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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마저...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 '왜?'
내과마저...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 '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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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위기·열악한 수련환경·보장성 강화 빚은 합작품
'원격진료' 만성질환 진료과 타격…1차의료 활성화해야

외과에 이어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사상 첫 미달 사태를 기록했다.

2014년도 내과 전공의 모집에서 확보율 93.7%를 기록, 100% 신화가 깨지면서 이번 미달 사태가 예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외·산·소' 기본 4과의 마지막 보루인 내과마저 무너지자 의료계 안팎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내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0년 142.7%를 정점으로 2011년 139.6%, 2012년 134.5%, 2013년 129.1%, 2014년 109.6%로 서서히 하향 곡선을 보였다.

이번 2015년 전기모집에서 내과는 588명 정원에 542명이 지원, 92.2%를 기록했다. 이같은 지원율은 2014년 109.6%에 비해 17% p나 하락한 수치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 수련병원들은 아직까지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지만 지방대학 수련병원들은 겨우 정원을 채우기 급급한 양상을 보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50명 모집에 41명이 지원, 9명이 미달했으며, 가천길병원도 10명 정원에 5명이 지원, 확보율이 절반에 그쳤다.

지역 수련병원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은 9명 정원에 3명이, 경상대병원은 7명 정원에 3명이, 순천향대천안병원은 7명 정원에 2명이 지원, 전공의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을지대병원·제주대병원·충북대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은 한 명의 지원자도 확보하지 못해 대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지원자 중에 최종 문턱에서 탈락하는 인원을 감안하면 최종 확보율은 80% 중반대로 전망된다.
앞으로 벌어질 중도 포기율까지 감안하면, 전체 내과 전공의 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2015년도 레지던트 전기모집 지원 결과

과목명 원정원(명) (원정원+별도정원) 지원 (원정원+ 별도정원) 지원율(%)
합계 3301 3393 102.8
성형외과 77 110 142.9
피부과 78 108 138.5
정신건강의학과 133 178 133.8
정형외과 210 281 133.8
영상의학과 144 188 130.6
재활의학과 112 144 128.6
안과 112 136 121.4
소아청소년과 213 242 113.6
이비인후과 115 130 113
응급의학과 158 176 111.4
마취통증의학과 210 232 110.5
산부인과 150 158 105.3
신경외과 97 102 105.2
직업환경의학과 34 35 102.9
신경과 92 91 98.9
내과 588 542 92.2
가정의학과 281 255 90.7
진단검사의학과 43 36 83.7
핵의학과 23 16 69.6
병리과 64 39 60.9
방사선종양학과 25 15 60
외과 209 123 58.9
흉부외과 48 19 39.6
비뇨기과 85 29 34.1
예방의학과 0 7  
결핵과 0 1  


* 후기지원 레지던트 필기시험 접수자 187명.

동네의원 위기 장기화…내과 미달 원인

내과 전공의 지원율 미달의 원인에는 동네의원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의 약 40%가 개원을 하고 있다.

동네의원의 침체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개원 비율이 높은 진료과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동네의원이 얼마나 침체되고 있는 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분석하면 명확해 진다.
동네의원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2.8%에 달했지만, 2002년 31.3%, 2004년 27.3%로 계속 낮아져 2013년 21.0%까지 떨어졌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1.8%로 의원보다도 낮았지만, 2002년 32.6%로 동네의원을 추월한 이후 2013년 47.4%까지 늘어났다.

2001년 의원급과 유사했던 점유율이 2013년 전체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의원급의 건당 평균 진료비는 2003년 2만 2954원(건당 급여비 1만 6066원)에서 2012년 1만 7623원(급여비 1만 3179원)으로 5331원이 줄어든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내과의 건당 진료비는 1만 9992원(건당 급여비 1만 4007원)에서 1만 7623원(건당 1만 3179원)으로 2369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의료기관 입원(의원 포함) 건당 진료비(요양급여비)는 101만 7113원에서 137만 2060원으로 35만 4947원이, 약국은 2만 1121원에서 2만 4175원으로 3054원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동네의원의 건당 진료비가 9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의원급 요양급여비의 41%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기본진료료와 18.3%를 차지하고 있는 진료행위료에 대한 수가가 1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원의 건당 진료비가 매년 줄어든 반면 병원과 약국의 급여비는 늘어나는 역전 현상은 건강보험 재정의 균형적인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개원의사의 증가 곡선이 진료비 증가 곡선을 넘어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개원의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의협이 77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2012년 진료과목별 평균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내과는 비뇨기과·외과와 함께 평균 매출액에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동네의원이 한 해에만 1500∼1600여곳이 폐업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의협 보험국 관계자는 "의원의 평균진료비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고 있다"며 "급여 수익에 의존하는 동네의원과 진찰료 비중이 높은 진료과목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과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가치 개정작업을 진행하면서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과를 비롯해 검사나 영상 분야를 깍아 다른과를 지원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도 내과 전공의 미달사태를 부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수련환경도 한 몫…수련비용 정부가 지원해야

열악한 수련환경도 이번 전공의 미달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다.
2011년을 기준으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수는 3199명. 하지만 인턴 정원은 이보다 많은 3877명이었고, 전공의 1년차 정원은 인턴보다 더 많은 4063명으로 기이한 구조가 문제가 됐다.

이같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병상 무한경쟁을 부추긴 행정당국의 의료정책과 관리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월말 발표한 'OECD건강 데이터 2014'에 따르면 국내 총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0.3병상으로 OECD 평균(4.8병상)의 2배를 넘어섰다.

병원이 더 클수록 건강보험 재정을 더 얹어주는 건강보험 정책과 가까이에 있는 접근성 높은 동네 병의원보다는 큰 병원을 선호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문화가 결합하면서 병상 무한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수련인력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저임금 인력으로 인식되면서 의대 졸업생보다 전공의 정원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병상은 현재 4만 3185병상. 여기에 현재 건립 중인 신설·증축 병상까지 가세하면 당분간 병상증설 경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의료인력 수급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 수를 단계적으로 감축, 2017년 의대 졸업생 수와 전공의 정원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정원 감축에 따른 추가인력 고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더 늘어난 업무를 더 적은 전공의들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전국 전공의 161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한 수련규칙 표준안이 시행됐지만 81.4%가 수련규칙 개정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혹사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5%는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으로 작성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훈용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과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으로 오히려 전공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이 동시에 진행됐지만 수련병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각 수련병원마다 지도전문의가 있지만 진료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서 수련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적어 수련교육을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현재 전공의들은 수련을 받는 시간보다 업무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이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수련병원은 수련병원대로 원가 이하의 저수가 속에 영상수가 인하·포괄수가제 시행에 이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3대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비롯한 세금 감면 혜택이 줄어들면서 더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수련병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우수하게 수련된 전공의는 훌륭한 사회자산이므로 그 육성에 대한 공공적 성격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저수가 의료정책이나 전공의 수련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병협 관계자는 "미국은 전공의 월급의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고, 민간 비영리기관인 미국전공의교육신임평가위원회(ACGME)가 전공의 수련교육프로그램을 담당케 하면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수련병원들이 수련·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진료를 위한 공간이나 장비 외에도 수련과 연구를 위한 시설 투자는 물론 수련교육에 필요한 전공의·지도전문의·수련교육부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환자 원격진료' 만성질환 진료과 타격 우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확산될 경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동네의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 때문에 내과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일단 도입되면 허용 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환자 안전과 1차의료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해 결국은 의료시장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훈용 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선택진료제 폐지로 인해 내과계열 수가가 열악해 지고, 원격진료 정책이 전공의 지원 감소에 직격탄을 날렸다"면서 정부의 정책 강행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의협은 "의료취약지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격진료 보다는 의사들이 직접 환자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방문진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도서벽지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한다 하더라도 약이 필요한 경우엔 약국이 있는 도심지까지 나와야 한다"며 "약국을 제외한 반쪽짜리 원격진료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대부분이 중증질환과 입원치료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도 개원가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이 종합병원과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1차의료의 역할과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비뇨기과, 전공의 감축 고육지책…내과학회 TFT 구성

26개 전문과 가운데 예방의학과와 결핵과를 제외하고 34.1%라는 가장 낮은 전공의 확보율을 보인 비뇨기과는 전공의 정원을 향후 3년내 50명까지 감축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꺼내들었다.

한상원 대한비뇨기과학회장은 "후배들에게 보다 발전적인 미래 진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공의 정원을 대폭 감축키로 결정했다"며 "수년째 40% 미만에 머물고 있는 전공의 지원율을 감안하면 당장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미래 전공의들에게 보다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는 개원의협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비뇨기과의사회 협동조합'을 출범, ▲상담·교육·훈련·정보 제공 ▲조합간 협력사업 ▲홍보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 등 협동조합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기본사업을 비롯해 ▲의료기기·의약품·소모품 판매대행 사업 ▲컨설팅 및 마케팅 사업 ▲광고 및 기획전시 사업 등을 통해 회원들의 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열악한 개원환경을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경영 컨설팅을 통해 미래 의료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학회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공의 수련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TFT도 구성키로 했다. TFT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의료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수련교육 내용을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1차의료에 중점을 둔 일반내과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도록 수련교육체계를 바꿔나가기로 했다.

의료계는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2차 의정협의에서 도출한 38개 세부과제 가운데 1차의료 활성화와 관련한 내용에는 ▲1차의료에 적합한 교육수련체계 및 진찰료 개편 등 수가모형 공동개발 ▲이해관계자와 함께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논의 착수 ▲차등수가제 절감재원을 1차의료 강화에 활용 ▲야간전문의원 등 야간진료관련 제도 개선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발상하지 않도록 신속한 지급 관리 방안을 조속히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강화 방안으로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 외래 축소 및 의원급 경증질환 확대 ▲진료 의뢰 및 회송제도 개선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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