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흉관삽관술을 실시하기에 앞서 수술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병원에는 신 군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A병원에 신 군이 최초 내원해 촬영한 X-ray 검사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발견됐다"며 "흉수가 발견됐을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촬영이나 흉강천자 등의 검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의료진은 추가적인 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6월 8일 내원해 다시 촬영한 X-ray 촬영에서도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만한 이상소견이 발견됐지만 변비로 오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 최초 내원 당시 횡격막 탈장과 혈흉을 발견했더라면 신 군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A병원과 영상의학과장 이 씨는 유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치료하지 못했지만 불가항력적 상황"

하지만 재판부는 B병원의 책임은 없다며 유가족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B병원은 X-ray 촬영 결과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을 확인하고 치료에 나섰지만 몇 시간이 흐른 후에야 횡격막 탈장을 확진했다. 이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신 군과 같은 소아의 경우 외상성 횡격막 탈장의 발생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하고 다른 장기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기 진단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긴장성 기흉은 그 치료가 조금만 늦어져도 호흡부전 및 순환부전으로 인한 사망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해당하기 때문에 횡격막 확진에 앞서 우선적으로 흉관삽관을 통한 혈액 배액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흉관삽관술을 시행할 당시가 응급상황에 대당하기 때문에 B병원 의료진이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관해 설명하거나 수술 실시 여부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병원은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인정한 데 반해 A병원은 의료진의 명백한 오진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재판부는 A병원의 경우에도 ▲횡격막 탈장은 소아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조기진단이 어려웠던 점 ▲횡격막 탈장이 내원 전 이미 발생한 기왕증으로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점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의 발생에는 연령이나 체질적 소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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