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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전문의 24시간 상주...탁상행정"

"외상 전문의 24시간 상주...탁상행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4.2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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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 '비현실적'
"한달 수술 1~2건 불과...전문의 확보 어려워"

▲ 서길준 교수

외상팀에 속한 전문의가 24시간 외상센터만 전담하도록 한 규정은 탁상행정식 발상이라며, 외상팀 구성과 전담 규정을 의료현실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3년 10월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를 해당 권역 내에 발생한 중증외상환자의 최종치료기관으로서 전문의가 24시간 365일 상시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 및 중환자치료를 전담하도록 했는데, 이 운영지침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서길준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장·중중외상센터장)는 서울대병원에서 발행하는 <e-Health Policy> 최근호에서 '바람직한 한국형 중증외상센터의 구축 방안'이라는 기고글을 통해 권역외상센터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밝혔다.

서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외상팀 구성은 외과·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원인력으로 구분돼 있는데, 정형외과·신경외과를 포함시킨 것은 전담 의료인력 확보의 필요성 측면에서는 이해되지만 현실적인 의료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Level 1' 외상센터 운영지침을 보면 외상팀의 구성은 외상외과·응급의학과가 필수인력으로 포함돼 있고, 정형외과·신경외과는 자문의사로 호출 시 응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는 정 반대라는 이유를 들었다.

서교수는 "권역외상센터에서 이 분야 전문의를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외래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있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사를 외상센터만 있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의료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최근 들어 영상의학적 중재술이 발전하면서 외상외과 의사의 수술 건수가 전체의 10% 이하이며, 권역외상센터의 경우에도 외상외과 의사의 수술 건수는 한 달에 1∼2건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추세라면 외상외과 의사가 외과적 술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며 "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Acute Care Surgery 제도'를 도입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Acute Care Surgery 제도'는 외상외과 의사가 외과응급수술과 외과중환자진료를 전담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외상외과 의사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정형외과·신경외과 의사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정형외과·신경외과 의사의 부재로 인한 외래환자 진료공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외상외과 전문의 수가 지금보다 많아야 하고, 외상외과 수련지원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대한외상학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01명의 외상외과세부전문의가 배출됐다. 또 앞으로 2년간 외상외과세부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친 후에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외상외과세부전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존에 배출된 외상외과세부전문의 가운데 50% 정도만 외상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전담할 외상외과세부전문의 확보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이같은 수급상황을 고려해 볼 때 보건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외상외과 수련지원 프로그램'과 '서울지역 외상전문의 집중육성사업'은 당분간 확대 및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응급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등 많은 임상과가 관여하는 점을 고려해 '외상인정의 제도'등을 도입해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관여하는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외상전문 간호사, 응급구조사, 이송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 및 육성, 자격 관리, 보수교육, 질 관리 정책이 필요하며, 관련 학회나 기관, 그리고 보건복지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외상환자 진료의 특성상 의료사고의 위험성과 재원일수가 높은데 반해 외상관련 수가가 낮아 외상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현 의료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 교수는 "외상전담전문의 인건비의 부분적 지원만으로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가능할 지 의문이며, 최악의 경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기피하거나 반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응급의료기금과 같은 한시적인 정부 재정으로 권역외상센터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외국처럼 외상진료체계를 위해 별도의 재정 보상기전 및 보험수가를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만약 이러한 지원이 어렵다면 현재의 응급의료기금 외에 외국의 예와 같이 자동차 등록세와 면허세 등의 일부를 중증외상센터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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