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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 개시율 낮다는 건 계산상 오류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 낮다는 건 계산상 오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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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건 제외하면 97∼98% 소비자원 비해 조정개시율 낮지 않아"
정석훈 병원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정중재 신청 남발될 것"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이 낮으므로 의료분쟁을 강제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주장에 대해 계산상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석훈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월간 병원동향 BRIEF>를 통해 신청인(환자)이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의료공급자)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에 의료인이 참여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해도 피신청인의 동의여부에 따라 조정절차의 개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조정 개시율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정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각하된 건수를 제외한 후 개시율을 재산정하면 개시율이 97∼98%에 달한다"며 "개시율이 낮다는 주장은 잘못된 계산법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집계한 의료분쟁 신청 접수 건수는 2012년 503건으로 305건이 각하되고 192건이 개시, 각하건을 제외한 개시율은 9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3년에도 1398건이 접수, 838건이 각하됐으며, 551건이 개시돼 98.4%의 개시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의 경우에도 소비자의 신청으로 자동 개시가 되지만 피해구제에 대해 사업자가 참여(수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종료되고 있다"고 언급한 정 책임연구원은 "한국소비자원의 의료피해서비스 피해구제 등 조정 개시율은 2012년 89.8%, 2013년 94.6%로 중재원의 개시율보다 다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시 강제 조정절차에 의료인 참여를 의무화 하게 되면 조정중재 신청이 남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 책임연구원은 "피신청자에 대한 동의없이 자동개시되고 있는 사례로 든 언론중재위원회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신청자와 피신청자 양자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나 지식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분쟁은 신청자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개시율이 낮다고 하는 근거도 다수 부족한 상태에서 분쟁의 양상이 다른 타 분야의 조정 개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 강제 조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본래 취지는 자율성에 근거한 유연한 조정제도 운영을 통해 피해자와 의료인 간의 원활한 조정과 중재를 도모하는데 있다"면서 "조정 당사자가 조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에도 조정절차를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국가가 피당사자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소송 이전에 강제 조정·중재 단계가 하나 더 늘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수술이 많아 늘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은 산부인과와 외과 계열이 더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조정절차를 강제화할 경우 의료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은 대표적 수술 분야인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에서 우수인력의 확보가 어려워져 학문적 퇴보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이 붕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정상화 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협은 "불합리한 대불금 조항을 개선하고,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별도로 보상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정제도의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별도의 감정 등이 필요하지 않는 '간이조정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 역시 피신청인의 조정절차 참여의사를 묻지 않고 의료분쟁 조정절차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상호 양해를 통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의 본질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정참여를 강제할 경우 '조정 불성립'이 빈번하게 발생해 신청인과 피신청인 뿐 아니라 중재원의 시간적·경제적 피해 등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병협은 "조정참여 의사가 있는 당사자의 분쟁해결까지 무분별하게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협은 "분쟁 조정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고,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화할 경우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저해되고, 해당 의료인에게 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료기회를 박탈하는 상황도 초래될 것"이라면서 "현행과 같이 당사자 상호 동의 하에 절차를 시작해 조정제도의 본질에 부합하도록 하고, '조정성립률'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개시율이 낮다는 주장은 잘못된 계산법에 의한 것"이라는 병원경영연구원의 지적에 대해 "조정개시율은 신청인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신청인이 조정을 요청한 사항 중 조정절차가 개시되었는지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므로, 각하 또는 신청 취하 사유와 상관없이 신청 건수 대비 조정 개시 건수를 조정개시율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신청건수 3627건 중 1516건이 개시됐으므로 조정개시율은 42.8%"라고 설명했다.

"신청건수 중 피신청인(주로 의료인측)이 동의하지 않아 각하(불참 각하)된 2203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단순 참여거부(1603건)와 무과실 주장(386건)이 전체 불참 각하의 98.3%로 나타났다"고 밝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자체 합의 의사가 있거나 소송제기와 같은 의료분쟁조정제도 외의 분쟁해결 노력에 의해 각하된 건은 전체 불참각하 건의 1.7%에 불과하다"면서 "피신청인(주로 의료인측)의 단순 참여거부 등으로 각하된 건을 제외하고 신청인(주로 환자측)의 신청에 대한 취하 건만을 포함해 조정개시율을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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