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출한 문서까지 '오리발' 내민 한의계
국회 제출한 문서까지 '오리발' 내민 한의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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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 없이 CT·MRI 쓸 수 없다"던 전임회장 발언도 부인
현직 한의협 상임이사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게 아니다" 뒤집어

▲ KBS 1라디오 공감토론
4년 전 한의약육성법 개정을 앞두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문건을 국회에 제출한 한의계가 공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당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출석, "CT·MRI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힌 전임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진술도 뒤집었다.

6일 전파를 탄 KBS 1라디오 '공감토론'에서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 쟁점과 해법은?'을 주제로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의계를 대표해 참여한 김태호 한의협 기획이사와 최인호 한의협 중앙대의원은 "한의사들도 제한없이 현대 의료기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한의사만 포함하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전혀 제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를 대표해 출연한 조정훈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2011년 6월 국회에서 한의학육성법 제정 당시 한의협 회장이 직접 국회에 와서 '현대 의료기기를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의료법 개정 등의 절차 없이 한방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없다'고 해 놓고 지금 와서 갑자기 시행규칙만 바꾸면 된다고 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김태호 한의협 기획이사는 "그것이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와 전임 회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김 기획이사는 "의료법 상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제한된 규칙이나 규정이 있다면 그것을 보고 싶다.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하위규칙에서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꾸로 이게 일탈됐다고 보고 있다"며 말을 돌렸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법과대학 법학부)가 진행한 '공감토론'에서 포문은 김준성 가톨릭의대 교수(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가 열었다.

▲ 김준성 가톨릭의대 교수와 조정훈 한방대책특위 위원
김 교수는 "의료·건강 문제를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고 경제의 관점, 돈벌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이제까지 생리학이나 해부학 중심으로 하지 않던 행위들을 이제 와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한 김 교수는 "그동안의 치료에 대한 당위성이 없어지고, 한방 고유의 영역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개업 한의사가 한의대에서 영상의학·방사선학·진단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전반적인 교육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수련교육을 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의학은 절대 독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해 김 교수는 "의료문제를 산업 시각이 아닌 국민의 건강의 입장에서 검토하길 부탁한다"며 "한방의 세계화라는 신기루 좇지 말고 그동안 낭비된 많은 예산을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정훈 위원은 "의료행위는 의사가 하는 것이고, 한방행위는 한의사가 하는 것"이라며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초음파와 X-레이 사용을 불허한다는 판결이 나왔다"면서 의료법에서 면허를 구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방기기가 8만 개나 있음에도 한의사들이 의사들이 사용하는 현대 의료기기를 쓰려는 것은 결국 국민건강에 큰 위험만 초래할 뿐"이라고 우려한 조 위원은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전래요법과 대처요법을 하는 분들에게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대법원은 초음파와 X-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간단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판독하는 데 있어서는 현대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고, 한방적 지식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극명하게 결론을 내렸다"면서 "한의사들이 한방지식에 맞는 걸 쓰면 될 텐데 자꾸 의사 흉내를 내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방의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지극히 비윤리적이고 또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조 위원은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직역이고, 한방답게 한방에 제대로 집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의계측을 대표해 출연한 김태호 한의협 기획이사는 "한의계는 한의대에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법을 교육받고 있으므로 사용에 문제가 없다"며 "공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한 결과물인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해서 발전해야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최인호 한의협 중앙대의원은 "환자들한테 한의사들이 판독을 하면서 생기는 위해는 없고, 진단도 동일하게 내려 주고 있다"며 "정형외과에서 X-레이 찍어 한의원으로 가져오면 그것을 판독해서 진단을 내리고 있고, 그에 대한 위험은 현재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태호 한의협 기획이사는 "의료법 37조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종류나 자격기준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음에도 하위 법규인 규칙에서 한의사를 배제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다"며 "하위 법규인 규칙의 미비함만 보완할 수 있다면 한의사가 현대적인 의료기기 사용에 있어 전혀 제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한의계의 주장은 4년 전 국회 진술과는 내용이 달라 이목을 끌고 있다.

2011년 6월 10일 김정곤 한의협 회장은 국회 진술인 자격으로 법안소위에 참석, "CT나 MRI 같은 현대적 의료기기를 의료법 개정 없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없이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도 의료법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하지 않고는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고 있던 진수희 장관은 6월 28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의사회가 우려하듯이 MRI나 CT나 이런 것을 사용하자라는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의료법이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없이는 그게 가능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조정훈 한특위 위원은 "의료법 개정 등의 절차 없이는 할 수 없다고 이미 한의협 회 회장도 국회에서 한 말이 있는데 지금 와서 규정 하나만 바꾸면 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공감토론 전문(http://www.kbs.co.kr/radio/1radio/debate/notice/index.html?bbs_pr=/mode:2/seq:369889).
 

한의약 육성법 개정 앞둔 2011년 6월 국회에선 어떤 일이?

한의약 육성법 제정안 제2조 정의는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였다.

한의사 출신 윤석용 의원은 '한의약의 외연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까지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2조 정의에 '현대적으로 응용·개발한 의료행위'를 담으려 했다.

한의약 육성법 개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은 치열한 논쟁을 거친 끝에 '현대'를 '과학'으로 바꾸고, '의료행위'를 '한방의료행위'로 수정한 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7월 14일 한의약 육성법은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韓醫學)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와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로 개정됐다.

한의약 육성법 정의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의약 육성법 정의를 바꿔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당시 한의사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정곤 회장은 진술인 자격으로 법안심사소위에 참석, "우려하시는 것처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저희가 CT나 MRI 같은 기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의견서를 드렸고, 여기에서 제가 하나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과연 육성법 정의 조항만 개정을 하면 CT나 MRI 같은 현대적 의료기기를 의료법 개정 없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없이도 쓸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당시 김 회장은 "이 법을 개정해 CT나 MRI 같은 기기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네 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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