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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Medical Photo Story 차별 없는 따뜻한 손길...포천으로 간 의사들
2019. 12. 20 by 김선경 기자
예리코클리닉봉사회 안정효 원장(강원도 춘천시·안정효내과의원)과 김태석 강원의대 교수(강원대학교병원 내과)가 왼손 마비 증세를 호소하는 한 불법 이주 노동자(54세)를 진료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예리코클리닉봉사회 안정효 원장(강원도 춘천시·안정효내과의원)과 김태석 강원의대 교수(강원대학교병원 내과)가 왼손 마비 증세를 호소하는 한 불법 이주 노동자(54세)를 진료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일요일 오후 2시.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가산 성당 내 성토마스관. 한 달에 두 번 문을 여는 '예리코 클리닉'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세한 공장이 밀집한 경기도 북부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강원도까지 흘러갔다. 2003년 춘천교구 가톨릭의사회에서 활동하는 몇몇 의사들이 청진기를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2시 간을 달려 가산 성당 한 켠에 마련한 천막과 컨테이너에 주말 진료실을 열었다.

그러길 17년, 춘천교구와 포천 보건지소·국제보건의료재단·김남호복지재단 등의 도움으로 성당 옆 2층 성토마스관으로 이사했다. 여러 의료진들의 참여로 진료과도 내과·외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 8개과로, 진료일도 매월 2회(첫째·셋째 일요일)로 늘렸다.

포천지역 인근에는 필리핀·인도·스리랑카·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약 1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약 15%는 불법 체류자다. 정식 취업 비자를 받았더라도 평일에 눈총을 받아가며 병원을 가기도 어렵다.

10년 전 필리핀에서 왔다는 조이(45세)씨는 "외국인 노동자 열에 아홉은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고 참는다. 나 역시 고통을 참고 견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고서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공간"이라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감기·고혈압·당뇨병·근육통 등으로 예리코 클리닉을 찾는다. 그러나 가끔씩 위중한 질환도 발견된다. 이날 갑작스런 왼손 마비 증세로 예리코클리닉을 찾은 한 불법 외국인 노동자 A씨도 차일피일 진료를 미뤄 병을 키운 경우다.

A씨를 진료한 김태석 강원의대 교수(강원대병원 내과)는 "말초신경 마비 증세로 정밀한 진료가 필요한 상태"라면서 "예리코클리닉에서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외국인노동자센터나 대학병원 사회사업센터 등과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리코클리닉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포천 뿐만 아니라 인근 의정부·철원 등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늘어나는 환자만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예리코클리닉 원년 멤버인 안정효 원장(강원도 춘천시·안정효내과의원)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 특히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의사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면서 "몇 시간 환자를 보는 것이 의료진에게는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치료를 넘어 삶의 큰 위안과 힘이 된다. 이런 의미 있는 일에 더 많은 의사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 나눔 문의(ajhmd@hanmail.net 안정효 원장)

경기도 포천 가산성당 성토마스관 내에 위치한 예리코클리닉. 예전에는 성당 앞에 천막을 치거나 교육관을 빌렸지만 지난 8월 새로 문을 연 본당 옆 성토마스관을 사용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경기도 포천 가산성당 성토마스관 내에 위치한 예리코클리닉. 예전에는 성당 앞에 천막을 치거나 교육관을 빌렸지만 각계의 관심과 도움으로 지난 8월 새로 문을 연 본당 옆 성토마스관을 사용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필리핀 국적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진료를 기다리도 있다. 이곳에선 건강보험이 없는 불법 체류자들도 차별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필리핀 국적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접수증을 쓰고 있다. 이곳에선 건강보험이 없는 불법 체류자들도 차별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예리코'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가고자 한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강도를 만나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돌본 선한 사마리아인 처럼 아픈 이웃을 보살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예리코'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가고자 한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예리코클리닉'은 강도를 만나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돌본 선한 사마리아인 처럼 차별하거나 구별하지 말고 아픈 이웃을 내 몸처럼 보살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예리코클리닉 엄규동 회장(강원도 춘천시·후평성심의원 원장). ⓒ의협신문 김선경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기적으로 강원도 춘천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2시간 자동차를 몰고 예리코클리닉 진료실 문을 열고 있는 엄규동 회장(강원도 춘천시·후평성심의원 원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성원 원장(강원도 춘천시·미래산부인과)은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하다"는 안정효 원장의 요청에 이날 첫 봉사활동에 나섰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성원 원장(강원도 춘천시·미래산부인과)은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하다"는 안정효 원장의 요청에 이날 첫 봉사활동에 나섰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도엽 원장(강원도 원주·김안과의원)이 한 외국인 노동자의 눈 상태를 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도엽 원장(강원도 원주·김안과의원)이 한 외국인 노동자의 눈 상태를 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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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홈페이지에 실린 예리코 클리닉 소개 글을 보고 봉사회에 합류한 이의석 원장(서울 동작구·유니언이비인후과의원).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홈페이지에 실린 예리코 클리닉 소개 글을 보고 봉사회에 합류한 이의석 원장(서울 동작구·유니언이비인후과의원).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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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원장은 고 이태석 신부와 인제의대에서 함께 배우며 굿닥터를 꿈꾼 동기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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