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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수술 중 한 건...환자에겐 그게 전부"

"수많은 수술 중 한 건...환자에겐 그게 전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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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일 강동경희대병원 관절센터장, 몽골소녀 나눔수술 소회

▲ 김강일 센터장. ⓒ의협신문 이은빈
"우리는 많은 환자 중 한 명을 수술하는 거지만 그 환자는 전부인 상태로 오는 거니까… 하나의 실수도 치명적인 겁니다."

김강일 강동경희대병원 관절센터장(정형외과)이 평소 전공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최근 그는 그야말로 '전부를 걸고'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만났다.

몽골에서 온 16세 소녀 Munkhzul. 어려서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은 환자는 심한 고관절 장애로 앉는 자세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소녀는 지난 달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메디컬 코리아' 나눔의료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강동경희대병원을 찾았다.

혜택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환자와 의사 모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심하게 휜 양쪽 다리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한쪽 뼈에 자라난 종양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11월 13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집도한 김 센터장은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언어도 안 통하는 나라까지 와서 수술대 위에 눕게 된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몽골소녀와 함께 대상자로 선정돼 온 척추장애 환자가 있었는데 워낙 위험한 수술이라 부작용 설명을 듣더니 고국으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이 소녀만 남았는데 진단과정에서 오른쪽 고관절에 혹이 발견된 거예요. 종양만 제거해도 큰 수술인데… 처음엔 어떡해야 할지 난감했죠."

환자는 심하게 비대칭한 다리와 휜 상태로 인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워보였다. 교정만 해도 만만하지 않을 것 같은 수술에 종양이라니. "마음 같아선 종양만 제거하고 보내도 될 것 같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김 센터장은 종양이 없는 왼쪽다리 수술을 먼저 시행하고 반응을 살핀 뒤 열흘 정도가 지나 오른쪽다리를 수술했다. 이날 하루에만 다리를 바로잡는 수술과 종양을 제거한 부분에 대한 골이식 수술이 서너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환자는 원활한 회복세를 보이며 다음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전까지 지속된 통증이 사라지면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병원 국제교류실장 보직을 맡고 있는 김 센터장은 "외국인환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나눌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서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소외된 환자를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사는 의술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게 그가 가진 신념이다.

김강일 센터장은 "소녀가 장애를 가진 고아로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좌절을 느꼈을지, 여기 와서도 우연히 발견된 혹 얘기를 듣고 얼마나 당황했을지 걱정했다"며 "의술과 마음을 최대한 동원해 환자가 희망을 갖고 귀국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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