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철 병원장 “제대로 된 뇌혈관 시스템 만들고 싶어…인력에 공들여”
홍대영 부원장 “자긍심과 자존심 갖는 환경 만들어져야”
Medical Photo Story 바보 혹은 영웅…사명감으로 지역의료 지키는 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 의사들
2022. 08. 29 by 김선경 기자, 박승민 기자
누군가는 바보라 하고, 누군가는 영웅 혹은 은인이라 부른다.
척박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에스포항병원 의료진들, 또 다른 전쟁터에서 묵묵히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고 있는 이 땅의 신경외과 의사들에 관한 얘기다.
2022년 8월 26일 낮 12시 에스포항병원. 오른쪽 뇌혈관이 막혀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상을 호소한 환자가 수술방으로 들어온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고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막힌 혈관을 새로운 혈관과 인위적으로 우회해 연결하는 뇌혈관문합술을 받아야 한다.
뇌혈관문합술은 1mm의 작은 혈관에 12~14포인트를 바늘로 꿰매야하는 초미세수술로 뇌혈관 분야에서도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전국 신경외과 전문의 중 이 수술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사는 50여명 남짓이다. 에스포항병원은 뇌혈관문합술을 그동안 200여 차례 시행했다.
이날 수술은 에스포항병원 최연주 과장이 총 10명의 의료인과 함께 진행했다. 그 중에는 홍대영 병원 부원장도 있었다. 집도의인 최연주 과장은 이미 뇌혈관 분야 수술 경험을 5년 이상 쌓은 베테랑이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인만큼 경험 많은 의료진들이 복수로 참여한다.
수술이 진행되는 5시간 동안 최연주 과장은 조금의 흐트러짐없는 자세를 유지하며 환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에스포항병원은 2021년 한 해동안 뇌혈관 수술 및 뇌동맥류 수술을 2711건, 심혈관 수술 944건을 시행했다. 뇌혈관 질환 관련 응급수술 건수도 개두술 67건, 천두술(Burr-hole) 69건, 코일(Coil) 50건, 뇌혈관동맥류(EVT) 134건 등에 달한다. 지역 내 뇌혈관 질환자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명실상부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뇌혈관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제대로 된 뇌혈관 치료 시스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병원을 꾸렸다"고 말했다. 시스템 마련을 위해 가장 힘을 쓴 부분 중 하나로 '전문 인력'을 꼽은 김문철 병원장은 개두술 시행이 가능한 전문의료진 7명을 포함해 신경외과 전문의 12명과 함께 병원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뇌혈관 수술의 경우 10년 가량의 세부 전문의 과정을 거쳐야 하다보니 인력풀 자체가 많지 않다. 때문에 각지에서 전문인력을 모으는 일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지역 환자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소 10명 이상의 의료진이 한 팀으로 수 시간 공을 들여도 수술 수가는 턱없이 낮으며, 최선의 수술에도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신경외과 의사의 자부심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의 지원책도 힘을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지역 신경외과의 명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홍대영 부원장은 "50대 신경외과 의사들은 우리가 개두술을 시행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더이상 의사들의 사명감에만 기대어 의료 시스템을 운영해 나갈 수만은 없다"고 꼬집었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젊은 스탭들이 이 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프라이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밝힌 홍 부원장은 "핵심은 사회가 의사를 바라보는 관점, 환자가 의사를 보는 시선이다.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후배 의사들에 이 힘든 일을 하라고 권할 수 없다. 의사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