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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나선 흉부외과 "진실은 이렇습니다"

반격 나선 흉부외과 "진실은 이렇습니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2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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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관상동맥외과연구회 컨퍼런스서 심장학회 정면 반박
흉부외과학회 "검사자 주관적 판단 따른 일방적 치료 위험"

▲ 28일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에서 열린 관상동맥연구회 연례 컨퍼런스. ⓒ의협신문 이은빈
심장내과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독단적 구조로 인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선택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의 이익이나 안전에 대한 고려보단 검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치료로, 유독 국내에서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의 스텐트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심장내과에서 환자를 보내줘야만 수술할 수 있었던 흉부외과 의사들은 "관상동맥우회술이 효과와 비용 측면에서 스텐트 시술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고시 유예결정 이후 반격에 나섰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28일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회의실에서 열린 관상동맥연구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북미와 유럽에서는 통상 진단하는 심장내과 의사와 시술하는 의사가 분리돼 있어 흉부외과 의사와 협진하는 시스템"이라며 이상적인 심장팀(Heart Team)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약 5만4000명으로, 6만9000례가 시행된 반면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경우 3000례선에 그쳤다. 

스텐트 23건이 시행될 동안 우회로술은 1건이 시행된다는 얘기다. OECD 국가 평균에서 우회로술 비율이 20% 정도인 것과 큰 격차를 보인다. "진단과 치료결정을 내과의사가 독점하는 국내 체제에서 환자에게 일방적 설명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학회측은 지적했다.  

스텐트 삽입 1년내 재시술 15%…우회로술 웃돌아

이번 고시 논의과정에서 흉부외과학회가 제안한 '심장팀'은 허혈섬심장병 환자에 대해 진단을 하는 심장내과 의사와 경피적관상동맥 성형술(스텐트)을 시행하는 의사, 흉부외과 의사로 구성된다. 논의를 거쳐 치료방법을 결정하되, 각 전문의 서명이 첨부된 의무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모 대학교수는 "심장학회에서는 협진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불협화음은) 당연히 생겨야 한다"면서 "그만큼 스텐트를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할 수도 있는 케이스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좋은 진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병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스텐트 고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이은빈

스텐트 시술이 우회로술 대비 비용 부담이 적고 회복기간이 짧다는 심장내과측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스텐트 삽입 후 1년 이내 재시술을 받는 비율이 15%, 관상동맥수술 후 같은 기간 재수술율이 5% 이하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5년 생존율을 5% 이상 높여준다는 국제 보고를 감안할 때, 재시술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통합진료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기봉 서울의대 교수 또한 "2011년과 2014년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스텐트 재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13% 높다고 공식 언급돼 있다"며 "관상동맥우회로술이 재수술율을 낮춰준다는 사실을 알면 환자들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아무런 토의나 상의 없이 스텐트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심장팀으로서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불안정한 협심증이 아니라면 수일 이상은 기다려서 환자에게 올바른 선택 기회를 주는 것이 국제적 권고 기준"이라고 밝혔다.

"설명 들을 기회 없는 한국환자들 불쌍" 성토

▲ 선경 흉부외과학회 이사장. ⓒ의협신문 이은빈
캐나다에서 20여년간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최근 분당차병원에 부임한 문병주 차의과학대 교수는 "한국환자들 솔직히 참 불쌍하다"며 고시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서 환자들을 돌봐드리고 싶어서 8개월 전에 왔는데, 상황을 보니 안타깝다"며 "환자를 위해서는 내과든 외과든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이날 나온 의견을 반영해 정부 정책을 제안키로 했다. 심장학회 등 관련 단체와는 지속적으로 공개 토론을 요구할 방침이다.

선경 이사장(고려의대)은 "스텐트를 넣는데 흉부외과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런 것은 고시 내용에 없다. 대한민국 스텐트 시술 성적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어떤 것을 환자가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협진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선 이사장은 "흉부외과 의사들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얘기한적 없고 내과에 밥그릇 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 이번 고시안으로 수술이 얼마나 늘고 월급이 오를지는 모르지만 수십년 동안 쌓은 국민과의 신뢰를 깨뜨리고 싶진 않다"면서 "복지부과 심평원 주재 하에 공개 토론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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