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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전문의 홀대하다 10년 뒤 대란날 것"

"흉부외과 전문의 홀대하다 10년 뒤 대란날 것"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4.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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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90% 일반의·미용분야...병원은 PA로 땜방
김승진 회장 "전공 살릴 기회 없으니 지원자 줄 밖에"

 ▲휴일 주말에 개최된 TPI 연수교육장을 가극 메운 의사들. 어려운 개원가 현실을 보여준다.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국가 정책적 지원 없이는 향후 10년 뒤 심각한 인력난에 이를 것이라는 개원가의 목소리가 나왔다.

흉부외과 개원가에 따르면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 약 5000명 가운데 절반은 대학병원, 나머지 절반은 개원의로 근무 중이다. 그런데 개원을 한 흉부외과 전문의 가운데 '흉부외과' 전문과목을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곳은 10∼20%에 불과하다. 약 절반은 일반과를, 30∼40%는 피부·비만 등 미용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나마 흉부외과를 표방하는 의원도 대부분 하지정맥류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 수련기간 동안 배운 흉부외과 술기는 거의 쓸모가 없는 실정이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개원해서 할 수 있는 수술은 정맥류, 액취증, 다한증 3가지 말고는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힘들게 수련한 고급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외과 의사의 가장 큰 기쁨은 성공적인 수술을 마치는 것이다. 그런 기회 자체가 박탈되니까 전공의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응급의학과 경우엔 자신의 전공을 충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많은 것 아닌가. 직장이 보장돼야 지원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개원의사회 회장

외과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 실효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철 의사회 총무이사는 "인센티브 혜택은 '빅5' 대형병원에게만 돌아가고 의사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더욱이 개원가에는 전혀 혜택이 없다. 매년 20명 초반대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배출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10년 뒤에는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병원에 남지 못하고 개원할 수 밖에 없는 흉부외과 전문의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병원들이 부족한 외과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를 모집하려 해도 계약직이라는 불안전성으로 인해 의사들의 호응이 적다. 응급실을 전전하는 의사들도 지원을 꺼릴 정도다. 결국 병원들은 PA(Physician Assistant)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PA 채용은 매우 비정상적인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병원계는 현재 배출된 흉부외과전문의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수술실 시설 강화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복지부가 2월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외과계 진료과목이 있고 전신마취하에 환자를 수술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수술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무정전전원공급장치 등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승진 회장은 "열악한 개인 의원에 수 천 만원이 드는 정전대비 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의사들은 스스로 자율규제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인데 정부가 너무하는 것 같다. 의사들이 얼마나 만만하면 계속 이런 규제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TPI(근막통증치료) 연수교육에는 400여명의 개원의가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의사회는 하지정맥류연구회를 조만간 결성해 6월 학술대회에서는 미용·일반과·하지정맥류 세 분야를 묶어 프로그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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