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경영위기 대형병원들...기부금이 '돌파구'
경영위기 대형병원들...기부금이 '돌파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15 12:2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병원·연세의료원 등 기부금에 눈 돌려
KAIST '모금 잘 하는 병원 7가지 특징' 눈길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이 올해 여러 가지 정책결정 여파로 '경영위기'를 선포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낮은 진료수익률, 치열한 경쟁, 자본시장의 낮은 투자수익, 미미한 사업수익 등도 경영위기에 한몫 했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들은 다양한 재원의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부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복지·교육·의료·환경·국제개발 등 비영리 영역(nonprofit sector)의 기부금 모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도 상관이 있다.

최근 국내 대형 병원들의 모금에 대한 관심은 모금 캠페인 시도, 전문 인력 채용, 모금 교육과 컨설팅 실행, 의료분야 기부 컨퍼런스 개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현수 KAIST 발전재단 모금기획 담당은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발간하고 있는 <e-health policy>에 '기부금 모금 잘 하는 병원의 특징 7가지'라는 기고문을 통해 왜 대형병원들이 기부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김현수 담당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얻는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비해, 기부금 모금은 투입된 비용 대비 수익률이 훨씬 높아 병원들이 기부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원과 인력의 가용성, 잠재적인 후원자 규모 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관이 바로 대형병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병원들 기부금 규모·업무방식 변화 필요
먼저, 김현수 담당은 미국병원의 사례를 통해 국내 대형병원들의 기부금을 받는 규모와 업무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담당에 따르면 Mayo Clinic의 경우 2012년도에 총 기부금액 3610억원, 총 기부건수 19만 1619건, 1영업일 당 750건의 기부금을 수령했다. 기부금은 병원수입의 4%를 차지했다. 또 MD Anderson Cancer Center는 2012 회계연도에 총기부금 5050억원을 수령, 병원수입의 12%가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김 담당은 "해외사례아 국내 병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국내 병원이 기부금을 받는 규모와 방식은 획기적으로 진보할 필요가 있다"며 "기부금 모금을 잘 하는 병원들의 특징 7가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원중심 사고에서 기부자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김 담당은 "지금까지의 한국식 병원모금은 병원 명성의 프리미엄 덕분에 스스로 손들고 찾아오는 기부자들을 응대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누가 우리 병원의 사명과 비전에 관심을 갖는지를 먼저 찾고, 기부자 중심으로 관계를 개발 하는 역량이 모금성과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담당은 "이것은 단지 찾아가느냐 찾아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이 모금을 병원중심의 사고에서 기부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 것으로 기부를 1회의 거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와 병원이 미션을 공유하는 파트너십과 신뢰를 쌓아가는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병원이 얼마나 고귀한 일을 하고 있고, 돈이 어디에 필요한지를 병원 관점에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김 담당은 "기부자의 동기와 관심을 발견하고 기부자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제공, 진정성 있는 감사와 기부금 사용 보고, 병원의 미션 성취를 통한 기부자의 자선적 가치의 실현 등 전반적인 관계의 중심을 기부자의 입장으로 보는 모금의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고액기부 프로그램 집중
지난해 12월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가 심장병 환자를 후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세브란스병원에 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양현석 대표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개인적으로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DREAM GIFT'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됐다.

올해 11월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서울대병원에 후원금 10억원을 전달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서경배 회장은 꾸준한 기부로 국민건강증진과 우리나라 의학발전을 위해 큰 용기를 냈다.

김 담당은 "모금 프로그램은 소액정기기부, 고액기부, 유산기부, 고액집중모금캠페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효율적으로 모금하는 병원은 그 중 고액기부 프로그램에 가장 집중한다"고 말했다.

또 "고액기부 프로그램은 소수의 고액기부가 가능한 잠재기부자들과 관계 개발을 통해서 그들의 자선 관심(philanthropic interest)분야에 맞게 병원의 재원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안해 고액기부를 유치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는 모금프로그램 중 가장 ROI(Return on Investment)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김 담당은 "미국의 AHP(Association of Healthcare Philanthropy)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285곳 병원 중 기부금이 많은 병원은 전문 담당자 뿐만 아니라 고액기부·유산기부 등의 업무만 집중적으로 맡고 있는 펀드래이저를 고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병원은 모금부서가 4~5인 이하로 구성되고, 홍보 등 다른 일을 겸하고 있으며, 2~3년이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는 점이 지속가능한 잠재기부자 관계 개발과 모금의 걸림돌 중에 하나"라고 꼬집었다.

▶혁신적인 기부 명분(cause) 개발이 요구된다
기부자들은 혁신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할 수 있는 명분(cause)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김 담당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환우지원기금 등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기부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인류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등 혁신적인 자선(philanthropic) 투자처를 찾고 있는 잠재기부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의 기부 명분(cause)을 개발하고, 기대되는 변화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병원에서 할 일"이라며 "기부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전체 병원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경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병원 의사·간호사 등 협력자들 역할도 중요
김 담당은 의사와 간호사 등 협력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담당은 "병원 기부자들은 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였거나 환자의 가족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이들은 주치의와 간호사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주치의와 간호사는 잠재기부자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발전후원회에 의견을 주고, 필요하다면 잠재기부자와 식사를 같이하는 등 관계 개발 활동에 참여하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기부자가 동의한 대로 기부금을 사용하고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됐을 때 기부자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지고 재기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병원은 기부금과 관련 어떤 목표를 세우느냐에 따라 활동의 발향성과 내용이 달라진다"며 "모금은 단순히 목표금액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병원과 장기적인 관계 개발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