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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진 햇살에 목련이 막 멍울을 틔우기 시작한 봄날,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인근에는 방역차량에서 나오는 희뿌연 살균 소독액이 뿌려지고 있었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서남병원에는 현재 70여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0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서남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병실을 음압병상으로 개조했다.
기존 입원 환자들을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거나 퇴원조치하고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한 음압병실 69실(1인1실 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서남병원에는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전문의 4명을 비롯해 30여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병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호흡기내과 황인경 과장도 그 중 하나다.
그녀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던 지난 2월 25일 출산휴가를 마치고 병원으로 복귀했다. 갓 100일 된 아이를 맡겨 둔 채다. 음압병동을 지키며 3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고 병동 의료진과 협진을 하며 코로나 감염증 환자를 돌본다. 그렇게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나선지 어느덧 30일, 그녀는 오늘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데 하루 종일 엄마를 못 보는 아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내가 감염이 돼서 아이에게 옮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진료를 마친 후 집에 갈까 말까를 고민한 적도 많죠. 그렇지만 이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저는 의사이고 눈 앞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저 평범한 의사의 마음입니다. 다른 의료진들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지 80일. 오늘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전선을 수많은 의료진이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