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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민간병원 최초 코로나19 거점병원 자원,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24시
기획 코로나19 전담 8개월, 평택 박애병원 "매일 살얼음판 걷는다"
2021. 08. 26 by 김선경 기자/ 고신정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박애병원 유성봉 진료단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의료진이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기계환기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획]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누군가의 일상을 위해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의 일상을 포기한 사람들'. 이것은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에 관한 기록이다.
의료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위기 속에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병 위기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 인프라로는 4차 대유행으로 급증하고 있는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특단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중중·전문 치료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의협신문]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기획 두 번째로 의료현장 속 의료진을 들여다봤다.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을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말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거점병원에 자원했던 '평택 박애병원' 현장도 다시 찾았다. 

1. 생활치료센터 사망 "터질 게 터졌다"…의료 시스템 '비상'
2. "솔직히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한계 넘은 코로나19 의료진 

3. 코로나19 전담 8개월, 평택 박애병원 "매일 살얼음판 걷는다"

"어레스트!" "어레스트!"

오전에만 벌써 2명째. 중환자실 환자가 심정지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5kg 넘는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환자를 에워싸고 다시금 숨을 불어넣었다. 

"의료진들 지금 다 중환자실 들어가 있다고요!"

스테이션 간호사의 다급한 외침. 응급처치 중 걸려온 일반 병동 '콜'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의협신문]이 지난 8월 23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평택 박애병원 현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연말 거점병원 지정 이후, 8개월 만이다.

다시 찾은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래 평온한 날이 있었겠느냐만, 최근 발생한 4차 대유행으로 병원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코로나19 전담 병상을 최근 160병상 규모를 늘렸지만, 이날 현재 남아 있는 병상은 3개뿐이다. 20개의 중환자 병상은 가득 찼고, 8대의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모두 풀가동 중이다. 

'월화수목금금금'. 유성봉 박애병원 진료단장의 진료 일정표다. 늦은 저녁 퇴근이라는 것을 하긴 하지만 사실상 '24시간 상시 대기', '온콜' 상태다. 함께 일하는 의료진 대부분이 마찬가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이날엔 양철우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이 일손을 보태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현재 20여명의 신장투석 환자가 박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감사하게도 당분간 신장학회 이사진들이 교대 근무로 형태로 이들을 함께 돌봐주기로 했다. 

'번아웃' 한계 상황. 그러나 정작 의료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 떨쳐내기 힘든 '의료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비워둬야 할 CPR 병상마저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가용 병상이 제로(0)가 되는 의료 마비 사태를 겪었다. 이는 곧 환자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현장의 위기감은 매우 크다. 그것이 가장 무섭고 두렵다." 

ⓒ의협신문 김선경
8월 23일 오전 의료진이 진료에 앞서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최근 델타변이가 유행하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젊은 중증환자들의 전원이 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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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우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혈액투석실 전담 의료진이 없는 박애병원에 신장학회 이사진 7명과 강남성심병원 의료진 3명 등을 투입해 진료지원에 나섰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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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병원 소속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인 유성봉 진료단장(일반외과, 왼쪽)과 정재순 과장(마취통증의학과).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이후 3분의 2가량의 의료진들이 나갔지만, 구인을 해도 지원자가 없다. 현재는 몇몇 박애병원 소속 의료진과 6개월 단위로 파견된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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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 이후 중증환자가 늘어나면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는 하루 1~2회 이상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이 전원 첫날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살리기 위해 기도삽관을 비롯한 응급처지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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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압격리실 차단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의료진이 화이트 보드로 의사 소통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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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순 박애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이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중심정맥 내 카테터 유치술을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정 과장은 "코로나19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절실하다"는 소리에 중환자실 근무를 자원했다. 의사인 아내의 동의도 미리 받았다고 했다. 정 과장은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들이 자신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수준의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에 내몰려있다"며 "진료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니, 동료 의료진의 이탈이나 지원 기피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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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는 25일 현재 2155명, 누적 사망자는 2237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 사망자는 80세 이상이 52.2%(1168명)로 가장 많았고, 70∼79세 27.9%(623명), 60∼69세 13.2%(13.2%), 50∼59세 4.9%(110명) 등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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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벗고 있는 의료진의 머리와 옷이 땀으로 얼룩져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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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코로나19로 투병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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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박애병원에서는 4차 대유행 이후 하루 평균 15명 가량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입퇴원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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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이후 8개월간 꼬박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유성봉 진료단장의 손. 매일 수시로 의료용 장갑을 꼈다 벗었다 반복하다보니, 상처가 마를 틈이 없다. 유 단장은 "8개월을 버티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 4차 유행까지 오니 끝이 안보이는것 같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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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각계각층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을 주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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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봔돼깨문 2021-08-26 14:53:47
기존에 일하시던 분들 다 나간듯하네..... 사람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환자를 적게 받고 일하는 간호 의사 인력들 충분한 위험 보상과 휴식을 제공해야 하건만.... 병원에 그럴 여유자금이 있는것도 아닐것이고 나라에서 돈을 주지도 않을 것이니 ....결국 일하는 사람들만 지쳐나갈듯

어휴 2021-08-26 10:45:04
사태가 이정도면 최소한 코로나 환자 진료와 관련해서는 환자 악화시에도 의료진에게 면책을 주는 한시적인 입법등을 통해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인 압박감을 덜어주는 일을 해야지...맨날 하는 짓거리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갈라치고 지들한테 유리한 의료정책 날치기 시키려고 기회나 노리고. 남이 이룬 성과는 죄다 지들 덕분이고 지들이 싸지른 똥은 죄다 국민, 의료진 탓이고....한심하다 정말.

민주당은 말야 2021-08-26 09:33:30
180석 거여 민주당은 코로나 의료진들 지원은 커녕 의사들 뒷통수나 때리고, 의사-간호사 이간질이나 시키구, 코로나 방역 잘되면 모든게 민주당 덕택인양 온갖 생색내고 공로 가로채기 하는 듯 보여요.

의사123 2021-08-26 08:51:37
어려운 결정 하시고 세상에 도움이 되려 하시는 뜻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지원은 이뤄지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생색이나 낼 줄 아는 정부 덕에 인력난이 더 심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작년 1년 가까이 코로나 업무에 동원됐었는데, 중환들을 보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처참하더군요. 이해 안 가는 지침에, 니들이 알어서 해결하라는 복지부 태도에, 덮어놓고 저들 맘대로 해 달라는 민원들에 시달리다 1년이 가더군요.
문재인은 당신들을 기억도 안 하겠지만 저는 기억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